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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근접하고, 넘어서고 … 불붙은 강남 재건축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35㎡형(이하 전용면적)은 최근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5000만원이나 올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기록한 종전 최고가(6억8000만원)를 회복했다. 호가(부르는 값)는 6억9000만원까지도 나왔다. 인근 세방공인중개업소 전영준 사장은 “이 아파트 옆에 있는 개포시영이나 주공1~3단지 호가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며 “추가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지금은 매물도 귀하다”고 전했다. 한강변에 위치한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107㎡형은 올 들어서만 2억원가량 올라 26억~2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라 2008~2010년 고점인 22억원은 진작에 돌파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76㎡형도 지난달보다 5000만원 올라 11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 재건축 시장이 심상찮다. 올 들어 매매가격이 수천만원씩 뛰었다. 일부 단지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세웠던 종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뛰면서 강남권의 일반 아파트로 매수세가 옮겨 붙을 조짐까지 보인다. 호가만 뛰는 게 아니다. 오른 가격에 거래도 이뤄진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개포 주공4단지는 올 상반기(1~6월) 133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106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1년간 105가구가 거래된 잠실 주공5단지도 올 들어 29일까지 125건이 거래됐다. 잠실동 잠실박사공인 박준 사장은 “7월에만 34가구가 거래돼 7월 기준으로 10년 사이 가장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재건축 사업의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개포동 일대 시영과 주공3단지는 최근 관리처분을 신청했고, 주공1·4단지는 재건축 7부 능선인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서초구에선 삼호가든4차·우성2차·반포한양이, 송파구에선 가락시영이 곧 일반분양에 나선다.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는 건 사업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사라진 덕이다. 지난해 말 재건축으로 거둔 시세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 환수제가 3년 더 유예됐고, 4월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다. 일반분양 분양가를 올려 주민 부담은 줄고 시세차익에 세금은 안 내도 돼 채산성이 좋아졌다.


 여기에 저금리가 기름을 부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은행에 돈을 넣어 둘 이유가 없어진 데다 돈을 빌리기도 쉬워 재건축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뛰면서 주변 일반 아파트 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84㎡형은 최근 2000만원 올라 12억5000만~13억원을 호가한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니 주변 아파트 값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건축발(發) 아파트 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포 주공3단지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이주에 들어가면 전세난으로 인해 매매로 돌아서는 실수요까지 가세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전문가 4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응답자의 62.2%가 하반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저금리(55.2%)와 전셋값 상승(29.2%)을 그 이유로 꼽았다. KDI 송인호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제도 시행 전인 올 하반기 오히려 거래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내년에도 가계부채 대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의 거래가 활발해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아파트 값이 급등한 만큼 가격 저항감도 크다는 분석이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 이후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에 들어가면 2~3년 후 입주 시점엔 금리가 인상돼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당분간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의영·하남현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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