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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자문위원이 “내 이름 빼달라”는 특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28일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날아들었다. “오보. 참여 안 함.” 새누리당의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알려진 교수의 메시지였다. 그는 할 말이 많았는지 곧바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외국 출장 중이다. 언론 보도를 보고 (자문위원에) 위촉됐다는 걸 알았다. 참여 의사를 묻는 전화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 불참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다. 명색이 노동시장 개혁이란 국가적 대사를 다루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자문위원은 또 있었다. 모 대학교수는 “새누리당에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묻지마 식으로 위원 구성을 하는 걸 보면 (특위가) 어디로 갈지 몰라서다”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열린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전체회의에 상당수 자문위원이 불참했다. 새누리당은 특위 출범을 알리며 ‘대학교수와 당협 위원장 등 6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이게 구색맞추기용 끼워넣기식 위촉이었던 셈이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일일이 의사를 물으려 했으나 해외에 계시거나 해서 (참여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문위원은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내는 사람 아닌가. 어느 당에서든 할 수 있는 만큼 무리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인 모 교수는 “각 정당의 토론회나 세미나에 참석해 발제를 하거나 토론하는 것은 학자로서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정당에 자문을 하는 것은 공익성을 해칠 수 있다. 학자는 학자적 양심에 따라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도 얘기했다. “특위를 급조하면서 학자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특위 위원들이 노동개혁의 내용을 얼마나 찬찬히 들여다봤는지도 의문이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또 다른 교수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정당의 정치적 행보에 학자를 동원하는 것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다. 당력을 총동원해 총선 패배를 각오하고 노동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각오가 남다르면 실천 과정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모양새 갖추기에만 눈독을 들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래서는 향후 특위의 활동이 순수한 노동시장 개혁 행보로 인정받기 힘들다. 오히려 여론몰이형 정치행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오죽하면 모 교수는 “혹 문제가 생길까 봐 증거로 불참 의사를 표시하는 문자까지 남겼다”고 했겠는가.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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