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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태극기 애국주의

양성희
논설위원
태극기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 2편. 1000만 영화 ‘국제시장’과 개봉 중인 ‘암살’이다. ‘국제시장’의 황정민 부부는 거리에서 부부싸움을 하다 국기하강식 사이렌이 울리자 벌떡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다분히 197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풍경이지만, 위로부터 강요된 애국심 코드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장면이란 비판이 많았다.



 상해임시정부의 친일파 암살작전을 소재로 한 ‘암살’은 포스터에 태극기가 등장한다. 주요 인물들이 태극기가 걸린 방 안에 모여 있다. 암살 요원으로 뽑힌 전지현 등 세 사람이 장도에 오르며 기념촬영하는 장면도 있다. 역시 대형 태극기 앞에서, 목에는 출사표를 걸고 ‘대한 독립 만세’란 구호를 외치면서다. 천진한 포부에 불타는 청년 같은 이들의 사진은 애잔한 비감을 자아내는데,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또다시 등장해 객석을 울컥하게 한다. 소셜 미디어에도 이 장면이 찡했다는 네티즌들의 평이 이어진다.



 광복 70주년인 올해는 태극기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정부 차원의 ‘광복 70주년, 태극기 70일’ 캠페인이 한창이다. 태극기 만들기와 걸기, 전시회 등이 이어진다. 한 공무원시험 면접에선 애국가 4절, 국기에 대한 맹세, 태극기 4괘를 묻기도 했다. 정부부처 홈페이지들도 태극기를 내걸었다. 미래부 홈페이지에는 애국가 듣기 코너까지 등장했다. 고위 공직자들은 태극기 배지를 달고, 군도 전 장병의 전투복에 태극기 마크를 부착하기로 했다.



 국가의 상징으로서 태극기나 애국가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 존중이 아닌, 국가 시책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존중은 불편하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똑같이 태극기가 등장해도 어떤 장면은 ‘동원된 관제 애국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어떤 장면에선 관객이 절로 눈시울을 적시는 것도 그 차이다. 가만히 나둬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요동치며 젊은이들이 온몸을 태극기로 휘감던 붉은 악마의 기억이 있지 않은가.



 80년대 초 여고생이던 나는 전국 규모의 학생회 간부 수련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일종의 정신훈련 프로그램이다. 행사의 백미는 마지막 밤 태극기 체험 프로그램. 칠흑 같은 강당 안에 명상의 시간이 흐르다 한줄기 빛이 비추고, 점점 커져 마침내 초대형 태극기 형상이 나타나면 여고생들이 꺼이꺼이 목 놓아 울었다. 그땐 감격의 눈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애국심이 진짜 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철 지난 ‘태극기 애국주의’의 기억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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