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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한글 탄생 숨은 주역은 세종대왕 둘째 딸?

한글의 발명

정광 지음, 김영사

508쪽, 1만9800원




국어학자이자 고려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한글 탄생을 흔히 생각하는 것과 사뭇 다르게 설명한다.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가 한자의 발음표기라는 것, 즉 일종의 발음기호로 한글을 만들었다는 주장부터 그렇다. 원나라 이후로 중국의 한자 발음이 우리네 기존 한자 발음과 달라지자, 이를 수정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려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나오는 ‘國之語音 異呼中國(국지어음 이호중국)’이 이런 발음 차이를 가리킨다고 풀이한다. 또 한글 발명에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글자 가운데 몽고의 파스파 문자가 직접적 영향을 줬다는 것, 불경을 통해 고대 인도의 음성학을 접한 승려들이 이론적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흥미로운 주장의 타당성을 여느 독자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이 책은 대중을 겨냥한 교양서로 집필된 게 아니다. 논문·저서로 저자가 연구해온 바를 집대성했다. 문외한에게는 판단은커녕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기도 종종 어렵다. 파스파 문자의 영향에 대한 대목이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저자의 의지는 뚜렷이 전해진다. 한글 발명을 신비화하는 시각을 경계하면서 역설적으로 한글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이는 한글이 세종의 그저 놀라운 업적이 아니라 치열한 분투의 산물임을 돌아보게 한다. 한글 탄생에 세종의 둘째 딸 정의공주가 큰 공을 세웠다거나, 세종을 도운 학자 신숙주가 중국·일본·몽골·여진 같은 외국어에 고루 능통했다는 대목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새 글자에 반대하는 최만리 같은 유생의 상소에 부딪히면서도 한 나라의 군주로서 당대의 지적·창의적 역량을 최대한 한글 발명에 끌어모으려 한 세종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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