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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주먹밥과 광주유니버시아드

2015년 7월, 찜통더위가 계엄군처럼 금남로를 점령해 버렸을 때 우리는 ‘물총 축제’를 벌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물총을 들고 서로를 향해 쏘았다. 어른 아이, 남자와 여자, 검은 피부와 흰 피부, 따질 겨를도 없이 물 총질을 해 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흠뻑 젖었다.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나는 양복과 팬티, 구두까지 완전히 젖어버렸다. 사람들은 웃고, 소리 지르고, 도망가고, 그러면서 금남로는 난장판이 되었다.



형편 그대로 나눠 먹는 주먹밥처럼
경기장 빌려 쓰며 짠순이로 2000억 절약
어려움 훌훌 극복, 광주 청년 정신 발휘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행사의 하나로 기획된 물총 축제에서 점잔을 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왜 추수감사절만 되면 스페인 사람들이 토마토를 던지며 난리를 치고, 각국의 관광객들이 토마토 축제(La Tomatina)에 못가 안달이 나는지 물총을 맞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물총 축제는 청년의 머리에서 나왔다. 광주시 행정조직 안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꾸린 청년정책 전담부서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청년들의 손발로 실행하고 집행하여, 거기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청년으로 돌아가는 유쾌한 한마당이었다.



‘1등 없는 콘서트’도 큰 인기를 얻었다. 순위가 없으니 잘못을 따지는 지적질도 없고, 꼭 잘 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그러니까 잘 한다. 예술을 하는 젊은 친구들은 꾸미지 않은 것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리 국악에서부터 클래식·댄스·밴드·힙합까지 장르는 다양했고,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청년 축제는 ‘아트장터’, ‘쿠킹쇼’, ‘부라더 디제이(DJ) 파티’ 등으로 이어졌다. 청년들은 멘토가 들려주는 ‘인생을 바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목소리에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가 만약 ‘광주유니버시아드’를 광주의 것으로 고집하고, 그런 것을 자존심으로 생각하여 새 경기장과 새 건물을 짓는데 몰두 했다면 그 자체로 빛났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머잖아 빚더미에 올라앉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행사를 둘러싼 환경들은 얼마나 열악했던가. 메르스는 창궐하고, 북한 선수단은 불참을 통보해 왔고, 여기 저기 소홀한 것이 드러나 대회를 연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여러 밤을 새며 걱정했다.



나는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일찍이 김준태 시인이 갈파한 ‘광주, 영원한 청춘의 도시’라는 모티브와 유니버시아드를 어떻게 동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그것은 1980년 5월에 닿아 있는 것이고, ‘광주정신’이란 하나는 청년이고, 또 하나는 주먹밥이다. 이 대회의 주인공은 청년 아닌가. 주먹밥은 있는 그 형편 그대로의 연대와 나눔이니, 나는 거기서 해법을 찾았다.



있는 것을 쓰자, 부족하면 고쳐서 쓰자, 없는 것은 빌려서 쓰자, 꼭 새 것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대회 조직위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20차례 협상을 벌여 경기장 시설 기준을 대폭 낮췄다. 주 경기장은 2002월드컵경기장으로 하고, 광주에 경기장이 부족한 종목은 전남 목포·순천·무안·나주 등지에서 열고, 전북에서도 빌리고, 조정경기는 충주에서 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69곳의 경기장 가운데 신축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시상대는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천에서 무상으로 넘겨받았고, 많은 물품들을 중고를 썼다. 선수촌 침대는 매트리스를 감싼 비닐을 벗기지 말고 얇은 덮개를 깔고 자도록 했다. ‘침대는 렌탈 제품이어서 비닐을 벗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공지문을 붙였는데 그런 것이 불편했을 것이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사용한 것들은 10월 ‘세계군인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경북 문경에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짠순이’ 대회를 치러 2000억원의 예산이 절약됐다. 알뜰 대회 자랑처럼 됐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광주의 진심이 잘 전달됐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계의 젊은이들이 스포츠 경기에서 흘린 땀의 결실과 더불어, 경기장 밖에서 열린 광장의 축제에서 무엇인가를 잘 느끼고 갔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기억하는 광주의 모습이 ‘청년’이기를 희망한다. 남루한 옷을 입고도 당당한 눈빛, 넘어져도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서는 청년의 모습. 열이틀, 젊은 손님들을 떠나보내면서, 광주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그런 것이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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