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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공하려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산업부 기자
태양광 허브(충남), 에코 십(Eco ship) 전진기지(울산), 스마트 물류 플랫폼(인천)….

 정부가 22일 인천을 끝으로 전국 17곳에 구축한 창조경제 혁신센터의 홍보 문구다. 취재하는 혁신센터마다 정부와 대기업,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을 돕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냈다. 지역 스타트업(신생기업)을 돕거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권역별 특화 산업 기반을 조성한다는 센터가 많았다.

 대기업이 센터마다 수백억~수천억원을 투자하는 만큼 기대도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덤앤더머스 조성우(34) 대표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고 기술을 개발해도 운영자금을 구하거나 기술을 상품화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무너지는 스타트업이 많다”며 “한 푼이 아쉬운 예비 창업자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게임 같은 정보기술(IT)에 쏠렸던 창업 지원을 한류 콘텐트(서울)나 스마트 농업(세종), 친환경 차(광주) 같은 범위로 넓힌 효과도 있다. 수도권에 비해 소외된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도 됐다. 세종 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토마토 농사를 짓는 강전호(51)씨는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보일러를 켜고 끈다. 농장 주변 CCTV 화면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어 도난 걱정도 덜었다”며 “혁신센터 덕분에 일손이 줄고 수확량은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센터가 돈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성과는 자칫 전시행정에 그칠 수 있다. 혁신센터 개소를 준비한 대기업 김모(51) 부장은 “대기업의 등을 떠밀어서 만들기는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들어선 창업 지원기관과 ‘교통정리’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혁신센터장들과 연 간담회 자리에선 “창업보육센터·혁신센터·테크노파크·혁신클러스터·연구개발특구 같은 유관 기관과 업무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혁신센터가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 할지 고민이다”는 얘기가 나왔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건 혁신센터란 ‘장소’가 아니라 쉽게 창업하고 그만둘 수 있는 ‘창업 생태계’일 것이다. 김진수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두세 번 실패한 스타트업이 다시 찾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실패한 창업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도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하는 게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센터가 전 정권에서 반짝하다 그친 ‘4대 강’이나 ‘녹색성장’처럼 오래가지 못한 정권사업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김기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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