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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중임제냐 이원정부제냐…87년 체제 극복 과제



지난 17일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이 67주년을 맞았다. 1948년 제정된 우리나라 헌법은 그 동안 9번 개정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에는 28년째 현행 헌법을 유지하고 있다.

제헌절 67주년 기획·이제 다시 개헌을 말한다
5년 단임제로 책임정치 실종 지적
이원정부제·4년 중임제 놓고 논란
달라진 시대 반영 생활형 개헌 필요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헌론은 끊이질 않고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국정의 블랙홀이라 비유하면서 개헌론은 잠잠해졌지만, 최근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대통령과 국회가 정면 충돌한 것을 계기로 현 헌법체제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제헌절 기념식사에서 “87년 체제를 넘어야 하는 구조적 전환기의 국가적 과제와 비전이 헌법에 구현돼야 한다”며 개헌을 공론화하자고 제안했다. 중앙SUNDAY는 다시 떠오르는 개헌론의 현 주소와 헌법 개정의 방향에 대해 들여다봤다.



개헌론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87년 민주화의 산물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게 많은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87년 민주화 당시 국민의 요구는 ‘대통령은 내 손으로 뽑아야겠다’와 ‘장기집권은 싫다’ 이 두 가지였다”며 “이를 관철하다 보니 다른 건 소홀하게 생각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국민이 대통령 선출권만 갖고 심판권은 없는 현행 헌법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한번 당선되면 그만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 추궁과 심판의 대상을 실종시켜 버린다”며 “5년짜리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악순환의 고리를 해소하려면 개헌을 통해 정상적인 권력구조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지난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시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외교·안보·통일 등 외치(外治)에 전념하고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내치(內治)를 맡는 ‘이원정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또, 현행 5년 단임제인 대통령은 임기를 6년 단임으로 늘리되,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초당적·중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당적 이탈을 헌법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헌법개정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는 “우리나라의 정당정치 구조에서는 이상적인 의원내각제를 운영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며 “분권형 개헌으로 의원내각제적인 요소를 도입해 정당 간에 협치(協治)를 하도록 하되, 중립적인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도 의례적 권한이 아닌 국무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권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는 주장도 있다. 내각제를 바탕으로 설계된 이원정부제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만희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치에서는 정부와 정당에서 2명의 최고 지도자가 권력을 공유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한 경험이 거의 없다”며 “이원정부제를 도입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간에 권한 분배를 둘러싸고 새로운 갈등과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같은 4년 중임제가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훨씬 좋은 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통일 대비해 양원제로 개헌해야



여야가 강대강(强對强) 구도로 대립하고 있는 국회도 대표적인 개헌 대상이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국회 내 폭력은 사라졌지만, 다수결의 의미가 무력해진 게 현실이다. 국회의장도 직권상정 권한이 제한되면서 조정능력을 잃었다. 이런 국회의 무능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게 ‘양원제’ 도입이다. 현재 30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단원제 구조를 민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지역대표)으로 분리해 서로를 견제·보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194개 국가 중에서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78개국(2012년 기준)으로 40.2%를 차지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내에 하나의 원밖에 없다 보니 여야간에 심각한 대립이 발생했을 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며 “미국의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이 대통령과 여당·야당이 충돌할 때 조정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통일을 생각했을 때도 북한의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적기 때문에 북한의 지역대표들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평등 등 기본권 범주 넓혀야



현행 헌법은 1987년 이후 28년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통치구조를 바꾸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 아닌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생활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인 게 기본권 조항이다. 현행 헌법에서 기본권을 갖는 주체인 ‘국민’을 보편적 의미의 ‘사람’으로 확대하고, 다문화시대에 맞게 폐쇄적으로 오인될 수 있는 ‘민족문화’ 등의 표현은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안전하게 살 권리,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정보기본권), 성 평등과 같은 기본권을 도입하는 등 기본권을 보다 체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헌법 제117~118조에서 규정한 지방자치도 개헌론의 화두 중 하나다. 일각에선 지방자치 확대라는 시대 흐름에 맞게 지방 분권을 선언적으로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자주적 과세권, 재정권 등을 보장하는 등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선택 교수는 “1987년 개헌 당시의 국민보다 지금의 국민이 훨씬 더 다양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한다면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국민이 직접 헌법 개정에 참여한 아이슬란드의 사례처럼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소조항 삭제·맞춤법 손질 필요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헌법 제29조 제2항의 이른바 군인·군무인이 국가에 대해 배상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 ‘군인·군무원에 대한 이중배상금지’ 조항도 삭제해야 할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 조항은 애초 하위법인 법률 조항에 있었으나 당시 위헌법률심사권을 가졌던 대법원이 1971년에 “군경과 민간인 혹은 군경과 다른 공무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조항”이라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1972년 유신헌법에서 헌법 규정으로 만든 이후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당시에는 군인ㆍ군무원 등에 대해 국가가 충분한 배상을 할 수 없었던 현실이 작용했지만, 지금처럼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가능해진 여건에서는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헌법에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도 문제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표현은 ‘어떤 문제를 다른 장소나 기회로 넘겨 맡기다’는 뜻의 ‘부치다’를 쓰는 것이 맞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규정한 헌법 제53조4항에서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라는 부분도 회의에 안건을 올린다는 뜻으로 ‘부치고’라고 써야 한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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