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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찾아 1만4000㎞ … ‘암행어사’ 슈틸리케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일정이 없을 때 K리그를 비롯한 국내 축구를 두루 살핀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실험 축구’ ‘실학 축구’에 이어 이번엔 ‘뽑기 축구’다.



주말마다 경기장 몰래 찾아 관람
2부 리그부터 대학경기까지 챙겨
이름값 보다 직접 경기력 보며 선택
이정협·이용재 등 무명 선수 발탁
A매치 데뷔전 골 35년 간 30명 뿐
부임 후 1년 안 돼 벌써 4명 키워내

 울리 슈틸리케(61·독일)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일 중국 우한에서 벌어진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낙점한 김승대(24·포항)와 이종호(23·전남)가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그래서 슈틸리케 감독은 ‘슈 도사’란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슈 도사가 ‘뽑은’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뽑기 축구’란 말도 나온다. 축구팬들은 ‘감독을 잘 뽑았는데, 감독이 선수를 뽑는 실력도 기가 막힌다’ 는 반응이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선 ‘다산 슈틸리케 선생’이라 불렸다. 실리를 중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스타일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는 뜻에서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중국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한 김승대와 이종호는 각각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한국축구 역사상 A매치 데뷔전에서 골맛을 본 선수는 1980년 최순호(53) 이후 35년간 30명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부임 1년도 안 돼 이정협(24·상주)과 이용재(24·나가사키)에 이어 벌써 4명째 A매치 데뷔전에서 득점을 올리는 선수를 키워냈다.



 슈 도사의 ‘뽑기 축구’가 우연의 산물은 아니다. 그는 불편한 걸음걸이에도 불구하고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대리는 “감독님은 현역 시절 거친 몸싸움과 태클로 무릎을 다쳤다. 그래서 여전히 걸음이 불편하다. 계단 오르는 걸 특히 힘들어 한다”며 “그런데도 주말마다 국내 축구경기를 보러 다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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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의 점검 범위는 K리그 클래식에 국한하지 않는다. 2부리그와 대학축구는 물론 유소년 축구까지 꼼꼼히 챙겨본다. 이윤규 통역은 “감독님의 행보는 언제나 열정적이다. 매달 비행기로 1000㎞ 이상을 이동한다. 국제대회 참가와 휴가 때 해외에 나가신 것을 빼곤 7개월 간 차량(현대 제네시스)을 타고 국내에서 이동한 거리가 1만4000㎞를 넘는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장에서 VIP석 대신 일반석을 선호한다. 암행어사처럼 조용히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2부리그 상주의 공격수 이정협은 “호주 아시안컵 본선 이후에도 감독님이 서너차례 다녀가셨다는 이야기를 구단 직원에게 뒤늦게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 23명 선수의 평균연령은 24.2세. 젊은 국내파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중국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김승대와 이종호·권창훈(21·수원)·임창우(23·울산) 등은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포항과 광양·울산 등 팔도를 누비며 직접 뽑은 선수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심리전의 마술사이기도 하다. 독일대표팀과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몸담으며 겪은 경험을 선수단 운영에 적극 활용한다. 2008년 희귀병(폐섬유종)으로 막내 아들 미하엘을 잃은 이후엔 세상사를 초월한 듯한 특유의 화법과 행동으로 선수들을 이끈다. 이재철 대리는 “감독님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 당일에 더 여유롭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준비하며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전을 앞두고는 “중국이 우승 후보다. 한국은 도전하러 왔다”며 몸을 낮췄다. 선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투지를 끌어올리려는 계산된 행동이란 분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잉글랜드 아스널 출신 공격수 박주영(30·서울)을 뽑지 않았다. 이를 통해 ‘누구에게나 대표팀 문이 열려있고, 이름값만으로 주전을 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뽑은 선수들은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볐다. 중국 국영방송 CCTV 왕난 기자는 “한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보다 총 10㎞는 더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북한 전을 경기장에서 잠시 지켜봤다. 우리 팀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5일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2차전을 벌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JTBC와 인터뷰에서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하면 안된다. 우리는 스포츠 측면에서 최선을 다할 뿐” 이라고 말했다.



우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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