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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베일 벗은 명왕성, 인류의 우주관 바꾼다

제이 파사코프
미 윌리엄스대 천문학 교수
지난 14일 오후 8시49분(한국시간). 인류는 태양계 마지막 행성이었다가 퇴출된 명왕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린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9년 반 동안 50억㎞를 날아간 끝에 얼음으로 된 명왕성에 1만2500㎞까지 다가간 것이다.

 태양계 최외곽의 명왕성은 1930년 3월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이 처음이자 유일하게 발견한 태양계 행성이었다. 하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행성분류법을 바꾸면서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矮小行星)으로 전락했다.

 보름 전인 지난달 29일 나는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과 조우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뉴질랜드의 테카포 호수에 위치한 마운트 존 천문대를 찾았다. 강풍이 몰아쳤지만 이튿날 바람이 잦아들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지름 2370㎞의 명왕성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운트 존 천문대와 정확히 같은 선상에 위치한 그림자였다. 내가 교수로 있는 윌리엄스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의 연구진들로 이뤄진 관측팀은 천문학자들만이 시도할 수 있는 대도박에서 승리했다. 2분간 지구 반대편의 날씨가 좋을 것이란 도박이다. 명왕성이 태양 바로 앞을 지나가며 태양을 가릴 때 명왕성의 대기를 통과해 나오는 빛을 지구 망원경으로 관측하려면 이런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했다. 전에도 해본 적이 있는 시도였지만, 이번만은 특별했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주는 정보들은 인류가 명왕성을 보는 방식을 영원히 변화시킬 수 있다.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존재다. 표면적이 러시아 넓이에 불과한 이 왜소행성과 그 주변 벨트엔 태양계가 생성된 직후 행성이 만들어지면서 남은 잔재들이 존재한다. 무게가 478㎏로, 피아노 정도의 크기인 뉴호라이즌스호가 이 잔재들에 대한 데이터를 보내준다면 태양계 생성의 비밀이 풀릴지도 모른다.

 뉴호라이즌스호에 탑재된 고해상도 망원 카메라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 카메라는 명왕성 지표면을 뉴욕 센트럴파크 조감도처럼 세밀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찍어 보내줄 수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불분명했던 명왕성의 실제 크기가 밝혀질 것이다. 명왕성은 대기 밀도가 매우 두껍다. 이 때문에 명왕성의 지표면이 끝나고 대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어딘지 지구에서는 알 수가 없었다.

 명왕성의 대기와 온도의 수수께끼도 풀릴지 모른다. 명왕성이 타원형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는 데는 248년이 걸린다. 명왕성은 공전 궤도상 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을 89년에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명왕성의 온도가 당분간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짐작했다. 어떤 컴퓨터 모델은 명왕성의 대기가 눈으로 변해 내린 뒤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온 정보는 이런 예측을 뒤집고 있다. 명왕성에 대기가 없다면 빛은 명왕성이 지나가자마자 즉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관측된 빛은 수초에 걸쳐 점차 약해졌다. 명왕성에 대기권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물증이다. 대기권 온도와 함께 기압도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도 있었다. 명왕성에서 온도 하락이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구 현상과 비슷하다. 뉴욕에서 가장 온도가 올라가는 때는 정오가 아니라 오후 3~4시다.

 명왕성 탐사는 지구의 기상 연구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명왕성 대기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질소로 이뤄져 있다. 지표 속 메탄과 그 위에 쌓인 얼음은 태양광을 통해 가스로 변환된다. 이 가스 배출이 장기간에 걸쳐 명왕성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면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이 아니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의 감춰진 모습들을 보내오면 그동안 우리가 이 행성에 대해 축적해 온 가설들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 나는 우선 명왕성 표면이 북극과 비슷한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발견된 명왕성의 5개 위성을 근접해 찍은 사진들도 보고 싶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호 앞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탐사선은 명왕성의 위성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우주먼지와 충돌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탐사선이 명왕성을 지나친 뒤 수시간 동안 통신이 두절돼 위치 파악이 어려운 것도 걱정스럽다. 12시간이 지나서야 지구 쪽으로 안테나를 돌려 데이터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가 지구에 닿기까지는 4시간 반이 추가로 소요된다. 데이터가 워낙 대용량인 데다 50억㎞ 떨어진 지구에서 고해상도 영상을 다 받기까지는 1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명왕성은 먼 곳에 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호의 근접 탐사가 성공하면서 상황은 변하고 있다. 명왕성의 그림자를 관측해 명왕성의 지표면이 어떻게 가열되고, 또 식는지 알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통해 급격한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구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제이 파사코프 미 윌리엄스대 천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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