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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창조 금융? 8퍼센트에 물어봐

이정재
논설위원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올해 서른넷이다. 8년 은행원 생활을 지난해 접었다. 온라인 개인 대 개인(P2P) 대출 회사를 차렸다. P2P는 요즘 뜬다는 핀테크 산업 중에서도 핵심이다. 이걸 어떻게 다루느냐가 그 나라 금융 수준을 말해 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애초 그를 전화 인터뷰할 때는 금융 규제의 한 사례 정도로 다룰 생각이었다. 마침 ‘절절포’(규제 완화를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로 유명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막 취임 100일을 넘긴 때였다. 그런 임 위원장도 못 푸는 규제 얘기를 꺼내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듣다 보니 그의 얘기를 더 진지하게 다루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에게 한 첫 질문은 이거였다. “왜 그 좋다는 은행원을 그만두고 돈 안 되는 창업을 했느냐? 더욱이 우리처럼 금융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나라에서. 그 누구보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은행원출신이.” 그는 우선 자신에게 물었단다.



 “하루 1만원 갖고 살 수 있을까? 살 만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돈 욕심 없고, 돈 쓸 일 없는데 월급에 매여 사는 인생이 무슨 재미인가. 남편도 1인 창업자예요. 창업해도 안 굶어 죽는다는 확신이 들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8퍼센트는 개인들 돈을 받아 돈이 필요한 개인·소기업 등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게 사업모델이다. 온라인이라 지점이 필요 없다. 그만큼 싸게 빌려줄 수 있다. 은행 담보대출 금리가 연 2~3%대인데 대부업체는 연 30%대다. 한국 금융엔 중간 대출 시장이 없다. 연 8~10%에 돈을 빌려주면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1% 금리 시대에 담보 없고 신용 떨어진다고 연 30% 고금리 대출이 말이 되나. 그러니 일본계 대부업체가 시장을 장악해 배를 불리는 것 아닌가. 없는 사람일수록 고금리에 피를 빨리는 것 아닌가. 이런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 돈을 빌려주는 사람, 중개 서비스를 하는 회사 모두 행복한 금융을 만들고 싶었다.



 투자자에겐 연 5%의 이자를 준다. 1% 금리 시대 이만한 재테크가 없다. 22주 만에 3억, 30주 만에 20억이 모였다. 투자 수익률은 9.13%, 연체율·부도율은 0%다. 지난 3일 자동차 공유서비스 업체 소카의 3억원 투자 모집 땐 170명이 몰려 4시간 만에 마감됐다. 시작은 좋다.



 그러나 앞날은 모른다. 예측 가능하지 않아서다. 문제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P2P를 금융업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업체로 등록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회사뿐 아니다. 투자자도 대부업자 등록을 해야 한단다. 연 5% 이자 받겠다고 누가 그런 번거로움을 감당하겠는가. 8퍼센트는 궁여지책으로 익명 조합을 만들고 조합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 중이다.



 “핀테크는 세상에 없던 금융을 하는데, 규제는 옛것을 써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에게 전화 통화만 하라는 격이지요.”



 8 퍼센트 의 롤모델은2007년 창업한 미국의 렌딩클럽이다. 렌딩클럽은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했는데 기업가치가 85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회사가 커질 때까지 미국 금융당국은 지켜만 봤다. 문제점이 하나 둘 드러나자, 금융당국과 렌딩클럽이 머리를 맞댔다. 2008년 신규 영업을 6개월간 중단하고 규칙을 만들었다. ‘투자자는 반드시 분산투자하게 한다. 대출자의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압류는 금지된다….’ 이렇게 렌딩클럽용 투자자·대출자 보호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렌딩클럽은 창조 금융의 진수를 보여주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안 되나. 대통령이 그렇게 ‘규제 철폐’를 외쳤고 마침 ‘절절포’의 임종룡이 금융위원장에 앉았는데도 말이다. 이 대표는 긴 통화가 끝난 뒤 한 가지 당부했다. “지금이 P2P 제도를 정비할 골든타임입니다. 더 방치하면 사이비 업자들이 대형사고를 칠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간 어렵게 싹 튼 창조 금융 P2P는 대한민국에서 멸종할 겁니다.” 현실의 벽이 높지만 이 당찬 젊은이의 열정은 그보다 더 높았다. 모처럼 흐뭇한 인터뷰였다. 그의 열정에 대고 금융당국이 어떻게 답할 것인가란 생각만 없었다면 말이다.



이정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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