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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노래로 배웠네]<27>‘원나잇의 꿈’에 대한 한편의 괴담

원나잇을 원한다는 생각말고

전부 꼬실 수 있다는 자신감 버리고

오늘은 되겠지 라는 꿈도 버리고

가라고 집에 가라고

빨리 가라고

-나몰라 패밀리, '야동근'





이분들 노래입니다




사실 오늘 얘기는 연애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애를 좀 더 넓게 해석해서, 남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런 사례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 바란다.)

한창 나이의 남자들에겐 원나잇 스탠드에 대한 로망이 있다. 뭐 이런 짐승 같은 놈들이 있나 생각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손바닥이라는 게 혼자서는 절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고 보면, 그들만 뭐라 탓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당장 충실해야 할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무슨 폭력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서로 눈빛과 눈빛이 원하는 대로, 욕망과 욕망이 부르는 대로 서로 짝짜꿍이 맞아서 하는 일이라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닐까.



제목좋고




지금은 결혼해 잘 살고 있는 한 후배는 아예 이런 회고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솔로 시절. 매주 금요일 밤이면 홍대입구역 코인라커에 가방을 넣고 잠그며 결의를 다졌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시절, 홍대입구역은 열두시 반쯤에 셔터가 내려졌고 당연히 코인라커의 가방도 꺼내러 갈 길이 없었다. 그러니 결의의 내용도 뻔했다. “오늘 밤 만날 그녀와 첫눈에 뿅뿅 사랑을 나누고, 이른 아침 쿨하게 해장국을 먹은 뒤 느긋하게 가방을 찾아 집에 가리라.” 물론 실제론 이런 꿈을 이루는 날보다 홍대 입구역 계단에 앉아 첫차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날들이 훨씬 더 많았겠지만, 그 다음 주가 되면 여전히 전장으로 돌진하는 화랑 관창의 심정이 되어 코인 라커에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이 그의 솔로 시절이었다고 한다. (뭐 모든 남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고,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남자들이 꽤 있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오늘의 이야기는 ‘근데 그러다 큰일 날 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경고다. 뭐 에이즈 같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실감나고 무서운, 한 후배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어느 해 연말, A는 팀 회식을 했다. 다들 들뜬 분위기에서 막내 알바생이 자기 친구가 지방에서 올라와 있는데 마땅히 갈 데가 없으니 불러도 되겠냐고 물었다. 다들 ‘모르는 여자’에 대한 설렘으로 좋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친구는 인물도, 스타일도 평균 이하라 다들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연말이라 다들 넋놓고 마셨고, 2차 3차가 이어지다 A는 평소대로 필름이 끊겼다.



깨보니 현빈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여러분의 기대대로 모텔에서 잠을 깬 A 옆에는 그 알바 친구가 누워 있었다. 자신의 이상형과 거리가 먼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께름칙함이 있었지만 어쨌든 A는 가능한 다정하게 대했고, 고향에 내려가는 차 앞까지 그녀를 배웅했다.



이것은 대박(기사내용과 상관없음)




당연히 A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세월이 흘렀다. 대략 1년 가까이 지나 이름이며 얼굴이 가물가물해졌을 때쯤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차나 한잔 하자는 얘기.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차를 마시는데 그녀의 얼굴이 좀 부어 있었다고 한다. 살이 쪘냐고 물으니 아기를 낳은지 얼마 안 돼 그렇다는 그녀의 대답. 그새 결혼을 했느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고…



뭐 다음 얘기는 여러분의 짐작 범위 안에 있으니 진도를 나가면, 그는 그 아기가 자신의 아기라는 말에 펄쩍 뛰었고, 여자 부친도 찾아왔고, 친자 확인도 했고, 했는데 그의 핏줄 맞고… 그는 어느새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여자 부친에게 항변을 했다. ‘아버님 심정은 이해하지만 나는 댁의 따님과 그날 하룻밤 같이 잤을 뿐, 사귄 적도 없고, 1년간 애가 뱃속에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나도 억울하다.’ 그러자 그 아버지가 화들짝 놀라더라는 거다. 아버지는 ‘서울에 애인이 있고, 바빠서 내려오진 못하는데 자기가 한달에 몇번씩 서울로 만나러도 가고, 애 낳을 때에는 해외 출장을 가서 병원에도 못 와 보고…’하는 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그래서 이번에 서울에 올라 올 때 아주 전형적으로 ‘순진한 애 꼬셔서 몸 버려놓고 나 몰라라 하는 나쁜 놈’을 처단할 각오로 왔다는 거였다. 여자에게는 A가 모르는 지난 1년간의 러브 스토리(창작)가 있었던 거다.



그래서 A는 여자 아버지에게 사정했다. 제발 따님과 한번만 3자 대면을 하게 해 달라고.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다음날, 아버지는 딸에게 말을 꺼내자 딸이 어디로 사라졌다며, 혹시 어디 갔는지 모르냐고 이 친구에게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더라는 거다. (그 뒤로도 몇 가지 사연이 더 있으나 여기선 생략한다)



그 뒤로 A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나날을 보냈다(최소 그 뒤로 2, 3년간은 그랬다. 그 다음엔 연락이 뜸해져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씨가 자라고 있고, 언제 그의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피를 말린다는 얘기였다. 물론 연애고 결혼이고, 정상적인 삶은 다 포기했다. 대체 어떤 여자가 이런 사연을 이해해 줄 것인가.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사셨건 몸과 마음을 조금은 겸손하게 유지하시길 바란다. 인생 모른다. 언제 내가 막장 드라마의 주역이 될지. 특히 필름 아무데서나 끊기는 분들은 제발 술버릇 고쳐라.



A군을 생각하며 노래 한 곡 띄운다.



마무리는 이분 노래로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되는건 없는지

사랑에 버려진 세월의 슬픔을 아는지

알수없는 너를 하룻밤 꿈같은 너를

언제고 다시는 찾지 않으리

-이상우, '하룻밤의 꿈'





자나깨나몸조심 기자 nomoreblackout@joongang.co.k*r



※필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입니다. 이 칼럼은 익명으로 게재됩니다. 필자는 JMNET 가족 중 한명입니다. 연애를 각종 문화 콘텐트로 배운 실화 ‘연애를 땡땡으로 배웠네’는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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