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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에서 패한 엘리엇, 소송전ㆍ이사진 교체 나설 듯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안 통과
합병무효 소송 제기 가능성
투자자ㆍ국가 소송은 어려워
“주주 가치 제고 약속 지키고 혁신 리더십으로 성과내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안이 17일 통과됐다. 삼성은 헤지펀드 엘리엇의 합병 반대 공격을 일단 막아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당장 엘리엇의 후속 공격이 예고돼 있다. 주주에게 약속한 통합 기업의 미래 비전 실천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결과물도 내놔야 한다. 서울대 김병도 (경영학) 교수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이 엘리엇편에 설 수 있었음에도 삼성을 도와준 것이다. 삼성이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엘리엇은 17일 합병안이 통과된 후 “수많은 독립 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돼 실망스럽다. 향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삼성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엘리엇의 ‘모든 가능성’은 소송전과 경영관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소송전은 하버드 법대 출신의 변호사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의 장기이기도 하다.



먼저 예상되는 것은 합병 무효 청구소송이다.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되기는 했지만 합병비율이 잘못된 만큼 법원에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지난달 “만일 주주총회에서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을 승인한 뒤 합병 무효 소송이 제기되면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전국의 소액주주를 방문해 위임장을 받은 것도 주총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지 법적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지분을 확보한 삼성 계열사를 통해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은 최근 삼성SDI, 삼성화재 지분을 1% 이상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지분 1% 이상 주주는 회계장부열람권ㆍ주주대표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1%를 보유한 계열사(삼성SDI, 삼성화재)가 합병안에 찬성함으로써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며 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사진 교체 시도도 예상된다. 기업지배구조원 윤승영 연구위원은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인수합병(M&A) 반대가 무산되면 자신들의 이익을 반영할 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켜왔다”며 “합병 비율에 불만을 가진 소액주주와 연대해 사외이사 진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합병 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7.12%지만 합병이 되면 새 법인의 지분은 2.03%가 된다. 관련법상 3% 이상의 주주는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366조), 이사해임 건의(385조)를 할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엘리엇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기 가능성은 작다. ISD는 정부정책으로 투자자가 명백한 손해를 입었을 때 제기하는 것인데 이번 소송 대상 자체가 안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차별적 과세를 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투자자 국가간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 사안은 이미 정해진 한국 법에 따라 진행됐고 차별적 요소가 없어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상위원회 노주희 변호사는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정하도록 한 것은 한국이 엘리엇을 차별하거나 삼성에 혜택을 주기 위해 일부러 만든 법이 아니다.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병안 통과로 양사의 합병이 사실상 마무리 됐지만 마지막 변수는 남아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정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고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다. 삼성물산ㆍ제일모직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1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다. 합병 계약서에 따르면 양사 합쳐 1조5000억원이 넘는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삼성물산 5만7234원, 제일모직 15만6493원이다.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종가가 6만2100원, 17만90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높다. 합병에 불만을 품은 주주라도 시장에서 파는 게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가 각각 7.73%, 10.39% 폭락했고 다음달 6일까지 10% 정도 더 떨어지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됐다.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16.5%)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장악력을 강화했다. 이재용 부회장-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ㆍ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짜였다.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은 숙제는 산적해 있다. 주주에게 약속한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을 실현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게 첫 과제다. 17일 합병 주총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소액주주들은 "지배 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 주주를 희생시킨다"고 지적했다. 한 개인 투자자는 "합병 비율이 불만이지만 “외국의 헤지펀드가 삼성, 더 나아가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걸 막기 위해 찬성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NH증권 김동양 애널리스트는 “통합 삼성물산이 이미 밝힌대로 배당성향 확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거너번스 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주주 가치 극대화를 실천하지 못하면 상당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김병도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의 핵심은 혁신의 리더십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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