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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연애, 그 시시하고도 뜨거운 지나간 사랑의 쓸쓸한 풍경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김종옥 지음, 문학동네

356쪽, 1만3000원




뚜렷한 사건이나 극적인 드라마 없이도 소설이 얼마든지 흥미로울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듯한 소설집이다. 2012년 신춘문예로 늦깎이 등단한 작가가 올해 초까지 야금야금 선보인 12편의 단편 가운데 학교폭력이 소재인 ‘거리의 마술사’처럼 그나마 사회적인 성격의 작품은 소수에 속한다. 표제작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을 포함해 ‘시시하고 맥빠진 것처럼 보이는 연애담들’(평론가 권희철)이 두드러진다.



 한데 그 연애담들은 실제로 누군가의 경험인 것처럼 퍽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적당히 염치없고 야비하거나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하다. 뜨겁거나 일탈적이다. 실제 연애가 대개 그런 것처럼. 그런 어리석은 사랑들을 소설의 화자들은 고즈넉하게 회고한다. 어쩔 수 없이 쓸쓸한 풍경이지만 그렇다고 화자들의 심정이 안타깝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덤덤하게 철없던 시절을 돌아본다. 인생처럼 사랑도 기쁨 아니면 슬픔 한 가지 맛으로 되어 있는 건 아니다.



 ‘신호 대기’는 7년간 두 차례 이별하며 어영부영 관계를 유지한 남녀의 이야기, ‘그녀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는 막 결혼한 형을 공항까지 배웅했다 돌아오며 과거 여자 친구를 회상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표제작이다. 남성 화자를 거쳐간 여러 여자들에 관한 추억이 ‘세트’로 등장하고, 서울의 남쪽 도시 과천에 얽힌 일화들을 버무려 낸다.



 소설을 하나의 메시지로 압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겠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현재 나의 모습은 과거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반대로 과거에 하지 않은 일들의 결과라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사랑을 후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지 않아 사랑이 깨졌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은 사소한 충격이 오랜 시간 동안 누적돼 비로소 한 순간 깨지는 커피잔처럼 천천히 어떤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니 조급할 것도 이유 없이 낙관적일 필요도 없다. 그런 느낌으로 지금의 나를, 과거의 연애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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