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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아리랑’ 중요무형문화재 인정서, 꼭 담을 말들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533>

문화재청이 ‘아리랑’을 중요무형문화재 신규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향토민요 또는 통속민요로 불리는 모든 아리랑 계통의 악곡’이 대상이다. 일종의 특혜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려면 보유자(보유단체)를 반드시 인정해야 하는데, 아리랑은 특성상 특정 보유자(보유단체)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지정은 불가능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문화재보호법을 개정, 아리랑처럼 보편적으로 널리 공유돼 특정 보유자(보유단체)를 인정하기 어려운 종목은 보유자(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아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렇게 아리랑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만사형통인 것은 그러나 아니다. 우선, 중국과 북한이 각자의 논리로 아리랑의 시원성과 어원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 논리, 북의 경우 주체 아리랑민족론에 의거한 혁명유산화가 결부돼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은 해외 대학생예술단 공연에서 아리랑을 ‘중국 전통문화유산’으로 소개하고 있다. ‘소수민족 조선족의 민요’라는 진실은 알리지 않는다. 현지 사전은 ‘한사군 시대 자비령을 넘어 낙랑으로 이주한 북방민이 전파한 노래’라고 왜곡, 한사군 한곶이 평양 경략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리랑을 독점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중요무형문화재 아리랑 지정 관련문건에 184개국 한인들이 부르는 아리랑의 연원은 남북한(한곶이)에 있고, 그 확산의 기점은 한국의 강원·경상 일대임을 명기해야 한다.

민족문제 해결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리랑이라는 사실도 명문화해야 한다. 이별·애수 한(恨)의 수렴체, 모순에 대한 저항의 발현체, 양극단의 차단체, 고난과 역경 극복의지의 추동체(推動體)로 아리랑이 기능해 온 특수성을 남북 문화교류의 논리로 제시해야 한다.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서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2012)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2014)로 분단돼 버린 아리랑을 공동 재등재로 가져가는 길, 곧 아리랑을 통한 남북교류 재개를 뜻한다. 민족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리랑에 있음을 문서로 남겨야 하는 이유다.

중국·일본·러시아의 동포, 방방곡곡의 자발적 전승 커뮤니티가 아리랑을 계승해왔다는 점 또한 기록돼야 한다. 이러한 기존의 전승 틀이 뒤틀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경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지역 아리랑 명창을 육성해 공공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대형 무대에 설 기회를 줘 자긍심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최근 2년 간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지역 참가자들이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 지역 아리랑이 더욱 활성화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국가가 중요해도 지정하지 않듯, 아리랑도 민요 그 이상이기 때문에 등재하지 않는 것’, ‘아리랑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 노들강변도 그리 해야 한다’는 기존의 변명 아닌 변명보다 이번 지정예고가 더욱 긍정적이려면, 그동안의 ‘자발적 전승’ 형태를 유지하고 촉진하는 일 외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별 아리랑을 서열화, 순위화 해서는 안 된다. 오직 무대의 공공성과 진정성에서 우러나는 자부심을 심는 것이 최선의 지원책이다.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이나 행사, 금전적 지원은 오히려 아리랑 현상을 축소시킬는 지도 모른다.

30여년 간 활약해 온 순수민간단체인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아리랑의 3대 정신을 저항·대동·상생으로 탁월하게 도출해냈다. 이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 없는 활동’이라는 원칙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아리랑상’을 12회에 걸쳐 시상했고, 10월1일을 ‘아리랑의 날’로 정한 것도 이들이다. 자발적 전승이라는 전제에 흔들림이 없다. 전국 곳곳의 해당 지역아리랑 경창대회, 서울아리랑페스티벌 등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 역시 아리랑 전승의 뚜렷한 특징이며 가치인 자발적 활동이다. 자발적 전승에 의해 민족 구성원 모두가 현재적으로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아리랑 연구의 권위인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아리랑은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 하나다.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또 옛것이면서 오늘의 것이고, 오늘의 것이면서도 옛것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한국의 메타문화다. 이런 속성은 아리랑만의 것이니, 이를 살려 내는 취지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특정 세력이 특정 세력을 위해 특정 재산가치를 부여한 것이 문화재(文化財)다. UNESCO, 중국, 북에서 아리랑은 문화재가 아닌 문화유산이다. 한국에 문화유산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이 보기다. 국가무형유산이 아닌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이 되더니,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선 뒤에도 문화재가 됐다. 아리랑이 문화유산인지 문화재인지 헷갈린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융성위원회, 문화재청, 누군가는 정리해야 할 개념이다.

편집부국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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