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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 목표 상향 조정 아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7%를 감축하되 그중 11.3%는 해외에서 탄소 크레디트를 사들여 상쇄하고, 산업 부문 감축률은 12%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당초 제시했던 14.7%에서 31.3%까지 감축하는 4개의 시나리오에 비해 목표가 상향 조정됐다며 2020년 목표보다 진전된 안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상향 조정이라는 말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해외 감축을 제외한 순수 국내 감축분만 따지면 배출 전망치의 25.7%를 줄인다는 제3안과 같기 때문이다. 이 경우 2030년에 국내에서는 온실가스를 6억3200만t가량 배출하게 된다. 이는 2020년 목표 배출량보다 16.4% 증가한 양으로 2020년 감축 공약 파기를 전제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이미 해외의 분석기관들은 한국의 감축 목표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모든 국가가 한국 수준으로 2030년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3∼4도 정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2도 상승 억제라는 국제사회의 목표와 배치된다. 감축 목표를 배출 전망치라는 상대적인 기준에 견줘 잡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의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아직도 개도국 흉내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외교적 언사’를 배제한 상태의 국제 여론이다.



 산업계는 감축 목표가 과도하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공산이 크다. 기대했던 것보다 큰 선물을 정부가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문은 18.5%였던 산업계의 감축률을 대폭 줄여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산업계는 15년 후에도 지금보다 온실가스를 8.8%가량 더 내뿜어도 된다. 한쪽에 특혜를 주면 다른 쪽은 그만큼 허리가 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가정·상업·수송 등 다른 부문의 감축 부담은 37%보다 훨씬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감축 목표 설정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경제는 일부 에너지 다소비 업종만 감싸고도는 반쪽짜리 경제에 불과하다. 이번에 발표한 감축 목표대로라면 2030년 예상되는 우리나라 1인당 배출량은 12.1t이다. 이는 같은 해 1인당 5t보다 적게 배출하는 수준으로 목표를 잡은 유럽 국가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유럽연합이 적극적인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이 경제에 부담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년간 유럽연합에서 GDP는 44% 증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 줄어들었다.



 지난달 G7 정상들은 2100년까지 화석연료 퇴출을 공식 제안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에 연간 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도 1000여 석탄광산의 폐쇄 계획을 세우는 등 ‘녹색 중국’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런던정경대 연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시진핑 주석이 발표한 2030년보다 5년 앞서 2025년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남들은 저탄소 경제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고 녹색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만 ‘갈색 성장’ 시대에 남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정책 탓에 ‘마른 수건이 찢어질 판’이라고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분식회계나 의사 결정의 실패라면 몰라도 온실가스 규제 때문에 기업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에너지 효율이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현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이 상충한다는 생각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감축은 ‘자원 낭비형 경제’와 ‘일자리 없는 성장’의 벽을 동시에 뛰어넘는 지렛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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