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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중년기 남자가 직업에 회의를 느낄 때

김형경
소설가
그는 치과의사였다. 마흔 살이 되던 해 “타인의 입속을 들여다보며 견적내는 자신을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일을 접었다. 삶을 재점검해 직업 바꾸기를 소망했다. 2년간의 휴식과 모색 끝에 그가 찾아낸 진실은 이랬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잘못은 없었어. 그 일을 통해 내가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가 문제였어.” 다시 개업한 후 그는 시간과 재능을 타인을 위해 할애하기 시작했다. 헌신과 봉사 요소를 직업에 포함시킨 후 전보다 활기차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다.



 중년기에 접어든 사람은 어떤 경로로든 직업에 대한 회의와 맞닥뜨린다. 직업을 정체성과 등가로 여기는 남자에게 그것은 실존의 뿌리를 흔드는 경험이다. 그때 남자들의 대응법에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짐 콘웨이는 말한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에 몰입하는 유형, 경쟁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조직에 이용당했다고 여기며 일을 접는 유형, 다른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꿈꾸는 유형.”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마음에는 실직의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심리학 이론상으로는 중년기 들어 직업에 대한 회의가 일 때는 우선 마음을 점검해야 한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바로 그 허탈감을 살펴봐야 한다. 정체성은 직업과 등가가 아니며, 인정받기 위해 일했기에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고, 경쟁심에 쫓기느라 일의 진짜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음을 이해해야 한다. 한 중년 남자가 새해 일출을 보며 갈등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사업 번창을 빌까, 아들의 대학 합격을 빌까?” 두 가지 소원을 말해도 된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경쟁심이 컸고 기도만으로도 자기 몫을 덜어주는 듯 느낄 정도의 결핍감이 있었다.



 “중년기 이후 심리적 문제는 종교적 성향을 갖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융의 말이다. 종교적 성향이란 사랑과 자비심을 뜻할 것이다. “중년기 남자의 정체성 정립에는 양가성 통합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에릭 에릭슨의 말이다. 특히 중년기에는 창조성과 파괴성의 대립을 통합해야 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가 아니라 “이 일로써 무엇을 할 것인가” 쪽으로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치과의사는 실은 싱글 여성이다. 가장인 남자보다는 책임감이 덜해 안식년이나 봉사활동이 가능하지 않은가 반문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혹시 경쟁심이나 박탈감은 아닌가 되묻고 싶다. 아들을 위한 기도조차 흔쾌히 못하는 아버지처럼.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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