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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사 성공보수 폐지, 이참에 전관예우 추방하자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유지돼온 형사 성공보수가 67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대법원은 23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특정한 수사 방향이나 재판 결과를 성공이라고 정해 금전을 주고받기로 하는 합의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고위 법관 또는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형사 성공보수는 전관 변호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전관 변호사들 사이에선 “대법관들이 자기 밥상을 엎은 꼴”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는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문제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개혁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사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형사 성공보수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은 형사 성공보수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허용하고 있지만 형사사건 대부분을 국선변호인이 맡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거액의 성공보수를 둘러싼 논란이 없다.



 형사 성공보수는 그동안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대한 청탁 유혹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돼 왔다. 의뢰인은 보석·무죄·집행유예를 끌어내기 위해 담당 검사나 판사와 가까운 전관 변호사에게 몰렸다. 일부 변호사들은 판사·검사와의 인연을 내세워 거액의 성공보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과다수임료 문제로 이어졌다. 종종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법정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고 허모씨는 석방 성공보수로 변호사에게 1억원을 선납했다. 허씨는 판사 등에 대한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줬다고 한다. 결국 형사 성공보수가 형사재판을 연고주의, 전관예우에 오염시켜 사법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셈이다. 이 때문에 2000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2007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형사 성공보수 금지를 추진했으나 입법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들이 퇴임 후 개업을 하지 않는 관행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이름만 걸어놓고 ‘도장값’으로 수천만원을 받는 행태부터 없애지 않으면 전관예우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



 형사 성공보수를 폐지한 뒤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풍선효과’로 전관 변호사들의 착수금이 크게 올라가면 진정한 개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거액의 착수금을 미리 받아놓고 불성실 변론을 한다면 의뢰인 입장에선 차라리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를 주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약발’이 있는 전관 변호사가 착수금을 올리면 의뢰인은 그대로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법원과 대한변협은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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