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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고수에게 듣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1995년에 생소한 주식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자산주였다. 재무제표에 미처 반영되지 않았거나 적게 반영된 자산을 가진 주식들이 대상이었다. 삼부토건이 첫 주자였고, 가구회사인 선창산업이 뒤를 이었다. 2년 반 동안 계속된 중소형주 상승의 시작이었다.

96년에 상승 종목이 더 늘어났다. 환경 관련주가 대열에 끼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환경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질 거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 올리는 동력이었다.

환경 관련주와 함께 생명공학과 신물질 관련주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 바이오 기술력이 형편없었던 걸 감안하면 의외의 상황이었다. 바이오의 부상은 신약 개발 가능성으로 연결됐는데 전통적인 제약사보다 새로운 의약품 개발 회사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신물질 개발은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문제는 접근 방식이었다. 가장 성공적이어도 몇 년 후에나 상품화할 수 있는 걸 당장 판매가 될 것처럼 포장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당시 거론된 신물질 몇 개를 살펴 보자. 세프라인이란 주방기기 생산업체의 경우 ‘초전도 냄비에 관한 특허를 출원중’이라는 재료로 주가가 배 이상 올랐다. 음식료업체 신동방 역시 무공해 산업용 ‘물’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 하나로 주가가 2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상승했다.

강일구 일러스트
97년에 중소형 주가 몰락했다. 외환위기가 계기였다. 대다수 종목이 열흘 가까이 하한가를 기록하고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2000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에 닷컴 열풍이 겹치면서 유례없는 중소형 주 강세가 나타났다. 주가가 오르면서 기업 경영보다 회사를 사고 파는데 더 관심이 많은 대주주가 생겼다. 벤처의 생명인 기술 개발은 뒤로 미룬 채 공모자금이나 증자대금을 가지고 문어발식 투자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투자가 먹힐 수 있었던 건 닷컴을 포함한 IT기업들이 지금은 적자 상태지만 앞으로는 많은 이익을 올릴 거란 전망을 했기 때문이었다. 벤처기업이 참여하는 영역이 대부분 새로운 산업이어서 이익이 본 궤도에 들어갈 경우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변신할 거란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2000년 역시 폭락으로 마감됐다. 4월 14일 하루 동안 9.7%라는 기록적인 하락을 겪는 극심한 변동 속에 코스피가 1년간 50% 넘게 하락했다. 코스닥은 고점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중소형 주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지금이다. 세 번째 중소형 주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 1년 반 사이에 바이오 주식이 10배 가까이 올랐다. 거래소 시장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동안 코스닥은 꾸준히 상승해 800에 다가섰다.

주가가 올랐지만 이번 중소형 주 상승은 2000년보다 내용 면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 2000년에는 화상 통화 같이 실체가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였다. 바이오도 인간 유전자 지도와 관련한 지놈 프로젝트가 완성돼 기댈만한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어떤 부분이 중소형 주를 끌고 가는 힘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현재 같은 모양이라면 주식시장은 수급과 투기에 의해 주가가 올랐던 95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 주가 오랜 시간 상승을 계속해 왔던 이유가 있다. 우선 대형주 중에서 중소형 주를 대체할 만한 주식이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 코스닥의 상승이 6개월 만에 끝나 거래소에 비해 가격 메리트가 있었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IT와 바이오 등 신기술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런 강세 요인들은 주가가 오르면서 힘을 잃고 있다. 바이오 기업의 현재 주가가 적정 수준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해 매출액이 시가총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매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소형 주와 바이오 주식 상승이 새로운 것 같아도 대상만 바뀌었을 뿐 95년이나 2000년과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주가도 그 당시와 비슷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외환위기와 IT버블 붕괴를 계기로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한 반면, 지금은 그런 급변이 없는 정도다. 이번에는 주가가 고점에서 상당기간 횡보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한 후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지난 6월부터 그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가 확신하지 못하면 주가는 조그만 충격에도 흔들리게 된다. 주가가 낮을 때에는 흔들리는 정도가 약하지만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흔들림이 심해진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고점까지 주식을 가지고 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는 바이오와 코스닥에서 빠져나올 때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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