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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느린, 먼 마을 산책길

[슈어] 대한민국 구석구석 발자취를 남긴 여행 작가에게, 꿀단지처럼 숨겨두고 나만 가고픈 여행지를 물었다.



1 <때때로 대한민국> 저자 조경자·황승희



볼수록 멋진 옛 사대부 가옥. 아래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기품이 스며있다.




전남 담양군 창평 삼지천 슬로시티



슬로시티는 깨끗한 자연에서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다. 창평 삼지천 슬로시티는 백제 시대 형성된 마을로 조선 후기 사대부 가옥과 옛 돌담길이 마을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민박집으로 단장한 오래된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경취를 감상해보라. 붉은 노을을 안고 마을 한 바퀴를 돌아도 좋고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책에 나서도 좋다.



●이곳에선 꼭! 매화나무집(061-381-7130)은 손맛 좋은 안주인의 아침상으로 인기 있는 한옥 민박집이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달팽이학당(www.slowcp.com)에선 한과, 쌀엿, 효소 등을 만드는 슬로푸드 교실이 열리고, 매달 5·10·15·20·25·30일에는 창평장이 선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터 국밥집에서 먹는 정겨운 국밥 한 그릇을 놓치지 말길.



여행 코스 1일 차 담양 도착→소쇄원→전통 찻집 명가은→한옥 민박 2일 차 아침 산책→한옥 민박의 약초 밥상→관방제림→아트센터 대담



지리산방 흙집 풍경. 아래 탁 트인 풍경에 감탄하게 되는 야생 차밭.




경남 하동군 슬로시티 악양



지리산 줄기가 뻗어 있는 이 마을 명물은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평사리 들판이다. 최 참판 댁의 모델인 최부잣집을 둘러보며 돌담길을 산책해보자. ‘부부송’이라 불리는, 사이가 좋은 소나무 두 그루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도 좋겠다. 소설가 박경리는 ‘모든 생명을 거둬들이는 모신과도 같은 지리산의 포용력을 가진 땅이 하동’이라 했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보드라워지는 동네다.



●이곳에선 꼭! 최 참판 댁 관광안내소에서 편지지를 구매해 쓴 편지를 동정호의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에 배달된다. 1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는 뜻깊을 수밖에 없다. 쌍계사 입구엔 단야식당(055-883-1667)이 있다. 고 법정 스님이 자주 들르셨고 공지영 작가의 단골집이란 첩보다. 이 집 사찰 국수의 맛이 참 깊다.



여행 코스 1일 토지길 트레킹→지리산방 황토방 숙박 2일 차 평산각의 재첩국 먹기→매암 차박물관에서 차 한잔→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걷기



2 <쉼표, 경주> <쉼표, 강릉> 저자 유승혜



마음이 탁 트이는 안반데기 전경. 아래 현실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마을



대기리라는 행정구역명보다는 ‘안반데기’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안반데기는 구름도 쉬었다 간다는 해발 1100m의 고랭지 배추밭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푸른 들판, 안개비를 맞으며 자란 초록잎이 발산하는 특유의 신선한 향은 배추가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다. 그러니까 감자밭이나 무밭이었다면 이 아름다운 풍경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배추밭에서 힐링하고 간다는 게 좀 우습게 들릴 수 있겠지만 높고도 드넓은 배추밭을 발치에 두고 구름 사이를 걷다 보면 ‘이것이 신선놀음’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추밭 사이에 산책길이 나 있고 배추밭 꼭대기에는 멍에전망대도 있다. 딱 반나절 동안만 무릉도원 삼아 천천히 쉬어가면 된다.



●이곳에선 꼭! 안반데기 카페(033-655-5119)에서 맛보는 컵라면을 추천한다. 배추밭에서 먹는 맛은 특별히 인상 깊다. 강릉은 매년 커피 축제가 열리는 커피의 도시다. 근처 커피박물관 커피커퍼(cupper.kr)를 둘러보도록. 여기까지 와서 핸드드립 커피를 놓친다면 섭섭한 일이다.



여행 코스 1일 차 안반데기→커피박물관에서 커피 한잔→대관령옛길 산책 2일 차 오죽헌→선교장→경포해변



사정동 골목은 어렷을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왼쪽 처마가 붙은 낮은 담장과 좁은 골목이 정겹다. 오른쪽 세월이 멈춘 듯한 분위기에 이방인의 마음이 편해진다.




경북 경주시 사정동



경주 또한 여느 도시처럼 여러 개발과 보존 사업 때문에 오래된 골목길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그 와중에도 경주 구도심 언저리에 위치한 사정동은 낡았지만 소박한 멋이 있는 옛 동네로 남아 있다. 사정동 앞 사정길은 경주의 오래된 한옥들과 1970~80년대 지어진 옛집들 사이사이를 지나는 골목길이다. 한 번도 개보수를 한 적 없어 보이는 오래된 담벼락, 그 담 너머로 알싸하게 풍기는 친근한 김치찌개 냄새, 겨울이면 고드름이 매달리는 낡은 처마, 어쩐지 정겹게 들리는 컹컹컹 개 소리, 어린이들의 왁자한 웃음과 할머니들의 자잘한 수다 소리까지. 역사가 숨 쉬는 첨성

대와 대릉원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경주의 정겨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릉원 돌담길과 마주하고 있으니 골목길을 걷다가 대릉원 쪽으로 이동해보라. 꽤 괜찮은 산책 코스다.



●이곳에선 꼭! 먼저 사정동 내 한옥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으며 정취를 즐겨보자. 인근에 자리한 경주원조콩국(054-743-9644)의 구수한 콩국은 달콤한 찹쌀 도너츠를 토핑해 주는 걸로 입소문났다. 별채반 교동쌈밥(054-773-3322)에 방문해 경주의 별미인 고기 쌈밥, 곤달비 비빔밥과 육부촌 육개장까지 맛본다면 경주가 더 좋아질 게 분명하다.



3 <유럽 같은 국내 여행지>저자 백성현



45도 비탈의 108개 층층 계단, 680 개의 논이 바다까지 흘러 내린다. 아래 다음날 근처의 남해 독일인 마을까지 관광하는 것을 추천!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다랭이마을



남해 해안선을 따라 가파른 언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그 언덕을 거슬러 오르면 곡선의 계단식 논이 층층이 연결된다. 이렇게 산비탈을 따라 계단 형태로 형성된 것을 ‘다랭이 논’이라 부른다. 가천 다랭이 논은 옛 선조들이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고 해안 쪽부터 산비탈을 깎아 석축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논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뒤로는 수려한 산세가, 앞으로 는 넓게 트인 남해가 자리한다. 중턱에 자리 잡은 가천 다랭이 마을은 작고 아담하다. 지붕마다 예쁜 꽃그림이 형형색색 수놓여 있다. 반대편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늘밭과 유채꽃밭 그리고 마을지붕꽃밭이 아름답게 하나가 되어 어우러진다. 그 시원한 풍광이 예술이다.



●이곳에선 꼭! 바닷가답게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추천한다. 미조식당(055-867-7837)은 비린내 하나 없이 오동통한 멸치회와 멸치쌈밥이 대표 메뉴. 해사랑전복마을(010-3358-3910)에선 전복이 주인공이다. 미조 앞바다의 경치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여행 코스 남해대교와 충렬사 관광→가천다랭이마을 산책→상주 은모래비치→금산과 보리암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하화도 트레킹 코스. 왼쪽 마을 어귀에서 만난 고양이. 오른쪽 마을엔 여유로움이 흐른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하화도



여수에서 서남쪽으로 22㎞, 상화도에서 남동쪽으로 1㎞ 지점에 있는 작은 섬이다. 임진왜란 당시 난을 피해 가족과 함께 뗏목을 타고 이곳을 지나가던 인동 장씨가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가 만발한 이 섬의 아름다움에 반해 정착하며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이 바다를 항해하다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섬이라고 해서 ‘화도(꽃섬)’라고 불렀다고 전해온다. 두 개의 꽃섬 중 아래쪽에 있다 하여 ‘하화도’라고도 부른다. 해안선 길이가 6km 정도이며,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산지여서 섬을 한 바퀴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하화도 둘레길은 여수시가 선정한 10대 명품길 중 하나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도시의 복잡함을 벗어나 잠시 자연 속 산책로를 거닐 수 있고, 선착장에 앙증맞게 형성된 소박한 마을의 정취에 마음도 푸근해진다. 자연과 바다, 소박한 삶의 자리에서 편안한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꼭! 하화도에 들어가는 배의 노선은 두 가지다. 여수 중앙동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과 여수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백야도 마을 자체도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어촌마을로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기에 좋다. 특히 선착장 근처에 있는 백야도 손두부 집(061-685-1027)에서 직접 만든 옛맛 손두부와 여수 남도막걸리를 곁들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직접 부쳐 파는 부추부침개도 있다. 돌아오면 생각나는 맛이다.



여행 코스 선착장에서 시작해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병풍바위, 전망대, 큰굴삼거리를 도는 능선트레킹→해안길 따라 애림민 야생화공원 산책→선착장



4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저자 이원근



동강 래프팅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고성리 나루터에서 진탄라루까지의 코스가 좋다. 아래 뼝대길은 아름다운 비경 덕분에 오지 트레커들에게 최고의 코스로 꼽힌다.




강원도 정선군 제장마을 & 연포마을



백운산 자락의 여섯 봉우리 중 하나인 칠족령을 따라 하늘벽 구름다리 쪽으로 뼝대길 트레킹이 있다.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떨어질 것 같은 위험한 길이지만, 그만큼 전망이 기막히다. 정선과 영월을 걸쳐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의 환상적인 자태는 잊지 못할 장면이다. 에메랄드보다 짙은 생명력의 아름다운 초록색 물이 유유자적한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로 알려진 뒤부터, 연포마을은 오지 전경을 찾는 캠핑족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기 시작했다. 눈부신 신록과 맑은 물 그리고 마을에 들어가는 순간 자연에 동화될 수밖에 없는 마을. 초록을 좋아한다면 이곳으로 당장 떠나야 마땅하다.



●이곳에선 꼭! 여행에 지친 발을 동강에 꼭 담가보길 바란다.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다. 문산나루에서 거운리 코스의 래프팅이 있다. 급류가 있어 익사이팅을 좋아한다면 적격이다.



여행 코스 제장마을에서 칠족령을 넘어 하늘구름다리를 거쳐 연포마을로 걷는 산책로→ 뼝대길(석회암 지대 절벽길) 트레킹



싱그러운 공기가 가득한 백현 계곡 아래 근처엔 태백 구문소와 현불사가 있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마을



대현마을은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의 부쇠봉에 계곡을 낀 오지 마을이다. 예부터 백천계곡의 땅기운이 남달리 신성해 종교인과 정치인들이 찾았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세계 최남단의 열목어 서식지로 꼽힌다. 그만큼 물이 맑고 수온이 낮다. 사람의 인기척엔 숨어버리지만, 팔뚝만 한 크기로 펄떡펄떡 뛴다는 것이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다. 산속 깊게 숨은 마을이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았고,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청청하다. 길은 산길처럼 좁지 않고 평평하게 쭉쭉 뻗어 있어 걷기에 적합하다. 아끼고 보살펴 대대손손 후대에게 남기고 싶은 보물 같은 곳이다.



●이곳에선 꼭! 천연기념물 계곡이라 깨끗함 그 자체다. 하늘을 가리는 금강송 사이로 피톤치드를 한껏 들이마시면서 걸으면 더 좋다. 근처에선 구수하게 감칠맛 도는 시골 된장찌개를 파는 청옥식당(054-673-4459)을 추천한다. 곤드레나물밥은 필수다.



여행 코스 영월 선암마을 전망대 입구→전망대→태백의 명물 곤드레밥→백천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현불사→백천계곡→현불사로 이어지는 코스 트레킹



기획 슈어 박소현, 사진 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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