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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피해자’ 빠진 보이스피싱 대책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백기
사회부문 기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의 이정수 부장검사라고 합니다.”



 서울 강북구에서 노점상을 하는 박모(54)씨에게 얼마 전 전화가 걸려왔다. “박 선생님 개인정보가 유출돼 계좌에 든 돈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안전한 계좌로 옮겨드리겠다”는 얘기였다. 당황한 박씨는 ‘부장검사’가 불러준 은행 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했다. 통장에 있던 돈 전부였다. 찜찜한 마음에 박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답은 “수사기관에선 개인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 관련 정보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황급히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대포통장’을 거쳐 빠져나간 뒤였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3년 4765건에서 지난해 7655건으로 급증했다. 피해액도 지난해 2165억원으로 전년(1365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정부의 예방 활동과 단속, 처벌에도 보이스피싱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은 지난 12일부터 사기범들의 실제 목소리를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http://phishing-keeper.fsss.or.kr)를 통해 공개했다. 사기범에게 당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검찰과 경찰은 특히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대구지검 강력부는 지난달 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28명을 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간 사기죄로 처벌해온 보이스피싱 범죄에 범죄단체 구성 혐의까지 인정되면 형량은 두 배가량 늘어날 수 있다. 나아가 보이스피싱으로 얻은 수익을 ‘범죄수익 환수법’에 따라 강제로 환수할 수 있게 된다. 한 검사는 “범죄단체 구성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것만으로도 범죄자의 재산을 압류해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지고 범죄 수익까지 돌려받을 길이 열린 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이러한 대책들 속에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범죄수익 환수법엔 조직 범죄 신고자를 포상하는 규정은 있지만 피해자 보상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국고로 들어온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환수되는 범죄 수익 규모가 앞으로 얼마나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불특정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상 보상 대상과 액수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은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범죄다. 박씨처럼 한순간에 목돈을 잃고 좌절에 빠진 피해자에 대한 생계 지원이나 긴급 구호 등 구제 방안도 고민했으면 한다.



김백기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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