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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팀원 4명 각자 서버 관리 … 자료 지워도 서로 몰라

지난 18일 자살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는 ‘4급 과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관리했던 전산 기록들을 거리낌없이 삭제했다. 그러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며 “동료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란 유서를 남겼다. 문제는 그가 ‘실수’로 지운 뒤 한 줄 글로 사과한 기록들이 대북·대테러 공작과 관련된 기밀자료란 점이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 내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례적이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을까.

 ◆팀원도 모르는 서버 관리=임씨의 소속은 국정원 3차장 산하 기술개발국이었다. 그 중에서도 대테러와 대북공작을 위해 해킹을 지원하는 팀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팀들은 4인1조로 구성된다. 하지만 같은 팀원이라고 해도 ▶현재 어떤 인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해킹하고 있는지 등은 서로가 모른다고 한다. 정보를 모아두는 서버(고성능 대용량 컴퓨터)를 독립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4급 실무자인 임씨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오해를 일으킬 자료’를 지운 것도 이런 조건 아래서 가능했다. 국정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특히 임씨는 지난 4월 다른 부서로 전출갔다가, 이번 일이 터진 뒤 잠시 돌아와 예전 자료들을 재검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며 “그가 자료들을 삭제해도 뭘 지웠는지조차 알 수 없는 구조였다”고 전했다.

 ◆“임씨 위법 임무 없어”=국정원 내 대공공작국은 1차장 산하, 대테러국은 2차장 산하에 있다. 이러다 보니 임씨가 속한 3차장 산하 부서는 다른 차장 산하로부터 ‘하청’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결국 임씨 같은 기술자들은 공작의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순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국정원의 체계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다. 산업스파이 검거 등 경제 분야에서 국정원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국제·북한(1차장)-국내(2차장)-과학기술(3차장) 담당으로 역할을 재분류하면서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세 축 중 하나인 3차장실을 ‘기술자 집단’으로 전락시켰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 임씨는 자신의 임무가 내국인 사찰과 연관됐을 것이란 지레짐작으로 자료를 삭제했다. 그리고 그게 발각될 것이란 압박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다만 국정원은 “임씨 임무 중 위법적인 건 없다. 그가 오해한 것”이라고 했다.

 ◆해킹팀인가, 발주팀인가=임씨가 전문 해커가 아니란 분석도 나온다. 유출된 이탈리아 해킹팀사(社) 내부 문건을 보면 임씨 팀이 휴대전화 해킹장비를 도입한 건 2012년이다. 하지만 양측의 e메일을 보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전화기(삼성 갤럭시 등)에서의 작동 이상’ 등 기초적인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2013년까지 이어진다. 이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국회 정보위원) 의원은 “임씨가 속한 팀은 단순 ‘장비 발주팀’일 수 있다”며 “전문 해커집단이 국정원 내부에 따로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임씨의 업무 내역을 확인하는 것만으론 국정원이 내국인 해킹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임씨의 주된 임무는 대공·대테러 용의자인 외국인의 휴대전화 해킹이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해킹 프로그램을 미리 깔아놓은 전화기를 ‘한국 올 때 쓰라’면서 선물하는 식으로 전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임씨 팀에서 해킹팀사에 국산 휴대전화에 대한 해킹 여부를 계속 문의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있다.

남궁욱·위문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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