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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죄 없는 통절한 반성은 가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가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계기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다짐하는 아베 내각의 공식 입장을 내외에 천명하는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이 담화가 한·일 관계 경색을 풀고, 양국 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변곡점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베 담화의 내용을 가늠케 하는 보고서가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담화 작성을 위해 아베 총리가 위촉한 16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21세기 구상 간담회)는 5개월간의 논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그제 아베 총리에게 제출했다. 식민지배와 침략 사실을 명기하고, “앞선 대전(大戰)에 대한 통절한 반성에 기반해 일본은 다시 태어났다”는 문구를 통해 ‘통절한 반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죄란 표현은 없다. 전후 50주년에 맞춰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의 네 가지 키워드(식민지배, 침략, 반성, 사죄) 중 세 가지만 반영된 셈이다. 이 보고서에 기초해 아베 담화가 발표된다면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은 20년 전보다 후퇴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보고서는 한반도 강제병합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 채 “민족자결의 대세에 역행해 특히 1930년대 후반부터 식민지 지배가 가혹화했다”는 말과 함께 “열강은 발전한 나라들이 ‘야만’ ‘미개’의 지역을 문명화하기 위해 식민지화한다는 구도를 세계에 보편화하려고 했다”며 제국주의로 일본의 책임을 가렸다. 식민지배 자체에 대해선 사죄할 게 없다는 인식을 은연중 드러낸 셈이다.

 또 “전후 70년간 한국의 대일정책은 이성과 심정 사이에서 흔들려 왔다”며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역대 한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일정책 탓으로 돌렸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식 논리의 전형이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뒤집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 교과서 왜곡, 과거사에 대한 숱한 망언으로 한국인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게 누군데 한국 정부 탓만 한단 말인가. 오죽하면 마이니치 신문이 어제 사설에서 “한국 측의 감정적인 외교 자세를 비판하면서 일본도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고 했을까.

 사과를 동반하지 않는 반성은 가식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잘못으로 남에게 피해를 입힌 것을 반성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아베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침략과 식민지배, 통절한 반성을 말하면서도 사죄라는 가장 중요한 말을 뺀다면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아베 담화를 계기로 일본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고 싶다면 사죄라는 표현 하나를 피하려다 담화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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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