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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형사 성공보수 무효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7월 25일자 26면>

형사 성공보수 폐지, 이참에 전관예우 추방하자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유지돼 온 형사 성공보수가 67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대법원은 23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특정한 수사 방향이나 재판 결과를 성공이라고 정해 금전을 주고받기로 하는 합의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고위 법관 또는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형사 성공보수는 전관 변호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전관 변호사들 사이에선 “대법관들이 자기 밥상을 엎은 꼴”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는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문제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개혁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사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형사 성공보수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은 형사 성공보수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허용하고 있지만 형사사건 대부분을 국선변호인이 맡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거액의 성공보수를 둘러싼 논란이 없다.



 형사 성공보수는 그동안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대한 청탁 유혹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돼 왔다. 의뢰인은 보석·무죄·집행유예를 끌어내기 위해 담당 검사나 판사와 가까운 전관 변호사에게 몰렸다. 일부 변호사는 판사·검사와의 인연을 내세워 거액의 성공보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과다수임료 문제로 이어졌다. 종종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법정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고 허모씨는 석방 성공보수로 변호사에게 1억원을 선납했다. 허씨는 판사 등에 대한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줬다고 한다. 결국 형사 성공보수가 형사재판을 연고주의, 전관예우에 오염시켜 사법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셈이다. 이 때문에 2000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2007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형사 성공보수 금지를 추진했으나 입법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들이 퇴임 후 개업을 하지 않는 관행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이름만 걸어놓고 ‘도장 값’으로 수천만원을 받는 행태부터 없애지 않으면 전관예우 문제를 뿌리뽑을 수 없다.



 형사 성공보수를 폐지한 뒤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풍선효과’로 전관 변호사들의 착수금이 크게 올라가면 진정한 개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거액의 착수금을 미리 받아놓고 불성실 변론을 한다면 의뢰인 입장에선 차라리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를 주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약발’이 있는 전관 변호사가 착수금을 올리면 의뢰인은 그대로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법원과 대한변협은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5년 7월 25일자 23면>

형사 성공보수 무효, 사법불신 씻는 계기로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사나 재판의 결과 하나하나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을 해치고 사법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론 금지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착수금과 차후 성공보수로 구성된 변호사 수임 방식이 크게 바뀌게 됐다. 판결의 기대대로 사법현실 개혁의 계기로 이어지기 바란다.



 이번 판결은 기형적으로 고착돼 온 우리 변호사업계의 관행을 겨냥한 것이다. 주요 사법 선진국들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를 금지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거액이 아니라면 민사건 형사건 성공보수를 인정해 왔다. 그러다 보니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가 오가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 수사팀이나 재판부와 인연이 있는 변호사를 수소문해 선임하는 것도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전관예우의 악습은 이런 관행과 함께 번성했다. 전관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의 결과에 따라 거액의 성공보수를 챙기는 일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의뢰인들은 변호사가 어떻게든 사건 결과를 바꿀 것이라는 그릇된 기대를 하게 됐고,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그런 부당한 영향력 때문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따위의 사법불신이 그래서 싹텄다.



 대법원은 이런 현실이 사법부패 혹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실추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변호사가 대가 수수 관계로 전락하는 것도 정의의 실현에 협력해야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성공보수를 사회질서에 반하는 무효 행위로 판결한 이유다.



 이번 판결로 변호사 시장은 큰 요동을 겪게 됐다. 가뜩이나 수임난을 겪는 상당수 변호사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임료 방식이 바뀌면 되레 의뢰인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거나, 성공보수 없이 변호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느냐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잘못됐다고 여기는 비정상은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



 대법원은 상고 이유에 없었던 성공보수 문제를 굳이 직권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 무효라고 판결했다. ‘앞으로는 무효’라는 판결 내용도 실은 국회의 입법에 맡기는 게 더 온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사법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칠 판결을 단행한 것은 최근 표방해 온 정책법원의 위상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대법원 자신도 국민이 비판하는 스스로의 비정상과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논리 vs 논리] “대법원 틀린 관행부터 바꿔야” … “전관예우 근절 계기 돼야”



대법원이 지난달 24일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결하자 대한변호사협회가 곧바로 반발했다. 지난 달 27일 대한변협 관계자(왼쪽)가 헌법재판소에 “이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대법원은 ‘형사사건 변호인의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성공보수 약정을 민법의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 재판에서는 형벌의 종류와 형량을 결정하는 법관과 검사의 재량권이 큰 편이다. 그만큼 재판받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담당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은 유혹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성공보수는 이런 심리를 더욱 부추긴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관이나 검사와 가까운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재판에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성공보수는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법부발(發) 법조 개혁의 신호탄’으로 꼽힌다.



 한겨레와 중앙은 모두 대법원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사법현실 개혁의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기대를 보낸다. 중앙 또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가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개혁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평한다.



 성공보수 폐지 이후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두 사설은 비슷한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임료는 착수금과 성공사례비로 이뤄져 있다. 중앙은 성공사례비가 없어진 이후, ‘풍선효과’로 전관 변호사들의 착수금이 대폭 오를 수 있음을 걱정한다. 이렇게 된다면 개혁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앙은 “법원과 대한변협은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한겨레 또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임료 방식이 바뀌면 되레 의뢰인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거나, 성공보수 없이 변호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느냐는 걱정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두 사설은 형사 성공보수 폐지가 꼭 필요함을 역설한다. 한겨레는 “국민이 잘못됐다고 여기는 비정상은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고 잘라 말한다. 중앙 역시 “형사 성공보수는 그동안 변호사들을 판검사에 대한 청탁 유혹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되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형사 성공보수 폐지가 사법 개혁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안에 대해선 두 사설이 전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중앙은 ‘전관예우 근절’에 초점을 맞춘다. 중앙은 “대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법관과 변호사가 이해관계로 얽히는 일이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게끔 하자는 뜻이다. 중앙의 주장은 “성공보수의 폐단은 고위 법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전체 변호사에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과도 맥을 같이하는 듯싶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 중앙의 지적대로 대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은 전관예우의 악습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면에 한겨레는 성공보수 폐지 자체보다 이렇게 결정한 대법원의 의도와 배경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대법원이 상고 이유에 없었던 성공보수 문제를 굳이 직권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 무효라고 판결한 이유”를 묻는다. 한겨레는 그 까닭을 대법원이 “최근 표방해 온 정책법원의 위상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대법원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기능을 상고법원과 정책법원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상고법원은 폭증하고 있는 상고사건을 도맡아 처리하고, 정책법원은 ‘규범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기능’을 도맡는다. 형사 성공보수 폐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정책법원이 내릴 만한 결정에 가깝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하지만 한겨레는 “대법원 자신도 국민이 비판하는 스스로의 비정상과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부터 하라고 꼬집는다. 아마도 이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대법관 구성 방식을 지적하는 듯싶다. 이런 상태로 대법원이 ‘사회의 규준과 가치를 제시’하는 역할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연 이번 판결이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다음 주 논점-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

8월 11일자에는 선거구 재획정을 계기로 불거진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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