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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챌린저 & 체인저] 뽁뽁이·문풍지 … 3M도 겁 안 나요

이봉균 현대화학 대표가 자신이 만든 단열에어캡을 펼쳐보이고 있다. 현대화학의 단열에어캡 가격은 유명 브랜드의 절반 정도이면서 품질은 그에 못지 않다. 현대화학은 올해 6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김상선 기자]


한해 500만㎡ 크기의 단열에어캡(일명 뽁뽁이)을 생산하는 중소업체가 있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에서 팔리는 단열에어캡의 절반이 이 회사 제품이다. 단열에어캡은 정확한 시장 통계가 없다. 이마트 윤여택 생활용품담당 바이어는 “현대화학이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단열에어캡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18> 따뜻한 집 위해 한길 … 이봉균 현대화학 대표



 현대화학은 에너지절약제품 전문 생산업체다. 단열에어캡 외에 겨울철 찬바람을 막아주는 문풍지 등 4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한다. 17일 경기도 광주 태전동의 현대화학에서 만난 이봉균(61) 대표는 "고생한 얘길 하자면 끝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풍지 사업은 이 대표가 30살 되던 1984년 시작됐다. 빙과류 포장재 공장을 운영하던 친형의 공장에서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손을 잃을 뻔한 뒤 시작한 첫 사업이다. 그때 사고로 이 대표는 지금도 왼손 엄지 한 마디가 없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직원 수는 이 대표 자신을 포함해 3~4명이 전부였다. 제대로 된 공장도 없어 먹자골목의 건물 옥상 한 켠에 천막을 치고 문풍지를 만들었다. 조금씩 안정이 되나 싶던 무렵 그는 다시 좌절해야 했다. 버려진 연탄재에서 옮겨 붙은 불이 천막 공장 전체를 집어삼킨 것이다. 그나마 모았던 돈도 모두 날렸다.



 1990년대 초반에는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친형의 공장에서 먹고 살며 여름엔 빙과류 포장재를 겨울에는 문풍지를 만들었다. 빙과류 포장재는 여름이, 문풍지는 겨울이 성수기다 보니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해줬다.



 조금씩 형편도 나아졌다. 90년대 중반들어 경기도 성남에 60평짜리(198㎡) 아파트형 공장을 처음으로 분양받았다. 여기에서 여름엔 빙과류 포장재를, 겨울엔 문풍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90년대 후반 거래하던 대기업 계열 제과사가 외환위기를 맞아 무너지면서 이 대표도 졸지에 거래처를 잃었다. 졸지에 매출이 반토막났다. 이 대표가 “문풍지에만 신경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다. 그전에도 품질 좋은 문풍지로 조금씩 명성을 쌓아왔지만 이때부터는 정말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다.



 좋은 문풍지는 단열성이 뛰어나면서 접착력이 좋아야 한다. 대신 겨울이 지난 다음에는 자국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뗄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표는 겨울이 지난 뒤 문풍지를 깨끗하게 뗄 수 있도록 업계 최초로 접착 필름을 부착한 문풍지를 개발해 재미를 봤다. 기업가정신은 절벽 끝에 매달려봐야 나온다는 말을 실감할 수 밖에 없다. 문풍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각종 기계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썼다. 타고난 손재주에 오랫동안 공장밥을 먹으며 쌓은 경험을 더한 덕이었다.



 2003년엔 문풍지를 일본에도 수출했다. 중소기업에 불과했지만 품질은 항상 최고를 고집해온 점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좋은 원자재를 고집한 것은 물론 수시로 국가공인시험검사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에 용역을 의뢰해 자사 제품의 성능을 꼼꼼히 점검했다. 거래처에서 “문풍지 품질은 경쟁사 것과 비슷하면서 접착력은 경쟁사보다 20% 강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고민도 커졌다. 아파트 중심으로 가옥 구조가 바뀌면서 문풍지가 얼만큼 더 팔릴지 두려움이 앞섰다. 재래시장과 철물점 중심이던 거래처를 넓히는 일도 숙제였다.



 두 가지 고민은 한 번에 풀렸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견 산업용품 업체와 3M같은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단열보조재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자체가 갑작스레 커졌다. 그는 경쟁을 꺼리기보다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이 대표는 “대기업들이 뛰어들다 보니, 단열보조재에 관심이 없던 일반 소비자도 제품군 전체에 대해 관심을 갖더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기존 거래처를 지키는 것과 동시에 대형 마트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침 대학을 졸업한 아들 이윤성(30) 과장이 회사에 합류하면서 영업력도 좋아졌다. 노력한 만큼 운도 따랐다. 동반성장 바람이 한창이던 2011년 이마트와 첫 거래가 시작됐다. 평소 국가공인시험검사기관에서 제품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받아놓은 게 대형마트와 거래를 트는데 큰 도움이 됐다.



 도전은 계속됐다. 2013년에는 단열에어캡을 출시해 ‘대박’을 냈다. 아파트 중심 주거 문화로의 변화에 대해 현대화학이 내놓은 나름의 대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시장 변화 방향을 미리부터 살펴놓은 덕이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 단열에어캡이 큰 인기를 끈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시제품은 이미 만들어 보고 있던 때였다”며 "이마트에서도 안정적인 제품 수요를 보장해 줘 믿고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변화를 예측한 것 못지 않게 그의 성공 비결은 한 가지 더 있다. 동급의 유명 제품과 성능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그 절반 정도로 책정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단열에어캡도 좋은 재료를 사다가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며 “오래도록 공장밥을 먹은 덕에 경쟁사의 원가구조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며 웃었다.



 단열에어캡은 제품의 투명도를 높이면서 주름과 터진 버블을 최대한 줄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는 오랜 세월 문풍지를 만들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가능케 했다. 에어캡을 가운데 넣고 에어캡 양면에 단열 필름을 감았다. 단열에어캡을 2~3m 단위로 다시 잘라 감는 기계(소분기)도 직접 만들었다. 그가 직접 고안한 소분기는 경쟁사 제품보다 20% 가량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는 에어캡 높이가 5.5㎜인 제품을 내놓아 인기를 얻고 있다. 경쟁사는 보통 4㎜짜리를 주력으로 한다. 공기가 들어있는 에어캡 높이가 높을수록 많은 공기를 품을 수 있고, 그만큼 단열성이 좋아진다. 여기에 단열에어캡을 감는 필름에 금속성분을 일부 넣어 열 차단율을 높이는 열보존 단열시트도 생산해 팔고 있다. 역시 비슷한 성능의 유명 제품보다 절반 가량 저렴하다. 제품개발은 이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한다.



 질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팔다 보니 매출도 꾸준히 늘어났다. 2012년 11억원이던 현대화학의 매출은 올해 60억원을 목표로 한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5명 선이던 직원 수는 현재 정규직만 20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제품력만 있으면 3M같은 해외 대기업이라도 상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비록 회사 규모는 작지만 제품 품질만큼은 항상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광주(경기도)=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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