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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보물이면 뭐하나, 알지도 못하는데’

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한반도의 랜드마크들은 북한에 많다. 높은 산(백두산)은 말할 것도 없고 높은 고원(개마고원), 긴 강(압록강) 등 신생대 지각운동의 세례를 받은 것들이다.



 오랜 시간이 퇴적돼 만들어진 가장 큰 자연호수도 북한에 있다. 두만강이 동해의 품에 안기는 함경북도 경흥군 동쪽 끝자락의 동번포·서번포다. 원래 만(灣)이었는데 두만강이 안고온 토사를 동해 바닷물이 밀어올려 자연제방이 되면서 석호(바닷물이 섞인 해안호수)로 변했다. 좁은 목으로 연결된 두 호수의 둘레는 45㎞, 여의도 면적의 일곱 배 크기다. 보물 같은 호수다.



 맑은 날 북한·중국·러시아 3국이 접경하는 중국 팡촨(防川)의 전망대 용호각에 오르면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철교 뒤로 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달 북·중 접경 1400㎞를 달린 ‘평화 오디세이’ 참가자들은 동해 앞쪽에 귀퉁이를 드러낸 이 호수를 놓고 두만강 지류인지 호수인지 설왕설래를 벌였다. 자연호수의 왕중왕인데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수모도 이런 수모가 없다. 물론 호수 잘못은 아니다. 분단 70년이 가로지르는 남북 현실과 교류를 끊고 기싸움으로 흘려보낸 시간이 쌓여 관심에서 멀어진 것뿐이다.



 호수쯤이야 몰랐던들 어떠랴마는 남북 간단절의 결과로 갈수록 북한 내부 사정에 깜깜이가 되는 건 심각한 문제다.



 기계를 동원해 엿듣고 몰래 보는 방식은 상대가 역정보를 연출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북한을 드나드는 해외동포나 조선족을 통하는 것도 그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고도의 분별 역량이 축적돼 있어야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나오는 집안 좋은 무역일꾼에게 귀동냥하는 것도 감질나는 일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겨냥해 중국은 거대 인프라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날개를 펴고 서쪽으로 대외경제의 방향을 틀고 있다. 일대 일로의 시야에 한반도는 없다. 지역 맹주 격인 미국의 후원 아래 일본은 군국주의 야성을 회복하며 중국 포위망을 조이고 있다. 북핵만 놓고 봐도 심란한데 한반도 주변에선 분란의 불씨가 모락모락 연기를 잉태하고 있다. 경제나 안보적으로 엄준한 도전 상황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남북관계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열쇠는 교류·협력인데 항공편으로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동해 유라시아를 도는 열차 투어까지 갈 것도 없다. 계속 한다면 모를까. 남북종단 노선이 빠진 채 여러 나라가 숟가락을 올리는 일회성 이벤트로 관계에 변화가 올리 없다.



작고 쉬운 것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1조가 나오고 제왕적 군신관계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강력한 당·청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신발끈을 조이자마자 북한 주민의 결핵·풍진 예방을 위한 백신과 항생제지원 카드를 낸 것은 좋은 신호다. 인력송출과 어설픈 관광사업에 목을 매고 있는 북한이다. 이제 지갑 속에 즐비한 카드를 꺼낼 때다.



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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