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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륙한 '대륙의 실수'…'실력'으로 국산 가전 위협





가전업계에도 '차이나파워'
샤오미 등 중국산 가전기기
가격 대비 우수 성능으로 호평
이어폰부터 공기청정기까지 다양
'메이드 인 차이나' 물결 속
'최후의 보루'였던 국내 가전업계
차별화된 기술 있어야 생존 가능

직장인 김병모(34)씨는 며칠 전 즐겨찾는 IT 관련 사이트에 '대륙의 실수, 저도 드디어 구매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지난달 구입한 중국 샤오미(小米)의 스마트밴드 '미 밴드(mi band)'에 대한 사용 후기였다. 댓글 창에는 구매경로를 묻는 질문과 또 다른 중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소개 글이 잇따라 달렸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이른바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중국산 가전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에는 사실 중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겨 있다. '중국산답지 않게 성능이 괜찮다' '중국이 실력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라는 뜻으로 생겨난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에 그칠 것 같았던 '실수'가 다양한 제품군에서 잇따라 나타나자 이제 '대륙의 실수'는 '대륙의 실력'이라는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



처음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2009년 중국 사운드매직의 이어폰 'PL30'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당시 국내에서 유통되던 중국산 이어폰 대부분은 내구성이 약하고 음질이 좋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PL 30'은 2만원대 가격에도 10만~20만원대 제품에 맞먹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평을 받으며 국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탔다.



'대륙의 실수'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샤오미의 약진 이후다. 출범 초기 '산자이(山寨) 애플' 즉, '짝퉁 애플'로 불렸던 샤오미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를 계기로 국내 소비자의 눈에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충전속도가 빠르고 모양도 예뻐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은 것이다. 핵심기기가 아닌 주변기기라는 점도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었다. 스마트폰은 삼성이나 애플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보조배터리는 샤오미를 선택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었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구매자의 약 70%가 샤오미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샤오미가 '가격 대비 성능 좋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면서 체중계, 공기청정기 등 고사양의 제품들도 인기를 얻게 됐다. 중국에서 99위안(약 1만7000원)에 출시된 '미 스케일(mi scale)'은 고정밀 센서를 사용해 작은 체중변화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몸무게의 변화 추이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일본 발뮤다의 공기청정기 '에어 엔진'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미 에어(mi air)'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내 미세먼지 측정, 바람 세기 조절 등이 가능하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액션캠, 빔 프로젝터, 드론 등의 제품도 중국산이 강세다. 등산·자전거 타기·스노보드 타기 등 레저 활동 촬영에 적합한 액션캠은 주로 옷이나 헬멧, 자전거 등에 붙여 사용하기 때문에 작고 가벼울수록 좋다. SJ캠이 만든 SJ6000 시리즈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고프로, 소니 등의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영화 마니아, 캠핑족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미니 빔 프로젝터 UC40, 초심자를 위한 '입문용 드론'으로 불리는 'X5C'도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으로 사랑받고 있다.



초기에 '대륙의 실수' 시리즈를 접한 소비자들은 알리 익스프레스 등 중국 현지 쇼핑사이트를 이용하거나 구매대행 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수요가 늘면서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 국내 쇼핑사이트에서도 이들 제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가전제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배로 늘었다. 샤오미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만 2000여 개 팔렸지만 올해는 판매 제품이 체중계, 공기청정기 등 8종으로 다양해졌고 판매량도 17만 개로 늘었다.



'대륙의 실수' 시리즈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국내 가전업계도 이들 업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 제품이 품질까지 갖추면 국내 가전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의 경우 이미 중국 업체들의 공격이 거세진 상태다. 국내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하이얼(海?)의 세계 냉장고 시장 점유율은 15%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 17.5%보다 낮지만 LG전자의 9.9%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6대 TV제조사들도 1분기 북미시장 출하량 증가율 30%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가전업체의 기술력이 전반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술 격차에 따른 소비자의 효용이 줄어들었다. 획기적인 기능을 넣지 않는 한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 차이는 크지 않다"며 "확실하게 차별화된 기술이나 가치를 만들지 않는다면 국내 가전시장 역시 중국의 공세를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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