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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아홉 … 14T 개발이 내 마지막 꿈

조장희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은 “인공위성 사진의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정밀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뇌 연구도 마찬가지다. 14T MRI가 가져올 연구성과는 아주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조장희(79)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의 연구실 벽엔 7개의 액자가 걸려있다. 1975년 세계 최초의 원형 PET(양전자 단층촬영)를 시작으로, 그가 지금까지 개발한 뇌영상 촬영기 사진들이다. 일종의 ‘연구 일대기’인 셈이다. 그런데 마지막 액자엔 사진 대신 ‘14T’라는 글자만 있다.

 조 위원은 그 액자를 가리키며 “이건 내 마지막 꿈”라고 말했다. 14T는 14T(테슬라) MRI(핵자기 공명영상)를 뜻한다. T가 높을수록 고해상도 뇌영상을 얻을 수 있다. 병원에서 흔히 보이는 MRI는 3T 수준이다. 14T는 현존하는 최고해상도 MRI(7T)보다 4배 더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조 위원은 CT(컴퓨터 단층촬영)·PET·MRI 등 뇌영상 촬영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다.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2004년 가천의과학대(지금의 가천대)에서 초빙해 미국서 귀국했다. 그러다 올해 초 서울대로 옮겼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14T를 개발하는 데 서울대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만 언급했다.

 - 왜 14T MRI를 개발해야 하나.

 “과학 발전은 현미경과 망원경의 발전과 함께 갔다. 더 멀리, 더 선명히 볼 수 있으면서 말이다. 더 높은 해상도의 뇌영상 촬영기가 나오면서 뇌의 신비가 조금씩 벗겨질 수 있다. 인간은 뇌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 개발비용은.

 “이론적 검토는 이미 끝났다. 1억1050만 달러로 예상한다. 정부도 기업도 고개를 젓고 있다. ‘당장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지원하기 힘들다’고만 한다. 그러나 난 반드시 해내겠다. 사실 올해 초 미국으로 되돌아가려는 생각을 해봤다. 미 하버드대에서 ‘14T를 개발하려는 데 와서 도와달라’는 제의도 받았다. 다 뿌리쳤다.”

 - 그 이유는.

 “나는 경험도 많고 네트워크도 좋다. 대한민국이 이런 나를 더 써먹었으면 좋겠다. 대학은 연구를 선도해야 한다. 10년 앞선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연구 환경을 바꾸고도 싶다.”

 그는 작심한 듯 얘기를 이어갔다.

 “늙은 나이에 욕심이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학술회의에서 세계적인 생화학자인 브리튼 챈스를 만났다. 그는 인사를 나눈 뒤 ‘다음날 미팅이 있다’며 바삐 연구실로 향했다. 당시 그의 나이 97세였다. 그리곤 그날 별세했다. 학자라면 다 그래야 한다. 욕심이 많다고? 나 좋으라고 하는 연구는 아니다. 이름을 더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충분히 알렸으니까. 후배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글·사진=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T(테슬라)=자장(자석)의 단위. 1T는 1만 G(가우스)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구 자장은 0.2G. 미국의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1856~1943)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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