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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기자의 한끼라도] 아침 메뉴로 스페인 타파스 어때요

이영지 기자

아침 밥상 메뉴를 고민하는 제게 죽이나 솥밥 외에 새로운 대안이 생겼습니다. 바로 타파스(Tapas)입니다. 타파스는 스페인에서 출발한 음식 문화로 원래는 '덮개'라는 뜻입니다. 와인 잔에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덮은 빵에 새우나 버섯 같은 다양한 재료를 얹어 먹는데서 유래한 이름이지요. 요즘 젊은 스페인 사람들은 다양한 메뉴를 작은 접시에 담아 조금씩 먹는 음식을 타파스라 부릅니다. 북부 바스크와 갈리시아, 동부 카탈루냐, 중부 리오하, 남부 안달루시아 등 주마다 수 백개의 타파스 집이 즐비한 거리가 따로 조성돼 있지요. 한때 와인 덮개였던 이 작은 접시에서 아침 식단 영감을 얻은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스페인 타파스 거리 풍경을 소개할까 합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미식 지역인 북부 산 세바스티안의 구시가지에 타파스 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의 가게들의 바닥에는 사람들이 손을 닦고 버린 구깃구깃한 휴지 조각이 종이 꽃밭을 이루고 있지요. 별로 깔끔하지도 않고 서비스가 훌륭하지도 않은데 인기 타파스 바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바에는 다양한 타파스가 놓여있습니다. 직원에게 접시를 달라고 한 뒤 몇 가지를 담습니다. 이때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카바(Cava)'나 콜라에 레드 와인을 섞은 '칼리모초(calimocho)' 등 함께 곁들을 술을 주문하지 않으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밤이 아닌 오후 한 시라도 말입니다).

먹을 땐 스탠딩 바에 서서 포크나 나이프도 없이(대부분) 손으로 타파스 한 점을 들고 먹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먹는 게 맛있어 보이면 다시 카운터로 가서 앞의 과정을 반복하지만, 한 곳에서 메뉴 한 가지씩만 먹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저마다 독특한 메뉴가 있는 수십 개의 타파스 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여러 곳을 다니며 먹는 행위를 '바 호핑(bar hopping)'이라고 부릅니다.

돼지고기에 갖은 재료와 향신료를 섞어 건조시킨 스페인 소시지 '초리조' 타파스. [이영지 기자]

타파스 메뉴를 가만히 보니 참 만들기 쉽습니다. 버섯이나 피망 등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더군요. 냉동 칵테일 새우 한 봉지, 유통기한이 긴 딱딱한 경성 치즈 한 덩이, 캔에 담긴 정어리나 앤초비(Anchovy, 서양 멸치) 한두 개를 추가하면 식탁이 호사로워집니다. 전날 밤 만들어서 냉장고에 보관한 뒤 먹어도 되고 덥히거나 끓일 필요가 없어 조리 시간도 짧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토마토 빵(pan con tomate)입니다. 바게트 빵에 잼이나 버터 대신 토마토 소스를 바르는데 대체로 반으로 가른 마늘과 토마토를 슥슥 빵에 문지른 뒤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습니다. 미리 소스를 만들어 두어도 좋습니다. 푸드 프로세서에 토마토 1개, 마늘 1개, 소금을 넣고 2~3번 갈다가 올리브 오일을 적당량 붓고 곱게 다시 한번 갈면 완성입니다. 아기 감기약 같은 탁한 핑크빛에 질감은 걸쭉해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소스는 아닙니다. 하지만 빵에 발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마늘과 토마토의 알싸하고 향긋한 조합에 감동하게 될 겁니다.

문어, 오이 피클을 끼우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 핀초(꼬치) 스타일 타파스. [이영지 기자]

정어리, 앤초비, 올리브를 끼워 원하는 조합으로 만드는 게 타파스의 매력이다. [이영지 기자]

또 다른 타파스 메뉴로는 산 세바스티안의 독특한 타파스 문화 중 하나이자 꼬치를 뜻하는 핀초(pincho)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타파스를 나무 꼬치 또는 이쑤시개에 끼워 먹습니다. 재료는 조합하기 나름입니다. 네모낳게 썬 피망, 치즈 한 조각, 살짝 데친 칵테일 새우나 4등분한 양송이 버섯, 씨앗을 뺀 올리브, 스페인 돼지를 염장하고 건조시켜 만든 하몽(jamon) 등 뭐든 끼울 수 있지요. 저는 아삭한 식감이 좋아 샐러리를 꽂을 때도 있습니다. 꼬치에서 재료가 빠져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한 뒤에는 우묵한 접시에 담아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려 랩을 씌운뒤 하룻밤 숙성합니다. 아침 식사라면 짠 맛이 나는 재료를 빼고, 술안주라면 올리브나 하몽 비율을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국내의 타파스 레스토랑으로는 2009년 문을 연 '스페인 클럽'을 원조로 칩니다. 그 후 '봉고' '미 까사'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태원 '타페오'나 경리단 길 '모멘토스', 지난달 문 연 강남의 '타파스타파'나 파인다이닝을 표방하는 북촌의 '떼레노'도 맛있는 스페인 음식을 하는 곳이죠.

그런데 지금은 문을 닫은 어느 타파스 레스토랑의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타파스는 레스토랑 입장에서 그렇게 매력적인 종목이 아니랍니다. 바 호핑 문화가 있어 회전률이 빠른 스페인과 달리 한 자리에서 여러 개 요리를 주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시간 대비 음식 만드는 인건비가 더 많이 든다는 것이죠.

홍대나 이태원처럼 유동 인구가 많고 스탠딩 문화가 익숙한 곳이라면 스페인식 타파스 가게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호기심 많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바 호핑 문화가 잘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강남통신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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