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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대사는 국회의원 의전 요원이 아니다

이정헌
도쿄 특파원
“국회의원들이 왔는데 대사가 나오지도 않고 그럴 수 있어요?” “(일본) 신문사와 약속이 있어서 거기 참석하느라.”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 제38차 한·일, 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 개회식을 앞두고 양국 국회의원들이 삼삼오오 입장할 때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유흥수 주일대사가 손을 내밀며 인사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한 명도 아니고 40여 명의 국회의원이 일본을 찾았는데 대사가 직접 공항 영접을 나오지 않은 걸 문제 삼았다. 저녁 식사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은 건 의원들을 무시한 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따로따로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음 날 강 의원을 만나 경위를 묻자 “의원들의 불만이 많았고 대표로 총대를 멨다”고 했다. 의원외교에 나선 국회의원들을 대사가 맞이하는 건 ‘예의’라고 강조했다. 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의 역할과 한국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권위가 충돌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기존 ‘국회의원 해외여행 시 예우에 관한 지침’을 ‘국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시 재외공관 업무 협조 지침’으로 바꿨다. 의원이 재외공관의 협조를 얻기 위해선 출국 10일 전 외교부 장관 앞으로 공문서를 보내도록 했다. 또 개인적인 이유로 외국을 방문할 경우엔 원칙적으로 재외공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했다. 재외공관이 본연의 업무인 주재국 상대 외교 활동과 재외국민 보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거다. 문제는 이번 방문처럼 공무여행 시 대사의 의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무와 개인 일정이 뒤섞이는 경우엔 더욱 복잡하다.



 유 대사와 일본 신문사의 저녁 약속은 지난 4월 일찌감치 잡혔다는 게 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약속을 바꿀 형편이 못돼 일부 의원에게 전화로 사전 양해를 구했고 공항에선 정무공사가 대신 영접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사에게 면박을 준 건 지나쳤다는 분위기다. 주일대사가 일본을 방문하는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을 모두 챙기기 시작하면 제 업무를 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특히 한·일 관계가 복잡하고 냉랭한 요즘 일본 언론인들을 만나 의견을 주고받고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건 대사의 중요한 외교 활동이다. 이를 제쳐두고 국회의원들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4월 “재외공관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정치인과 유력 인사들의 편의 제공과 일정 수행에 열중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는 이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외교부 지침이 변경됐지만 일부 의원들의 지나친 의전 요구는 여전하다. 외교관들 사이에선 “국회의원 의전은 잘해야 본전”이란 말까지 나온다. 자칫 욕먹기 십상이다. 2009년 일본 연립여당은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출장 시 재외공관의 접대를 받지 못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권위를 내세우며 폐 끼치지 말란 뜻이다. 대사는 국회의원 의전 요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정헌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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