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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김수근 지키기

남정호
논설위원
한국 건축계의 전설 김수근. 일본 수학 후 1960년대에 현대건축을 이 땅에 들여온 거장 중의 거장이다. 김포국제공항·올림픽주경기장·예술의전당·코엑스·경동교회 등 그의 손끝에서 나온 면면을 보면 그의 천재성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특히 원서동 ‘공간’ 옛 사옥은 44년이 지난 지금도 첨단을 느끼게 하는 최고의 건축물이다.



 김수근은 그러나 건축의 울타리에 갇혀 있길 거부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여의도 종합개발, 남대문시장 재개발 등 굵직한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이도 그였다.



 낭만파였던 그는 카리스마로도 유명했다. 80년대 회사가 힘든 판에 직원들이 설악산에 놀러갈 돈이 없다 하니 단칼에 해결한다. “내 지프 차 팔아.” 이러니 어찌 후학이 안 몰리겠는가. 김원·민현식·승효상 등 내로라하는 건축가 다수가 김수근 사단 출신이다.



 건축에 전념했던 그였지만 문화예술계를 두루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컸다. 66년 최고의 권세가 김종필이 거액 200만원(현 20억원 상당)을 주자 고심 끝에 예술종합지 ‘공간’을 창간한다. 이후 86년 타계 전까지 적자투성이던 잡지를 고집스레 펴낸다. 공간 사옥은 문화예술인의 사랑방이었고 지하 소극장은 이들의 신천지였다. 김덕수 사물놀이, 공옥진 병신춤이 태어난 곳도 여기다.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그의 작품들은 때론 논란을 불렀다. 특히 남영동 대공분실이 그랬다. 서울대생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숨지고, 고 김근태 의원이 고문당한 곳이다. 그가 “독재에 협력했던 반민주인사”란 평을 듣는 것도 이 탓이다.



 하지만 이는 몰라서 하는 소리다. 유신 서슬이 시퍼렇던 76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감됐던 한 서울대생이 과거를 숨긴 채 입사한다. 며칠 후 김수근은 경찰 간부와의 술자리에서 신입사원의 전력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내치지 않았다. 도리어 “그 애는 내가 맡겠다”고 자청, 경찰 감시를 중단시킨다. 문제의 서울대생이 대표적 미술사학자로 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다.



 이렇듯 위대했던 그의 작품들이 요즘 수난이다. 광주 유일의 작품인 ‘아트스페이스’ 건물도 낡았다고 헐릴 뻔했다 건축가들의 탄원으로 지난 6월 겨우 복원됐다. 이런 차에 67년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 때 그가 세웠던 한국관이 쭉 방치됐다 최근 복원 방안이 현지에서 검토 중이란 소식이다. 복원비 30억원이 문제라지만 활발한 모금으로 그의 자식 같은 작품들이 부활하길 기대해 본다. 마침 내년이 서거 30주년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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