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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政談)] 인기검색어 된 헌법 … ‘87년 체제’ 낡은 옷 바꾸자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제헌절을 맞아 신경식 대한민국 헌정회장 등 임원 2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 처음으로 헌정회 임원들을 만났다.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들로 이뤄진 사단법인이다. 왼쪽부터 신 회장, 박 대통령, 서영희 부회장, 김옥두 부회장, 이윤수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나는 대한민국 헌법. 17일은 내 생일(제헌절)이었다. 어느덧 내 나이 67세. 그동안 나는 9차례 옷을 갈아입었다. 마지막으로 바꿔 입은 건 1987년. 벌써 28년 전의 일이다.

거부권 파동 거치며 때아닌 관심
‘대통령 5년 단임제’ 낡았단 지적
정의화 의장 “개헌 물꼬 열어야”
국회 개헌모임 “9월 개정안 발의”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 반대 입장



 그래서일까. 내가 ‘구식’이라는 지적을 많이 한다. 특히 87년에 착용한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아이템이 너무 낡았다고 말한다. 생일잔치(제헌절 기념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조차 “헌법은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이라며 “개헌의 물꼬를 크게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의 변신(개헌)이 필요하단 소리다.



 #‘인기’는 뛰었는데=마침 나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시작은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장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내 보물인 ‘삼권분립’이란 저울을 망가뜨린다면서 내 이름을 16분 동안 9차례(‘개헌’ 포함)나 외쳤다. 이 기세에 밀려 낙마하게 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8일 퇴임사에서 나(헌법 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지키고 싶었다면서 나에게 상처를 준 건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런 사태 덕분에(?) 내 인기는 아주 뛰었다. 6월 셋째 주까지만 해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헌법 1조1항’의 검색횟수를 평가한 점수(0~100점)는 4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부터 검색량이 급증하더니 지난 6일에는 100점 만점으로 치솟았다. 그래서 나는 ‘인기 검색어’가 됐다.



 이러다 보니 “이렇게 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을 때가 개헌의 적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같은 전문가도 내 생일을 맞아 라디오에 출연해 “개헌의 당위성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개헌모임 재가동=내 변신에 적극적이었던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개헌모임)이 이런 흐름 속에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이 모임의 간사(우윤근 의원)가 지난 5월 제1야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 논의는 활기를 잃고 모임은 “유명무실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그래서 나도 내심 ‘새 옷을 입지 못하나 보다’고 실망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내 인기가 치솟자 이 모임이 조만간 ‘조문개정소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나섰다. 모임의 고문인 여당 중진(이재오 의원)은 “법조인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소위를 만들어 헌법 조문들을 손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9월 정기국회 때 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게 귀띔해줬다. 이 모임의 회원 수는 155명이다. 개헌 발의선(150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또 다른 중진(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도 지난 10일 토론회를 열고 “남녀평등·고령화 등의 시대상을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 개헌을 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5년 대통령 단임제 말고도 내가 옷을 바꿔 입어야 할 이유가 이렇게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화 의장이 내 옷을 갈아입히겠다는 의지를 밝힌 게 중요하다. 정 의장은 제헌절 축사에서 “87년 체제를 넘어야 하는 이 구조적 전환기의 국가적 과제와 비전이 헌법에 구현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면서 헌법을 제대로 바꾼다면 국가를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의 측근은 “21세기에 걸맞은 거버넌스(협치) 구조를 마련하지 않고선 대한민국호가 경제·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는 게 의장의 생각”이라고 배경을 설명해줬다.



 #문제는 ‘청와대 의중’=다시 말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대통령의 ‘기여’가 컸다. 하지만 묘하게도 나의 변신을 가장 반대하는 이도 바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회의에서 “개헌 논의 등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개헌 논의 불가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며칠 뒤 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여당 김무성 대표에게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청와대 관계자에게 14일 물어보니 “아직도 개헌에 대한 대통령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참모진도 현재로선 개헌과 관련해 어떤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는 답이 왔다.



 다만 오는 25일이면 박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다.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박 대통령 임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개헌에 대해 전향적으로 사고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며 “그때까지 국회는 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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