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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노년이 수치스러운 비밀이라고?

김형경
소설가
20년 이상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지인이 우리 사회에서 만나는 극명한 변화를 ‘노인들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의 노인들이 “품위 있고 존경 받는 지위에 있었다”고 기억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목격하는 노인들은 “대체로 화가 나 있고 조급하며 불만이 가득 차 있더라”고 했다. 물론 그것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던 그들이 노년에 느끼는 허망함을 왜 모르겠는가. 경제적으로 발전한 풍요사회의 신화가 떠안기는 상대적 박탈감도 작용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인들이 더디게 나이 드는 현상도 이전과 다른 노인의 탄생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 모든 요인을 염두에 두어도 끝내 기이한 대목은 우리 사회에 나이 듦에 대한 담론이 없다는 점이다. 노년에 대한 인식, 노년의 삶에 대한 모색, 노년에도 가능한 삶의 소망 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노년을 마치 수치스러운 비밀처럼 여긴다. 그것을 입에 담는 것조차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문학에서도 만화에서도 늙음은 금지된 주제다. 내가 노년에 관한 에세이를 준비한다고 말하자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반응했다. 참 이상한 생각을 하셨군요.”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70년에 출간한 『노년』이라는 책의 서문 중 일부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자들의 인권이 소홀히 취급되는 세계의 음모를 깨뜨리고자 한다는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노년을 주제로 하는 남성 저자의 책도 드물지 않게 만났다. 인상적인 책으로는 기원전 철학자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와 현대 일본 작가 세키 간테이의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을 꼽을 수 있다. 두 책 사이에도 시대적 변화가 명백히 읽힌다. 키케로는 노년을 유연하고 관대한 성품으로 성숙해 가는 존경 받는 스승의 자리에 위치시킨다. 2000년에 출간된 세키의 책은 나이 듦에도 불구하고 신체적·정신적 젊음을 유지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첫 장에서 저자는 여든 살에도 자기가 ‘색골’로 소문나 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어떤 노년을 보낼 것인지는 온전히 개인적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하지만 노년을 보편적으로 무용함·소외감·박탈감 등의 이미지와 쉽게 연결시키는 우리 사회는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때 큰 목소리로 노래했던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는 가사가 노년기의 사람에게는 폭력일 수 있겠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온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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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