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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여장부 ‘명성황후’20년 … 162만 명이 울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마지막 장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명성황후(이태원)가 혼백이 돼 피날레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부르고 있다. 1995년부터 20년 동안 국내외에서 1096차례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든 장면이다. ‘일어나라, 일어나라’는 노래 가사가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 낸다. 올해는 광복 70년을 맞아 28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다. [사진 에이콤인터내셔날]


윤호진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 하리. 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아∼”

2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뮤지컬 ‘명성황후’의 마지막 장면은 명성황후의 영혼이 우리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는 데서 끝난다.



“이 나라 지킬 수 있다면 이 몸 재가 된들 어떠리. 백성들아, 일어나라, 일어나라, 이천만 신민 대대로 이어 살아가야 할 땅”이라며 비장하게 부르는 국모의 노래는 162만여 명의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뮤지컬 ‘명성황후’가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대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첫 기록이다. 오는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1995년 초연을 올렸던 무대에서다.



 ‘명성황후’가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 뮤지컬의 새 역사다. 국내 창작 뮤지컬 최초로 100만 관객(2007년), 1000회 공연(2009년) 기록을 세웠다. 미국 브로드웨이(97년)와 영국 웨스트엔드(2002년) 무대에 모두 서는 신화도 이뤘다. 18일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연출가 윤호진(67)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푸치니·베르디 오페라처럼 100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원래 연극 연출가였다. ‘아일랜드’(77년), ‘신의 아그네스’(83년), ‘사의 찬미’(88년)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그가 연극 ‘사람의 아들’(80년)로 인연을 맺은 동갑내기 소설가 이문열에게 의뢰해 완성한 희곡 『여우사냥』이 뮤지컬 ‘명성황후’의 원작이다. 이를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각색하고, 대중가요 작곡·작사가 김희갑·양인자 부부가 노래로 만들었다.



명성황후 시해 100년에 맞춰 ‘명성황후’를 초연했던 95년만 해도 우리 뮤지컬 제작 환경은 척박했다. 외국 뮤지컬을 정식 라이선스 계약 없이 ‘해적판’으로 주먹구구 제작했던 시절이었다. 84∼87년 미국 뉴욕대에서 유학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섭렵한 윤 대표는 체계적인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각 분야별 전문가를 발굴해 제작진을 꾸렸다. 박동우 무대디자인, 서병구 안무, 박칼린 음악감독, 최형오 조명디자인 등 초연 제작진들은 현재까지 우리 공연계 핵심 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성공은 당시 사회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 쇄국정책의 상징, 대원군에 맞섰던 명성황후는 90년대 중반 우리 사회 슬로건으로 부상한 ‘세계화’와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 신장 분위기에도 부합했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민비’는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일제의 칼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국모로 재탄생했다. 드라마 ‘명성황후’(2001∼2002년), 영화 ‘한반도’(2006년),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년) 등을 통해 명성황후가 난세의 여장부로 주목받는 데 이 뮤지컬이 물꼬를 튼 셈이다.



‘명성황후’의 민족주의·애국심 코드는 이후 우리 창작 뮤지컬의 트렌드로 이어졌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안중근 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과 최근 개막한 ‘아리랑’ 모두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면에서 ‘명성황후’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첫 히로인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 ‘사의 찬미’로 스타덤에 오른 윤석화가 맡았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배우 윤석화의 대중적 인기가 ‘명성황후’ 성공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줄리어드 음대 출신 이태원이 97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명성황후 자리를 지켰고, 성악을 전공한 이상은·김원정 등이 거쳐갔다. 뮤지컬 스타 조승우는 2000∼2001년 고종 역으로, 홍광호는 2002년 신하·군사 역으로 출연했다.



 20주년 기념 무대의 명성황후 역은 김소현과 신영숙이 번갈아 맡는다. 극중 비중이 커진 남자주인공 홍계훈 역은 김준현·박송권·테이의 몫이다. 제작사 측은 “20주년을 맞아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편곡자 피터 케이시와 함께 음악 전반에 걸쳐 편곡 작업을 진행했으며, 우유부단한 왕으로 그려졌던 고종을 고뇌하는 대한제국 황제로 재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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