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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놀이터, 아이들에게 돌려줍니다 … 싹 고쳐서

구호·자선·기부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NPO·Non-Profit Organization)들의 활동이 나날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가나 공적 조직들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제3의 영역’에서 펼쳐지는 이들 민간 단체의 활약상을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소개한다. 첫 회에는 ‘어린이 놀이터 지키기’에 나선 단체들이 주인공이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의 세화 어린이공원에서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낡은 시설 때문에 어린이들의 외면을 받았던 이곳(오른쪽 위 사진)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폐쇄될 위기에 처했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이 중랑구와 손잡고 두 달간 리모델링해 되살렸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엔 어린이가 없었다. 구름다리에는 누군가 널어놓은 이불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그네는 줄이 칭칭 말려 아이들의 손에 닿지 못할 위치에 고정됐다. 이곳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하 안전관리법)’에 따라 폐쇄됐다. 안전 기준 미달이 이유였다. 6개월이 지났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개·보수 비용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한 상태다. 일부 주민들은 주차장이나 경로당으로 용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놀이터 근처를 지나던 박모(7)군은 “놀이터가 가까이에 없어서 불편해요. 친구들 데리고 와서 다 같이 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어린이가 없는 놀이터는 곳곳에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6만5014곳(5월 말 기준) 가운데 981곳이 사용 금지 처분을 받았다. 2008년 제정된 안전관리법이 지난 1월에 시행되면서 규정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1500곳을 훌쩍 넘겼던 올해 초에 비하면 그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이용 금지’ 딱지가 붙은 놀이터는 도처에 널려 있다. 현재 개·보수가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다수가 중랑구 아파트처럼 방치돼 있다. 특히 아파트에 이용 금지 시설의 86.7%가 몰려 있다.

 놀 장소를 잃은 어린이들이 많아지자 비영리단체(NPO)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놀이터를 지켜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놀이터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중랑구와 손잡고 폐쇄될 뻔한 상태였던 상봉·세화 어린이공원을 리모델링한 게 시초였다. 두 곳은 약 두 달간의 공사를 거쳐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터로 재탄생해 6월부터 아이들을 맞이했다. 27일 상봉 어린이공원을 찾은 이소희(37·여)씨는 “연령별로 시설 영역이 나뉘어 아이들이 놀기 좋게 됐다. 더 안전해지고 화장실도 새롭게 조성돼 맘에 든다”고 말했다.

 어린이놀이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도 이 단체의 손길이 닿았다. 지자체와 협력해 놀이터를 새로 지어주고 2년간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 의성군과 강원도 영월군, 전북 완주군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9월 중순 의성에서 첫 놀이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완주군에선 27~28일 지역 초등학생 39명이 모여 놀이터 정책을 만들고 박성일 완주군수에게 직접 제안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와이파이가 언제든 가능한 놀이터’나 ‘아파트에서 미끄럼틀로 연결되는 놀이터’처럼 천진한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야간등·화장실 설치 등 어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요구 사항도 있었다. 오재용(11)군은 “학교는 멀고 집 근처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집 안에서 노는 경우가 많다. 안전하면서도 재미있고 가까이 갈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박 군수는 “놀이터에서 가장 기본적인 걸 지키지 못해 어른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고 답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시민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민들이 동네에 폐쇄된 놀이터는 없는지, 있다면 놀이터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이들에게 직접 목소리를 내자는 게 운동의 핵심이다. 2개월간 ‘놀이터를 지키자’는 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4753명의 서명을 받았다. 어린이재단은 특히 이용이 금지된 놀이터들이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영세한 주택가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공·민간 여부와 상관없이 관리 주체가 개·보수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안전관리법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형편이 나은 아이들은 놀이터가 없어져도 유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집 앞 놀이터가 유일한 놀이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정치권과 지자체도 변화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동료 의원 12명과 함께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안에는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어린이놀이시설이 민간 시설이라 해도 지자체가 보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재정 여건이 취약한 서민 주택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린이재단은 지난달 16일 진 의원에게 국민 서명서를 전달하고 공동 기자회견도 열었다. 진 의원은 “어린이들의 놀 권리는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보장해야 한다. 많은 시민이 뜻을 모아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회의원들에게 시소나 그네 등 한 가지 기구라도 불합격하면 놀이시설 전체를 폐쇄하는 현행 규정을 완화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정종훈 기자, 전다빈·정현령 인턴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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