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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외침 LOUD] 뒷사람 위해 백팩 앞으로 멨더니…꽉 막혔던 통로 뚫리는 '모세의 기적'



8일 오전 8시,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시청 방면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자 가뜩이나 발 디딜 곳 없는 객차 안으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남들보다 키가 작은 편인 직장인 최민정(34)씨는 주변에 백팩(backpack)을 멘 사람이 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합니다. 최씨는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앞사람이 멘 백팩에 얼굴이나 머리를 맞기 일쑤"라며 "정작 가방 주인은 나를 친 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백팩을 멘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노트북 사용자가 늘고 아웃도어 패션이 유행하면서 생겨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백팩족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선 주변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민폐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폭이 약 1.3m인 지하철 통로의 경우 가방을 멘 성인 남성 두 명이 등을 지고 서있으면 사람이 지나가기 힘들게 됩니다. 백팩이 승객의 통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습니다.

백팩은 주변 승객을 때리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피가 큰 가방을 메고 좌우를 두리번거리기만 해도 뒷사람이 얼굴과 몸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등산용 스틱을 꽂아 놓은 산악용 가방은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각국의 지하철 운영주체들은 지하철 승객을 대상으로 '백팩 에티켓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관련 캠페인을 진행중인 일본 도쿄 메트로의 경우 큰 백팩을 멘 직장인과 괴로워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배경으로 "아이들은 보고 있다! 어른들의 매너"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를 제작해 승객들의 공감을 이끌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을 운영하는 파리교통공사도 2013년 백팩족을 거북이로 희화화한 포스터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5월부터 '백팩을 메셨다면'이라는 30초짜리 영상을 객차와 역사 안에 틀고 있습니다. "전동차 안에서는 가방을 손에 들거나 선반에 올려둡니다" "가방을 멘 채 급하게 몸을 돌리지 않습니다" 등 기본 매너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거나 지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학생 박영호(27)씨는 "관련 캠페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가방을 들고 있으면 너무 무겁고 선반에 올려두면 잊어버리고 그냥 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스물한 번째 LOUD는 혼잡한 지하철 안 백팩족 곁에서 외칩니다. 대중교통 내 백팩 예절의 중요성을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습관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와 중앙SUNDAY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아이디어로 '백팩 허그(Backpack Hugs)' 운동을 제시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등에 메는 백팩을 가슴 앞으로 돌려 마치 아기처럼 안고 타자는 의미입니다. 한 손으로 들고 있기에는 가방이 너무 무겁고 선반에 올려놓으면 잃어버릴까봐 불안한 승객들을 위해 보다 실용적인 대안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LOUD팀은 가방 브랜드 로우로우(Rawrow)와 협업해 두 가지 방향으로 '백팩 허그'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 부착할 수 있는 '백팩 허그' 스티커를 제작했습니다. 디자인을 맡은 로우로우는 양팔로 네모난 백팩을 꼭 안고 있는 모습을 픽토그램 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가로 30cm, 세로 50cm 크기의 스티커는 노란색과 검은색을 사용해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로우로우 매장에서는 판매중인 백팩 상품에 가격표와 '백팩 허그' 안내표를 함께 달기로 했습니다. 앞면엔 '백팩 허그'라는 글씨를 크게 새기고 뒷면엔 '지하철이나 버스에선 당신의 백팩이 주위 사람에게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픽토그램을 함께 넣었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LOUD팀은 9일 서울 메트로의 동의를 얻어 지하철 3호선 객차 한 량에 '백팩 허그' 스티커를 시범 부착했습니다. 애초 스크린 도어에도 스티커를 부착할 계획이었지만 서울 메트로의 사정으로 인해 이 부분은 시뮬레이션(사진)으로 대체했습니다. 김수현(45·경기도 고양시)씨는 "커다란 스티커가 눈에 확 들어온다"며 "가방을 고쳐 메면 되기 때문에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지영호(21·서울 금호동)씨는 "백팩을 메고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방을 치고 다니는 것도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라며 "백팩을 품어 안으면 불편함이 동시에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 인터넷사이트가 대학생 18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10.6%는 '지하철에서 커다란 백팩 등 다른 사람의 소지품에 맞아 불쾌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메고 있던 백팩을 품에 안아보면 어떨까요. 남을 위한 작은 배려, 어렵지 않습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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