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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둘째는 기본 셋째는 옵션인 세상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고 란
국제부 기자
둘째가 곧 나온다. 이번 주가 마지막 출근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넷플릭스가 최근 출산한 직원들에게 최대 1년의 유급 휴가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인사 책임자는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첫째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법적으로 출산휴가는 3개월이지만 월급은 두 달만 나온다는 걸. 세 번째 달 입금이 안 된 통장 잔고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넷플릭스가 급진적인(?) 육아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법 때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12주 무급 휴가만 주면 된다. 1년 유급 휴가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인재를 잡기 위해 제시한 당근이다. 구글은 18주, 페이스북은 16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준다.

 그런데 찜찜한 구석이 있다. ‘1년’이라고 못 박은 게 아니라 ‘최대 1년’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넷플릭스는 “우리 직원들은 ‘자율과 책임’이라는 원칙하에 일해왔다”고 강조했다. 곧 스스로 판단, ‘알아서’ 출산휴가를 다녀오라는 얘기다.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분위기는 이렇다. 출산휴가 뒤 쓸 수 있는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동네 아줌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엔 둘째 출산과 함께 전업주부의 길에 들어선다는 워킹맘들이 널렸다. 두 번의 육아휴직을 쓰고 나면 승진 경쟁에서는 밀려나고 주요 부서와는 안녕이다. 악착같이 회사 일에 전념하기엔 아이를 봐줄 친정도 시댁도 마땅찮은 ‘육아독립군’이다. 이래저래 저울질하다 10여 년 쌓아온 커리어를 끝낸다는 글에 감정이입이 돼 울컥한 적도 많다.

 ‘전세 난민’에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탓에 남편 월급만으로는 적자재정이 불가피하다. 올 초 복귀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애 보러 들어간다니 평가가 바닥을 깔까 걱정이다. 1년을 더 쉬면 아예 승진과 연수 트랙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 싶어 두렵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육아휴직을 얼마를 쓰건 누가 기억할까’ 싶다. 일찍 복직하면 모유 수유는 어렵다. 처음으로 뒤집기 하는 순간도, 배밀이를 하겠다고 버둥거리는 모습도, ‘으~음마’라는 엄마 유사단어를 말하는 장면도 놓칠 것이다.

 다음주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는데도 아직 육아휴직을 얼마나 쓸지 정하지 못했다. 결정은 3개월 뒤로 미뤘다. 그땐 이런 고민이 쓸데없게 돼 버리는, 그런 세상이 올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둘포족(둘째 낳기를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라 둘째는 기본, 셋째는 옵션이 되는 세상을.

고란 국제부 기자

◆워킹맘 칼럼 보낼 곳=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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