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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범의 직격 인터뷰] 공정성장론 싹 틔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철수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후 지난 3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디스를 당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셀프디스를 하기엔 좀 억울한가 보다. 자신의 정치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오종택 기자]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얘기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에서 컴퓨터의 병을 치료하는 컴퓨터 바이러스 닥터로, 새로운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벤처사업가로, 이어 한국 정치의 깊은 병폐를 치유하겠다는 대담한 출사표와 함께 정치판에 뛰어든 그였다. 하지만 이후로 보여준 그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화려하지 못했다.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카드를 던지는 승부사적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에게 기대를 품고 지원을 자청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기도 했다. 떠나면서 그들은 말했다. “싹이 노랗다.” 하지만 그것은 착시였다. 그때는 아직 싹이 트지도 않았을 때였다. 이제 그 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표현대로 “농축 성장”한 안철수의 새 정치 싹이다. 내후년 대선 때까지 그 싹을 어떻게 키워내느냐에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눈빛이 달라진 그를 만났다.

“차기 대선 기회 오면 끝까지 갈 것”


 
 


-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 개정 논의가 있다. 당명에 저작권을 가진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름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예컨대 처음 NHN(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 이후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리됐다)이 만들어졌을 때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콘셉트가 없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NHN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그 이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내용이 먼저 바뀌고 나서 개명을 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 당명 개정 논의가 나오는 게 NHN과는 달리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없는 탓이기도 할 텐데.

 “민주당과 통합한 뒤 1년여 동안 여러 가지로 당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존재 이유는 ‘사회적인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양극화’ 아닌가. 그러한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시대정신에 맞는다. 그런데 조직적인 결속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전체가 살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손해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조직인데 그것이 새누리당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여러 가지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한다.”

 - 복잡한 당내 계파에서 초래되는 문제 같은데.

 “계파의 존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치조직에 여러 종류의 사람이 모이는 게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속성에 차이가 있다. 정치조직에서 가장 이상적인 게 정파다. 공통된 가치관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다면 정파라 할 수 있다. 반면 가치관이나 비전의 공유 없이 정치적 이해타산만 갖고 뒤를 봐주는 식의 이익집단이 있다. 현재 계파라 불리는 것들은 정파와 이익집단 사이에 존재한다. 이들을 정파 쪽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혁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안철수의 새 정치’가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김정은의 속마음,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함께 3대 미스터리라고 한 유머까지 나왔었다. 새 정치가 무엇인가.

 “남북한 지도자와 같은 반열에 올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 번에 걸쳐 말씀드렸는데 내가 부족한 탓에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새 정치란 ‘낡은 정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낡은 생각은 이분법적·적대적·편협한 사고방식이다. 낡은 리더십은 불통의 리더십, 이분법적 리더십, 충성을 강요하는 군주적 리더십이다. 아마도 누군가 떠오르실 것이다. 헌법, 선거제도, 정당 내 공천제도, 국회 운영 방식 등에도 낡은 시스템이 많다. 이런 것을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흩어져 있는 힘을 결집해야만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제를 완성할 수 있다. 나아가 청년계층이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우리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새 정치다.”

 -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여 됐는데 새 정치가 실현된 것이 있나.

 “대선부터 치면 정치에 입문한 지 3년이 조금 못 된다. 그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압축 경험을 넘어 ‘농축 경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제는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반대하는지, 그 일을 관철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속된 말로 이 바닥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 의과대학 교수를 하다가 그만두고 벤처기업을 시작했는데, 처음 4년 정도는 매달 돈을 꾸러 다녔다.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굉장히 어렵게 4년 정도 지나니 ‘아, 사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정치에 적응하는 데는 농축 경험 탓인지 전보다 시간이 덜 걸렸다. 이제 지켜보시면 안철수의 새 정치가 뭔지 보시게 될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셀프디스(Self와 Disrespect의 합성어. 자신을 스스로 비난해 반성하는 것)’ 운동을 펼치고 있다. 참여하나.

 “아니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디스를 당한 사람이 내가 아닌가 생각한다. 좀 더 내가 하는 일로 인정을 받은 다음에 셀프디스를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다.”

 - 셀프디스 한번 해보시라. 본인이 생각하는 단점은 뭔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다. 너무 많아서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웃음)

 - 정치 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은 의원 수에 대해 논할 때가 아니다. 근본적인 것, 선거제도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물갈이된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소선거구제도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났다.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지금 나온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한쪽은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것이고, 한쪽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로 바꾸자는 것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데 이해타산을 버리고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 다음 순서로 전국 단위로 할지 지역 단위로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슈틸리케 감독을 초빙해 ‘전권을 줄 테니 한국 축구를 혁신해 달라’고 했다. 선수 선발, 전략, 진용은 감독의 권한 아니겠나. 그런데 만약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가 잘못됐으니 이것을 저렇게 고쳐라’ 한다면 적절하겠나. 우리 당 혁신위원회에서 해야 하는 일은 ‘정당 개혁’이다. 그런데 새누리당까지 다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정치 개혁’ 쪽은 범위가 훨씬 넓고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범위가 좀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정당 개혁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회선진화법 역시 개선의 여지가 있는데.

 “정치를 하지 않을 때 18대 국회를 바라보면 아슬아슬했다. 해머가 등장하고 문짝을 부쉈다. ‘이러다가 차기 19대에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선진화법으로 처벌 규정이 생기면서 육탄돌격과 몸싸움은 많이 줄었다. 그건 성과라고 본다. 결국 선진화법이 지향하는 것은 ‘소통과 타협’이다. 그런 것들이 정치에서 꼭 필요하다. 좀 더 근본적으로 돌아가서, 선진화법 유지냐 폐지냐보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다당제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양당제가 경쟁하는 식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모든 게 양당제 고착이 불가피하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양당이 서로 노력을 안 한다. 다당제가 가능한 제도로 바꾼다면 양당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실력으로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헌은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공감해야 한다. 헌법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 기본권과 권력구조다. 정치권에서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해 권력구조에만 집중되어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의 삶과는 관련이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은 어떻게 향상시킬지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것이 올바른 순서고 방법이다.”

 - 국정원 기술간담회가 결국 무산됐다.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으로서 어떤 복안이 있는지.

 “최소한으로 필요한 4개 자료조차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간담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내가 ‘안랩’ 사장을 할 때 국정원 자문위원을 했다. 그래서 내부 문제를 꽤 아는 편이고, 10여 년 전부터 ‘사이버 안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10여 년 전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이버 안보를 외국업체, 그것도 상업적 목적으로 장사하는 데에 맡긴 것 아니겠나. 그 업체가 북한과 거래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나. 무능한 정보기관의 책임을 묻고 실력 있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의 무능을 덮고 넘어가는 게 진정한 보수의 태도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국정원이 사이버 안보 영역을 거의 독점해 사이버 안보 역량이 필요한 군과 경찰의 능력 제고까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청와대가 사이버 안보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실질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 대선 관련 질문을 안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결정적인 순간에 양보를 했다. 이번에는 끝까지 해볼 생각이 있나.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끝까지 갈 것이다. 실력으로 할 것이다.”

 - 지지율이 아직 선두권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치고 나올 복안이 있는지.

 “새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낡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말이다. 국회 등원 후 경제성장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왔고 얼마 전 완성했다. ‘공정성장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을 보면 ‘어떻게 성장하겠다’가 아니라 ‘지금 문제 되는 부분을 잘 관리하겠다’는 정도다. ‘하나의 파이를 잘 배분하겠다’는 정도인 것 같은데 그걸로는 안 된다.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파이가 커져야, 즉 일자리 자체를 늘려야 해결되는 것이다. 지금 현재 일자리를 앞 세대와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채울 수 없다. 의사와 교수로서, IT 전문가와 벤처기업가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현장의 문제에 뼛속 깊이 갖게 된 문제의식이 많다. 그중 정말 중요한 게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문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될 수 있도록 산업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이것을 ‘공정성장론’과 관련해서 언젠가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안철수는 …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88년 서울대 박사 과정 중 ‘브레인 바이러스’를 접한 뒤 7년 동안 컴퓨터 백신을 연구했다. 95년 ㈜안철수연구소(안랩)를 설립하고 10년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보였으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이듬해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진통 끝에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이후 2013년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민주당과 통합,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고 김한길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에 취임했으나 2014년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글=이훈범 논설위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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