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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세계과학정상회의에 북한 초청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물꼬 트자”

남북은 독일과 상황이 다르다. 서독과 동독의 경제력 차이보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가 훨씬 크다. 인력의 교류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통상을 목적으로 한 기업인의 방문은 분단 초기부터 가능했다. 물론 남북 간에도 과학적 교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이렇다 할 교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 KISTEP 박영아 원장

제3국이나 국제기구 동참해도 좋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영아(사진) 원장은 개인 연구자를 중심으로 하는 협력부터 빨리 시작해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과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노력을 빨리 하면 할수록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구체적인 협력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민간 단체나 개인 연구자 수준에서 진행하는 교류·협력을 점차 허용하는 것이다. 당장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협력은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산림 파괴, 식량·에너지 부족이 시급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도적 차원의 과학기술 협력이 시작돼야 한다”면서 “남북이 직접적으로 교류하기 힘들면 제3국이나 국제기구와의 다자간 협력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산하 기관인 유엔개발계획(UNDP)·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유니세프·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등이 북한과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원장은 “이들 기구가 진행하는 북한 전문가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 한국의 전문가들과 한국 조직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 간 기관 차원의 과학기술 협력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개인 차원의 협력과 제3국·국제기구의 공동 협력이 확대되면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과학기술 협력의 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 연구협력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출연연구소의 분원을 북한에 설치해 연구개발 노하우를 북한에 전수하고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모델이다.

올 10월 55개국 과기 장관 한자리에
박 원장은 남북 과학기술 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동·서독도 과학기술 분야 협정을 맺기까지 34번의 회담이 필요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이견 조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더 빨리 만나면 만날수록 통합에 더 가까워진다”고 강조했다.

 올 10월 대전에서 개최되는 세계과학정상회의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장관 회의’를 11년 만에 세계 55개국이 참여하는 회의로 확대 개최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장·차관이 한자리에 모여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박 원장은 “세계과학정상회의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북한의 당 과학교육부장 간 남북 과학기술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이전에 만남을 성사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번 정상회의에 북한을 초청하기를 정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과학기술 수장을 이번에 초대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남북 간 과학기술 정상회의 개최도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정부의 과학외교에 대한 인식과 의지도 주문했다. 그는 “아직 정부는 과학외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 외교부나 범정부 차원에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가 과학기술 마인드를 갖고 글로벌 이슈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통일 과정에서 과학용어의 표준화와 전기 정격 주파수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박 원장은 “통일을 대비해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용어의 표준화와 전기의 통일”이라며 “앞으로 이 부분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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