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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과학기술체제·연구역량 파악 못해 불완전한 융합

옛 동독 지역의 도시 드레스덴에 있는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연구소
통일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맞은 통일은 막대한 통일 비용을 요구한다. 통일에 철저한 사전 준비와 상황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독일 ‘과학 통합’ 안 된 이유

 대신 우리에게는 독일의 선례가 있다. 독일은 통일 후 과학기술 분야의 통합을 단행했다. 효율성 관점에서 단기간에 급속도로 통합이 추진됐다. 대학·연구기관·산업 등 세부 분야별로 이뤄졌다. 동독이 중앙집권적 연구체제를 해체하고 서독의 체제에 흡수통합된 방식이다. 장점도 있지만 치명적 단점도 적잖다.

 대학 부문의 통합은 시설과 장비의 격차를 줄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재정과 인프라의 재정비가 이뤄지지 못해 동독 대학, 연구 과정에 대한 현대화가 미흡했다.

동독에 서독형 연구소 신설
연구기관 부문의 통합은 빠르게 효율적 분업을 추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1년 만에 동독 지역 130여 개 연구소에 대해 평가와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빈 자리는 서독 모델이 대체해 나갔다. 동독 지역에 막스플랑크연구소·라이프니츠연구소·프라운호퍼연구소 등 서독형 연구소 100여 개가 설립된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독과학원의 대규모 해체·축소로 연구 역량이 손실됐다. 절반의 연구원만 서독 시스템에 흡수됐다. 기초부터 응용까지 전 분야의 연구를 하던 연구소가 기초분야에만 주력하도록 역할이 정립되면서 적응하지 못한 동독 연구자들이 상당수 발생한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도 문제점은 드러났다. 민영화가 대규모 기업을 소규모 기업으로 분해시켜 동독 기업의 연구개발 능력이 후퇴했다. 특히 과학기술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평가가 준비 없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동독의 유능한 과학기술 인력이 36%만 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수한 능력과 적응력을 지닌 연구자는 떠났고,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구자만 남았다.

 동독 과학기술 분야에 패배의식이 팽배해지는 결과를 불렀다. 인력의 대규모 유출은 연구개발 역량 손실, 동독의 과학기술 혁신 역량 강화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독일의 통일 이후 이뤄진 과학기술 통합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동·서독의 진정한 통합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의 과학기술 체제의 불완전한 통합은 막대한 통일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여전히 동독 지역의 혁신 역량 강화는 독일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막대한 통일 비용 부담 요인
동독의 과학기술 인력 손실은 우리가 북한의 과학기술 인력을 대하는 자세를 시사한다. 북한의 과학기술 역량이 일정 수준이 되기 전에는 잠재력을 우선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독의 과학기술에 대한 평가가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잠재력의 가치를 놓치는 빌미가 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실제 통일 이전 동독의 연구기술개발 지출비는 국민총생산(GNP)의 2.8%로 서독(2.7%)보다 오히려 높았다. 또 동독의 고용인구 1000명당 연구인력 비율(16명)도 서독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오히려 다른 유럽 국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동독 과학기술이 당시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도 통일 초기에 북한 과학기술 인력 손실을 막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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