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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미군기지 이전 반대” 오키나와 지사도 아베와 전쟁

지난 4월 17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방미를 열흘 앞두고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65) 오키나와(沖繩)현 지사와 처음으로 무릎을 맞댔다. 오키나와 나하(那覇)시장을 14년간 지낸 오나가는 지난해 11월 북부 헤노코(邊野古) 연안의 미군 기지 건설 반대를 내걸고 지사에 당선됐다. 오키나와 남부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에 속도를 내던 아베 내각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회담 분위기는 냉랭했다.



‘후텐마 비행장’ 헤노코 기지 이전
아베, 오바마에게 여러 차례 약속
오나가, 미국 찾아가 “반대” 주장
아베 미·일동맹에 아킬레스건으로

 “헤노코 이전이 유일한 해결책이다.”(아베)



 “나는 절대로 헤노코에 신기지를 만들지 않는다.”(오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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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총리는 오키나와 지원 방안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오나가는 요지부동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오키나와 주민이 명확히 (헤노코 기지)를 반대하고 있다’고 전해달라.” 오나가는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라고 했다. 회담은 평행선인 상태에서 30분 만에 끝났다.



오나가 다케시
 4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헤노코 이전 입장에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미·일 양국이 1996년 후텐마 기지의 일본 반환 합의 후 19년이 됐지만 대체 기지 건설이 뒤뚱거려온 데 대한 미국의 우려는 크다. 오나가 당선으로 다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미·일 외무·국방장관은 전날 회담(2+2)에서 헤노코 이전을 재확인했다. 오나가 앞에 일본과 미국 정부라는 두 개의 장벽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아베 방미 한 달 만인 5월 28일. 오나가는 직접 방미에 나섰다. 중앙 정부와 다른 입장을 가진 지자체 수장이 외국을 상대로 설득 외교를 펴는 이례적 일이 벌어졌다. 미국과의 회담은 6월 3일 국무부에서 비공개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미국에선 국방부 차관보 대리와 국무부 일본담당관이 나왔다. 이 회담 역시 평행선이었다. 헤노코 “이전 반대”(오나가)와 "유일 해법”(미국)이 맞섰다. 오나가는 취임 후 처음으로 현 사무소를 워싱턴에 설치해 직원 두 명을 파견했다. 미국 안보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미 컨설턴트 회사와 계약도 맺었다. 오나가의 전략은 주도면밀하지만 미·일 양국 정부의 공동 대응에는 한치의 틈도 없는 상황이다.



 미·일 정부를 상대로 한 ‘오나가 전쟁’의 버팀목은 오키나와 민의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이래 헤노코가 있는 나고(名護)시장 선거와 중의원 4개구 선거에서도 기지 이전 반대파가 모두 승리했다.



 여기에는 ‘차별의 섬’ 오키나와 특유의 자기 정체성이 깔려 있다. 오키나와는 전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 시설의 73.8%가 몰려 있다. 70년 전 미·일 간 오키나와전쟁에선 2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주민의 4분의 1이 숨지면서 본토 방위의 사석(捨石)이 됐다는 의식이 강하다.



 역사도 기구하다. 독립 왕국인 류큐(琉球)국으로 있다 1872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일본에 편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72년 본토로 복귀했다. 본토와의 정서적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오키나와 일은 오키나와가 결정한다는 ‘자기 결정주의’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보수·혁신의 이념 대신 오키나와의 자기 정체성을 내건 오나가 지사가 당선된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미야기 도쿠지쓰(宮城篤實) 전 가데나정장(町長)은 “오키나와에는 과거 혁신계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보수도 혁신도 없는 ‘올(All) 오키나와’가 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현재의 오키나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



 오키나와 독립론도 등장했다. 류큐민족독립종합연구학회가 설립됐고 『류큐독립론』이란 책도 나왔다. 이 책 저자인 마쓰시마 야스카쓰(松島泰勝) 류코쿠(龍谷)대 교수는 지난 2일 회견에서 “‘올 오키나와’는 류큐 내셔널리즘으로, 독립운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오키나와는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要衝)이기도 하다. 상하이와 820㎞, 서울과 1260㎞, 도쿄와 1550㎞ 떨어져 있다(오키나와현 자료). 유사시 세계 어디로든 신속한 전력 투입이 가능하다. 일본으로선 해상 수송로 안전 확보와 떼놓을 수 없다.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적극 진출하면서 전략적 중요도는 더 커지고 있다. 오키나와 문제의 본질은 이 전략적 가치와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 경감 요구의 충돌이다.



 오나가 지사는 현재 헤노코 앞바다 매립 공사를 직권으로 취소할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전 지사의 공사 승인 과정을 검증해온 전문가 그룹(제3자위원회)이 “법적인 결함이 있다”는 보고서를 지난주 내면서다. 아베 내각은 올여름 본격 공사에 나설 생각이지만 오나가는 그 전에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럴 경우 아베 내각과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하다. 언론은 벌써부터 중앙·지방 정부간 소송전을 예상하고 있다. 적극적 안보와 미·일 동맹 강화를 내건 아베 총리에겐 새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오키나와는 이래저래 ‘세계의 가교(만국진량·萬國津梁)’ 역할을 했던 본모습과 멀어지고 있다.



오영환 도쿄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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