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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지켜봤다” 박근혜 닮은 힐러리 vs “해봤다” 이명박 닮은 부시

미국 대선을 15개월여 앞두고 여야의 대표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메시지가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대통령직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는 클린턴 전 장관은 대통령의 장녀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유사하고 “내가 해봐서 안다”는 부시 전 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 화법’과 닮았다. 클린턴 전 장관과 부시 전 지사가 각각 ‘경험’과 ‘실적’을 강조하며 벌어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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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13일 뉴욕에서 한 첫 대중 연설에서 “이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는 알고 있다”며 “바로 옆에서(up close and personal) 지켜봤다”고 밝혔다. 백악관 안주인으로 8년간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내조했음을 부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조용한 ‘안주인’은 아니었다. LA타임스 기자 출신의 제임스 만이 쓴 『오바마의 사람들』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남편을 설득해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국무장관으로 만든 주역이었다. 박 대통령은 1974년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뒤 5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부시 전 지사는 이틀 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나는 문제를 어떻게 고칠지 알고 있다. 내가 해봤기 때문(because I‘ve done it)”이라고 역설했다. CNN에 따르면 부시 전 지사가 플로리다를 지휘하던 8년간 플로리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4.4%로, 미국 전체 평균인 3%를 상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는 지역 경제를 발전시켰던 주지사 시절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내가 노점상을 해봐서 안다” “내가 자동차 일을 해봐서 좀 안다”고 했던 이 전 대통령의 복사판이다.

 클린턴 전 장관과 부시 전 지사가 다른 메시지를 내건 데는 두 사람의 천양지차 경력이 작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당·정·청’을 두루 거친 백전노장이라면 부시 전 지사는 워싱턴의 중앙 정치에는 변변한 경력이 없는 ‘성공한 기업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백악관을 나온 후 상원의원 8년, 국무장관 4년으로 20년간 정치와 내치의 중심에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 대선 도전이다. 박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역할과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뒤 두 번째 대선 도전에서 성공했다.

 반면 부시 전 지사는 주지사에서 퇴임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돈을 잘 버는 사업가로 살았다. WP는 부시 캠프가 공개한 납세 내역을 근거로 “부시 전 지사는 퇴임 후 2013년까지 2900만 달러(339억여원) 이상을 벌었다”며 “현재 순자산은 1900만∼2200만 달러(222억∼257억여원)로 퇴임 당시보다 최소 14배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자문회사 운영과 강연료 수입 등으로 번 돈이다. WP는 “(재산 공개는) 민간 영역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든 인물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이보다는 현대 CEO와 서울시장 경력을 결합했던 ‘성공 신화’가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었다.

 두 사람의 호소 전략도 한국 대선과 비슷하다. 2012년 10월 박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 탄생이 가장 큰 변화와 쇄신”이라며 여성 리더십을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첫 할머니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할머니 전략’으로 한발 더 나갔다. 미국 언론에서 이미 ‘할머니 통수권자(grandma in chief)’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747 공약’을 약속했는데 부시 전 지사는 ‘419 공약’을 내걸었다. 7%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세계경제강국 부상이 747 공약인데 부시 전 지사는 출마선언 때 4% 경제성장률, 19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실현 불가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닮은 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인구, 노동 참여, 노동 생산성의 흐름을 뒤집는 묘수가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물론 박 대통령을 닮은 클린턴 전 장관, 이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부시 전 지사라는 도식은 부분적으로만 해당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대기업과 월가를 강력 비판하는 진보 진영의 후보라 박 대통령과 철학이 다르다.

 클린턴 전 장관과 부시 전 지사는 지금 위기를 겪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여전히 민주당의 1등 주자이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원금을 받아온 클린턴 재단이 도마에 오른 데 이어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로 정부 비밀까지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 정부 감찰관들은 클린턴 전 장관의 e메일 문제를 법무부에 조사토록 의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달초 아이오와주를 찾아 거리 행진을 하던 중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밧줄을 치는 이른바 ‘밧줄 행진’을 하며 접근 불가 후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시 전 지사는 도널드 트럼프가 ‘막말 마케팅’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사이 2등으로 밀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추진력의 이 전 대통령과는 달리 밋밋한 스타일이 문제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부시 집안에 걸맞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버지의 대중 설득력이나 형의 추진력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워싱턴 정가의 평가를 대변한다.

채병건 워싱턴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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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