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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무기·짐 150kg 실어나르고 … 10m 담장도 뛰어 오르고





[세계 속으로] 늘어나는 군사 로봇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을 거다. 장난감 로봇 결투에 불과하다.”



 미국과 일본의 거대 로봇들이 세기의 결투를 펼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로봇 전문가가 평가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미국의 메가보츠(Megabots)와 일본의 스이도바시중공(水道橋重工)이 1년 뒤 벌일 로봇 전투를 분석한 ‘미·일 대형 로봇 결투 관련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다. 지난달 미국 로봇 제작자가 일본 로봇에 결투를 요청하는 인터넷 동영상이 올라오자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본 로봇 제작자도 동영상으로 이를 수락했다.



① 내년에 미국 로봇과 대결을 펼칠 일본의 구라타스. 사람이 가운데 올라타 조종할 수 있다. ②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③ KAIST에서 제작한 휴보. ④ 미국에서 개발된 수술 로봇 다빈치. [사진 스이도바시중공,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튜이티브서지컬], [김민상 기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2004년부터 로봇을 만들어 온 일본 스이도바시중공에 획기적인 기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1973년생인 창업자 구라타 고고로가 로봇 전문가가 아닌 금속조형작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복잡한 로봇 동작 구현을 실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 로봇산업진흥원 선임은 “동영상을 보면 유연하게 움직이지도 못한다”며 “주목을 끌려고 대결을 펼치는 것일 뿐 비중 있게 지켜봐야 할 행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메가보츠의 공동 창업자 쿠이 카발칸틴이 또 다른 로봇 제작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4년 동안 근무했던 점에는 주목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3년 인터넷 기업 구글이 인수한 로봇 제조회사다. 2005년부터 미국 국방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전투 로봇을 개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개처럼 네 발로 다니는 ‘빅도그’, 자동차 장난감처럼 땅 위를 구르다가 10m 높이 담장을 오를 수 있는 ‘벼룩 로봇’, 벽 위를 거미처럼 기어오를 수 있는 ‘라이즈(RiSE)’ 등을 개발했다. 빅도그는 미군 해병대와도 훈련을 같이 받는다. 100㎏에 달하는 네 발 달린 로봇이 무게 150㎏의 짐을 등에 짊어지고 진흙 위를 돌아다닌다. 산비탈이나 진흙 위를 자유롭게 다니면서 군인의 짐을 대신 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박현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로봇 PD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국방용 제품이라 핵심 부품은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핵심 부품이란 유압(油壓)펌프를 가리킨다. 주사기와 같이 생긴 원통 실린더에 기름을 채워 넣어 압력을 가한 다음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다. 큰 힘을 전달하기 쉬워 굴착기와 같은 중장비에 주로 쓰인다. 대형 장비에 주로 사용했던 유압펌프의 부피를 줄이면서도 적군의 추적을 피하도록 소리를 작게 내도록 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과거 전투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인 미세한 펌프 제조기술을 로봇에 접목시켰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 같은 기술력으로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간형 로봇도 만들었다. 2013년 아틀라스(Atlas)라는 이름을 단 로봇은 1m80㎝ 키에 두 발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 10㎏ 무게추가 옆에서 허벅지를 때려도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달 열린 세계적인 로봇 경연대회에서 아틀라스를 꺾은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해 상금만 200만 달러(약 22억원)가 걸린 대회에서 한국 KAIST 팀이 휴보를 들고 나와 아틀라스로 출전한 미국 MIT 팀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아틀라스는 뒤뚱거리다 넘어지기를 반복했지만 휴보는 안정된 자세로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자동차를 오르내렸다.



 휴보는 아틀라스와 달리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전원이 켜지면 바로 작동되고 미세한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유압은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한 번에 큰 힘을 낼 수 있다. 전기모터를 전기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유압은 휘발유로 시동이 걸리는 자동차와 비슷한 원리다. 한 번 시동이 걸리는 데 전기자동차에 비해 오래 걸리지만 일단 움직이면 꾸준하면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유압의 정확도까지 높여 안정되고 큰 힘을 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휴보의 아버지’ 오준호 KAIST 교수도 휴보보다는 아틀라스에 로봇의 미래가 가까이 있다고 예측했다. 오 교수는 “전기모터 로봇은 가정에서 소규모로 활동하는 로봇에서 쓰이겠지만 유압펌프로 움직이는 로봇은 앞으로 군사용이나 산업용으로 적용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미국은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군사 로봇 비중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2012년 기준 미국에서 로봇 기술로 움직이는 무인기는 7494대로, 전체 전투기 3대 중 한 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10년 이상 국방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하반신은 괘도가 달린 전차, 상반신은 로봇이 달린 ‘반인간형’ 무기 로봇을 8년째 개발 중이다. 서울대와 함께 곤충형 생체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도마뱀처럼 네 발로 다니는 4족 로봇, 물속에서 어뢰를 탐지하는 어류형 로봇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ADD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개된 로봇은 10년 전 이야기”라며 “군 기밀사항이라 세부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최근 기술 개발을 마친 로봇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 로봇은 산업용으로 개발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미국 수술용 로봇 다빈치는 80년대 미 육군이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수술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느다란 로봇 팔을 의사가 조종하는 방식이다. 개발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수술을 하는 방식보다 로봇 수술이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추가로 발견됐다. 맹장을 떼야 할 경우 사람이 손으로 수술하면 배 부위를 10㎝가량 잘라야 하지만 로봇 팔 수술은 2㎝ 절개만으로도 가능하다. 다빈치는 이 기술을 2000년 상용화해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을 독점했다. 군사 로봇을 살인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킬러로봇이 군인과 민간인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수 있고, 시스템 해킹 또는 오작동의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뢰 반대 운동으로 199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조디 윌리엄스는 지난해 11월 “킬러로봇의 개발과 배치, 운용 등을 제어할 최소한의 수단이 필요하다”며 국제적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은 휴보로 로봇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휴보에 들어가는 전기모터는 모두 스위스 제품이다. 부피가 작으면서도 큰 힘을 낼 만한 모터를 개발하는 기술이 아직까지 국내에 없다. 스위스 모터 한 개당 가격은 60만원으로 32개가 달린 점을 감안하면 휴보의 전체 제작비용 1억원 중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감속기까지 감안하면 수입 부품 비용 비중이 50%를 넘는다. 허정우 KAIST 휴보 담당 수석연구원은 “휴보가 시장에 나와 팔려도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한국의 로봇 기술 개발이 보여 주기 성과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LG전자에서 로봇 개발 총괄 업무를 맡았던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외견상 껍데기만 좋아 보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한발 늦더라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로봇산업은 자동차산업 규모보다 커질 것”이라며 “끈기를 갖고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S BOX] “로봇 결투, 10년 안에 새로운 스포츠 경기 될 것”



“수조원 규모의 새로운 스포츠 경기가 나올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거대 로봇들이 대결을 펼친다는 소식이 나오자 미국 언론들은 월드컵에 맞먹는 스포츠 경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CNBC 방송은 미국 메가보츠 창업자 브링키 워런이 “세계 도전자를 모으면 로봇 결투는 10년 안에 세계 3대 스포츠 경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로봇 결투로 가난한 복싱 선수가 돈과 명예를 쥐는 영화 ‘리얼스틸’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크다.



두 로봇이 맞붙어 상대를 망가뜨릴 때까지 싸우는 로봇 결투는 199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로봇워스(Robot Wars)’와 ‘배틀보츠(Battlebots)’라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장난감 자동차가 단순히 밀어붙이는 기능에서 시작하더니 회를 거듭할수록 날카로운 찍기 무기, 뒤집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장치가 등장했다. 규칙은 3분 안에 상대 로봇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상대를 구멍에 밀어 넣거나 톱니가 달린 벽에 처박아도 우승할 수 있다. 권투 경기처럼 로봇 무게에 따라 체급이 다르다.



 미국 ABC 방송은 지난 3월부터 ‘배틀보츠’를 13년 만에 재방영하기 시작했다. 우승자가 계속 같은 기능만 보여주자 2002년 중단된 프로그램을 최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시 살렸다. 올해는 두 발로 걸으면서도 팔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일했던 권동수 KAIST 교수는 “미국은 로봇 오락 문화가 상당히 발달해 결투에 돈을 걸기도 한다”며 “한국은 아직 교육용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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