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글로컬 광장] 인성교육의 출발, '할매할배의 날'

영화『국제시장』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죽을 고생을 다해 살아온 덕수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먹먹한 감동을 주었다. 영화 속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올바른 인성 없으면 선진국 절대 못 돼
매달 마지막 토요일 어르신 찾아 뵙기
전국으로 확산돼 나라에 새기운 솟기를

광복 이후 70년을 우리는 그렇게 살았다. 잘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를 악물고 달렸고, 가난의 한을 물려줄 수 없다는 각오로 억척스럽게 일했다. 지금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그러한 피와 땀의 결정체인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성장에만 치중하고 상대적으로 정신적인 가치를 소홀히 한 대가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병리 현상으로 사회안전망 곳곳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가족간의 견고한 유대는 사라져 버리고 세대단절을 넘어 가족해체, 가족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의 인성붕괴와 물질만능의 가치관은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가까이로는 압축 성장으로 대표되는 산업화의 부작용, 멀리로는 일제가 저지른 민족정체성 말살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 뿌리인 인성교육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바른 가치관의 형성 없이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인성교육이 시급한 이유다. 습관이란 손님처럼 슬그머니 왔다가 주인처럼 자리 잡기 때문에 어릴 때 습관은 어른이 돼서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인성교육의 첫 출발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어른들은 과중한 근로에 시달리고, 아이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허덕인다. 그러다보니 온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 조차 어렵고, 가족 간에 하루 종일 얼굴 한 번 못 보는 집도 허다하다.



일 중심 문화를 가족 중심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경북도가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지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한 달에 하루만이라도 자녀·부모·조부모가 함께 하는 날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대 간 벽은 허물어지고, 가족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리라 본다.



‘할매할배의 날’은 단순한 노인정책의 하나가 아니다. 조손(祖孫) 간의 인식차 회복을 통해 잃어버린 정신적 뿌리를 되찾고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함이다. 이는 혼과 정체성을 정립하는 일과도 직결된다. 어른을 제대로 모실 때 사회가 건강해지고 그렇게 되면 나라의 기강도 자연스럽게 바로 서기 마련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조부모의 날을 국경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조부모의 날이 되면 할머니·할아버지를 학교로 초청해 꽃을 달아드리고, 어른들의 지식과 인생경험을 배우게 하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14개 나라가 조부모의 날을 지정해 놓고 있다. 자녀들의 인성교육, 화목한 가족관계 형성에 조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은 한국 정신문화의 창(窓)이다. 시대적으로 항상 국난극복의 중심이 되었다. 끊어진 역사의 맥을 잇는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라의 정신적 중심인 경북이 먼저 나서야 한다. 할매할배의 날도 그래서 시작했다.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관계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도의회에서 조례도 제정했다.



이제 새로운 격대(隔代) 문화의 첫 걸음은 내디뎠다. 한 달에 단 하루지만 사랑과 감사, 가족의 정을 돈독히 하는 특별한 날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세대 간 소통이 회복되고 아이들이 조부모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꾸준히 펼쳐 나갈 것이다. 학교교육, 사회교육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역할이 크다. 부모가 조부모를 공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아이는 커서도 부모를 공경하기 마련이다. 도청 공무원부터 자녀와 함께 조부모 찾아뵙기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아이 손잡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자. 한 달에 한번이 어려우면 가족들이 상의해 적당한 주기를 정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만남을 통해 가족의 정(情)을 쌓아가는 것이다. 손주들이 팔짝팔짝 뛰면서 달려가고 대문 앞까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반갑게 맞이하는 할매·할배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할매할배의 날이 전국으로 확산돼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