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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증시 개입 나섰지만 … 중국 경제 비관적 아니다”

사공일 본사 고문과 하워드 데이비스 경이 지난 15일 영국 런던에서 만나 대담을 했다. 두 석학의 대담에서 데이비스 경은 “그리스와 유로존의 장래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더라도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강정헌]


영국은 유럽국가이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에 대해선 한 걸음 떨어져 있다. 이런 영국의 금융 석학의 눈에 그리스 사태가 어떻게 비칠까. 사공일 본사 고문 겸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이 하워드 데이비스 전 영국 금융위원장을 런던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계 경제의 길] <3부> 사공일이 만난 경제 리더 ② 하워드 데이비스 영국 전 금융위원장



 ▶사공=지난 5일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 전개되는 상황에 비춰 그리스와 유로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데이비스=유로존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본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로존 장래를 위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국 통화가치 폭락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그리스엔 고통스럽겠지만, 궁극적으로 그리스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로존 경제 안정을 위해 (그렉시트가) 필요하다. 사실 그리스 문제 때문에 유로존이 은행예금 보호나 최종 대부자로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독일 국민이 그리스에 계속 구제금융을 주면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그리스 경제와 유로존의 장래를 위해 그렉시트는 필요하다.



 ▶사공=영국 국민은 이번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유로존에 들어가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여길 듯하다.



 ▶데이비스=거의 모든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 영국인 대부분은 유로 체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공=그리스 사태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데이비스=EU 여러 나라는 그리스 사태에 더해 브렉시트까지 걱정하길 원치 않을 것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제시한 EU 개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최근 영국 여론조사를 보면 다수가 EU에 남는 것을 원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뜻을 밝히면 국민투표 결과도 반대로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본다.



 ▶사공=영국 국민이 EU의 강화를 원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영국도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을까.



 ▶데이비스=우리 세대뿐 아니라 우리 자식 세대에 가서도 절대 그런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본다.



 ▶사공=영국인은 ‘유럽 국가 간 시장통합은 원하지만 유럽의 단일통화는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데이비스=그렇다. 영국엔 ‘단일통화 어젠다는 없다’고 봐야 한다.



 ▶사공=금융 규제·감독 문제를 얘기해보자.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영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와 국제금융 차원에서도 금융 규제와 감독을 상당히 강화해왔다. 미국의 도드-프랭크(Dodd-Frank) 법과 볼커 룰(Volcker Rule), 영국의 감독기구 개편과 거시 건전성 감독 강화가 대표적인 예다. 또 국제적으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의 조치도 이뤄졌다. 영국의 통합 금융감독기구를 이끈 당신이 보기에 이러한 조치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가.



 ▶데이비스=대체로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은행자본의 건전성과 공시제도 강화 등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개별 금융회사의 배당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자사주 매입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간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정책 당국이 경영까지 개입하면 경영이 잘못될 경우 구제할 책임까지 지게 되는 것 아닌가.



 ▶사공=아직도 영국식 원칙(Principles)에 근거한 규제·감독이 미국의 규칙(Rule)에 근거한 것보다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미국은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규정하고 준수했는지를 따지는 반면, 영국은 금융회사가 원칙 속에 들어 있는 규제의 취지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살펴본다.)



 ▶데이비스=그렇다. (원칙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은) 현재 금융 규제·감독 여건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이사회와 각 이사들의 책임이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면 그들이 경영상 잘못된 결과에 대해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사공=금융과 실물경제의 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금융은 인체의 혈액에 비유되곤 한다.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금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얼마 전 영란은행(BOE) 마크 카니 총재가 “런던 은행들의 총자산이 2050년께에는 국내총생산(GDP)의 9배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영국 국민이나 기업들을 위해 금융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와 일부 연구기관은 지나친 ‘금융심화(Financial Deepening)가 이뤄진 일부 선진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금융심화=나라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GDP와 견줘 전체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심화 정도를 가늠한다.)



 ▶데이비스=금융심화가 레버리지(차입) 증가의 결과임을 생각할 때 지나친 금융심화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심화가 상당한 나라에선)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가격이 10%만 떨어져도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금융 부문의 연봉과 보너스가 너무 높아 실물 부문으로 유능한 인재가 가지 않는 왜곡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금융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공=한국에서는 서울을 아시아의 금융센터로 만들자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금융심화 정도가 영국이나 미국의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을 강조한다.



 ▶데이비스=한국에 중요한 것은 적절한 거시 건전성 규제다. 지나친 버블과 레버리지가 걱정되면 분야별로 건전성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영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거시 건전성 규제의 필요성에 관한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홍보를 잘해야 한다.



 ▶사공=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부 거시 건전성 규제 장치가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데이비스=다행이다. 어쨌든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어느 나라든 금융심화 정도가 GDP의 400%를 넘을 경우 금융과잉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공=중국이 세계 경제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다. 당신은 중국의 은행과 증권기관 관련 규제 기구의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주가 하락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신은 중국 경제 특히 금융 부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데이비스=최근 상하이에 다녀왔다. 나는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금융 안정을 위한 중국 정책 당국의 수완과 능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주로 단기 금리에 의존한 정책을 편다. 하지만 중국은 더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규제·감독이 어려운 그림자금융과 지방정부 차원의 금융 문제가 있다. 이를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는 미국식 금융안정관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마련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정책 수단 도입도 바람직하다. 나는 중국 금융 부문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사공=나도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과거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데이비스=다만 중국이 충분한 준비 없이 위안화 국제화나 홍콩-상하이 증시 연결에 따른 예상치 못한 위험에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사공=과거 한국의 금융과 자본시장 자율화 경험에 비춰볼 때, 중국은 순차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자본 자유화, 금리 자율화,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정리 등 많은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경험(실패한 것 포함)은 중국 정책당국이 참조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데이비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공=당신은 영국의 공항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얼마 전에 오랜 기간 어려운 일로 여겨졌던 히스로공항 확장에 관한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항이나 발전 시설 등 공공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데이비스=이러한 공공 프로젝트는 전 국가 차원의 일이기 때문에 지방정부 차원에서만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계획안에 대한 범국민적 합의 도출과 의회 의결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예상 경제적 이득을 지역 주민의 보상에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그 외에 특별한 다른 방법은 없다.



Sir Howard Davies



■ 올 9월부터 영국 RBS 회장

■ 영국 금융위원회 초대 위원장(1997~2003년)

■ 런던정경대 학장(2003~2011년)

■ 2000년 기사 작위받아

■ 옥스퍼드 석사(역사)

■ 캐나다 뉴펀들랜드메모리얼대 졸업



정리=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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