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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독일 통일 과학기술로 주춧돌 놓았다

과학외교는 정치적 국경을 넘어 과학 정보 교환,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을 통해 국가 간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외교로 남북통일 지름길 열자

 통일에서 과학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세계적인 변화와 관련이 깊다. 전통적인 외교 형태 자체가 바뀐 것이 이유다. 기존에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외교의 중심이었다. 위협을 근간으로 하는 ‘하드파워’ 외교다.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가 글로벌화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환경·문화·과학기술 등 소프트 파워가 외교 역량으로 부상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상호 거부감이 적은 데다 효과가 지속적이면서 기존의 외교 방식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미·쿠바 관계 정상화 도화선
특히 과학외교의 힘은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자원 고갈, 전염병 확산 등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를 다룬다는 데 있다. 세계 난제의 해결책으로 과학기술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과학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영아 원장은 “과학외교의 중요성은 국가 간 담을 허물고 다리를 놓음으로써 분쟁을 지양하고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증진하는 데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평화에 공헌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반 외교가 실패한 상황에서도 과학외교가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과거 냉전시대에도 과학을 매개로 양국 간 긴장을 해소한 사례가 있다. 미국 학술기관인 스미스소니언협회와 쿠바과학원은 1980년 MOU 체결을 통해 해양생태계와 허리케인에 대한 학술연구를 꾸준히 교류했다. 이 시도는 향후 양국 관계 정상화의 도화선이 됐다.

통독 전 과학기술 회담 34번
과학외교는 미국과 소련 간 관계개선에도 발판이 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관으로 1961년 열린 첫 번째 핵융합 국제학회가 밑거름이 돼 85년 제네바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의에서 고르바초프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양국의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 제안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 사업’의 시발점이 됐다. ITER은 핵융합발전소의 초석이 된 바로 그 연구다. 그뿐 아니라 양국은 상대 국가의 민간 과학기술자에게 비자를 발급해 상대방 국가에 머무르면서 우주정거장 등 상호 중요한 과제에 대한 연구를 허용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과학외교의 대표적인 사례는 당연히 독일이다. 독일 통일에도 과학기술이 기여한 바가 크다. 과학기술 분야의 긴밀한 협력이 상호 신뢰를 강화시켜 주는 핵심 역할을 해서다. 동독과 서독 간 최초의 과학기술 회담은 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를 시작으로 34번에 걸친 회담 끝에 양국은 87년 과학기술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 협정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학술교류는 공공분야뿐 아니라 민간분야에서도 활발해진다. 협정 이후 동·서독은 급격히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고, 2년 후인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국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6개월이 지나자마자 과학기술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과학기술 분야 통합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계획은 통일 후 동독 지역의 과학기술 분야 재건에 밑바탕이 됐다.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에는 정보통신기술(ICT)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연구센터와 산학연 클러스터가 조성됐고, 드레스덴은 독일 전체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른 도시로 자리 잡았다.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육성이 통일 후 동독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자체 혁신 여부에 따라 통일 비용의 규모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통일 대박’을 위해서는 북한 내 과학기술을 위한 인프라와 자체 혁신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 과기 격차 줄이기부터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이뤄질 경우 4657조원의 비용이 든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북한이 점진적으로 개방한 이후 통일이 되면 2025년부터 35년 동안 3102조∼4737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두 보고서 모두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나리오대로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남북 간 과학기술 격차를 줄일수록 통일 비용은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 남북 과학기술 수준은 10~20년간 격차가 벌어져 있다. 북한의 ‘자력갱생’ 노선과 원자력·발사체 등 특정 분야에 치중한 기형적인 과학기술 발전 탓이다. 중앙집권형 의사 결정과 미비한 민간 연구개발(R&D)도 발전을 더디게 한다.

 다만 최근 북한의 과학외교 사례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 정부는 2011년부터 영국과 백두산 화산 분화 위험성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한 두 건의 논문이 작성 중이다. 이 논문은 북한이 발표하는 지질 분야의 첫 논문이 된다. 또 미국민간연구개발재단(CRDF)과 협력해 2011년부터 북한에 가상 과학도서관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의 국립연구기관이 전 세계 논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남북 간 과학 협력은 거의 단절된 상태다. 북한에 대한 과학외교를 펼칠 적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평양과학기술대학(PUST) 박찬모 명예총장은 “평양과학기술대학이 2013년에 국제학술대회를 열었지만 5·24 대북 조치로 한국 과학자가 참석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남북 간 과학외교를 활발하게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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