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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람에 살짝 풀어져도 맘 편한, 마당 좋은 집





[맛있는 월요일] 서울 도심서 마당을 찾다







“한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은 참 좋아라. 한낮의 태양 빛에 뜨거워진 내 머릴 식혀 주누나.”



 정태춘씨의 노래 ‘한여름 밤’의 한 대목이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고, 선선하게 부는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는 시간. 오랜 벗들과 시원하게 술 한잔 기울이기 딱 좋은 때, 한여름 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에선 이 한여름 밤을 제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다. 신사동 가로수길에나 가야 테라스 카페가 있을 뿐 도시의 밤거리에선 그 흔했던 포장마차도 다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아파트 단지 내 치킨 가게 앞뿐이다. 그래서 찾아봤다. 집 안에 펼쳐진 자유의 공간, 마당 있는 집을. 낮에는 수박 잘라 먹고 밤에는 아버지가 막걸리 한잔 걸치며 별을 세던 그 한가로운 풍경을 되살릴 수는 없을까.



햄과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간 파니니(카페 코), 치아바타빵 위에 아보카도·토마토를 올리고 직접 만든 리코타치즈와 오렌지 드레싱을 얹은 샌드위치(카페 부부).
 ◆집 뒤뜰에서 즐기는 스테이크 파티=서울에서 마당 있는 카페·식당을 찾으려면 오래된 한옥 또는 단독주택을 개조한 곳들뿐이다. 서울 청운동에 있는 ‘PS94번지(PS94th)’도 동네에 딱 하나 남은 ‘적산가옥(敵産家屋·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지은 집)’이다. 노부부가 37년간 알뜰살뜰 가꿨던 집을 이경씨가 3년 반 전 인수해 스테이크 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설치미술가인 이불씨의 동생이자 한국영화 아트디렉터 1세대로 이현승·이명세 감독 등과 작업했던 이경씨. 하지만 벽을 터서 실내를 넓혔을 뿐 집은 거의 꾸미지 않았다. “오래된 집 특유의 빈티지한 느낌을 그대로 두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단골 고객들이 좋아하는 곳은 집 안쪽, 뒷마당이다. 볕이 잘 안 들어 바닥에는 초록색 이끼가 가득한데 저녁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마음의 여유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이씨는 “집 안에 숨겨진 공간이라 보는 눈 신경 쓰지 않고 살짝 퍼져도 되는 곳”이라고 했다. 7~8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바비큐 그릴을 들여놓고 단체손님이 고기를 직접 구우며 한여름 밤의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테이크 등과 각종 음식은 공동대표인 종화정씨가 만든다. 한우 투플러스 고기를 웻에이징(wet aging·고기의 육즙을 유지하면서 숙성하는 방식)으로 숙성시켜 참숯불에 20~25분 정도 구운 스테이크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고기는 성인 남자 주먹보다 두툼한데 칼을 대자마자 부드럽게 썰리면서 육즙이 흘러나온다. ‘PS94번지’의 대표 메뉴로는 생선오븐구이도 있다. 어른 팔뚝만 한 큰 통가자미 한 마리를 레몬·올리브오일을 발라 오븐에 구운 것인데 서울에선 흔히 볼 수 없는 프랑스식 메뉴다. 연한 베이지색 종이 포일 안에 각종 채소를 함께 굽는데 포일을 살짝 벗겨낸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언니 이불씨의 초대로 들르는 서양의 미술관장들도 앞다투어 사진을 찍어갈 정도다.



가자미와 채소를 함께 구운 오븐구이(PS94번지).
 ◆낮에는 아이들의 놀이터, 밤에는 파스타와 더치 맥주를=오래된 집 특유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는 ‘카페 부부(BUBU)’도 있다. 망원시장 골목길에서 주택가로 접어들자마자 눈에 띄는 앞마당 넓은 이층집. 그래픽과 브랜딩 디자인을 하는 권오현(37)·박선영(31) 부부는 1년 전 결혼식 치를 비용으로 이 집을 빌렸다. 30년 동안 이 집에 살았던 노부부는 카페를 하겠다는 권씨의 말을 처음에는 탐탁해하지 않았다. “집이 망가질 거라고 생각한 거죠. 우리가 하고 싶은 카페 사업계획서를 보이고 한 달간 설득했어요.”



 권씨 부부는 노부부에게 한 약속대로 문을 없애서 실내를 텄을 뿐 벽도 거의 그대로 두었다. 오래된 집에 어울리도록 가구도 모두 쓰던 것들만 들였다. 마음에 드는 ‘헌 가구’를 구하기 위해 부산까지 달려간 적도 있다.



 이 집의 앞마당은 낮과 밤의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낮에는 인근에 사는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와 아이들을 마당에 풀어놓는다. 엄마들이 테이블에 모여 차를 마시는 동안 아이들은 마당에 깔린 자갈로 소꿉놀이를 한다. 알록달록한 알전구가 마당을 밝히는 밤이면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변신한다. 이곳 망원동엔 홍대 앞, 상수동의 높은 집세를 피해 밀려온 젊은 예술가들의 공방이 많다. 그들이 밤이면 마실을 다니며 즉석 공연을 하곤 하는데 카페 부부의 넓은 앞마당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식사 메뉴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샌드위치 딱 두 개뿐이지만 권씨가 바질 잎을 절구에 찧어 정성스럽게 만든다. 권씨는 샐러드 드레싱과 리코타 치즈까지 직접 만든다. 이들 메뉴에 어울리는 것은 역시 권씨가 직접 만드는 더치 맥주. 커피전문점답게 더치 커피를 직접 내리는데 여기에 생맥주를 맛있는 비율로 섞은 것이다.



 ◆쪽마당이 갤러리로, 가구공장 앞마당이 카페로=식사 메뉴는 없지만 마당에서 간단한 스낵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안국동 헌법재판소 옆 골목에 있는 ‘카페 코’는 융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커피전문점이다. 간판 대신 걸린 코 조각 밑 입구로 걸어 들어서면 작은 마당이 나타난다. 빨강·파랑 페인트로 상상의 동물을 그려놓은 벽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이곳에선 사진전 같은 문화 행사도 자주 열린다. 술은 시즌별로 딱 한 종류만 판다. 여름엔 샹그리아, 겨울엔 뱅쇼. 와인에 각종 과일을 담아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뒤 얼음과 레몬을 띄워 낸다. 탄산수를 섞지 않기 때문에 단맛은 적지만 과일 맛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게 특징이다.



 카페와 공방 등이 빠르게 들어서면서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성수동. 그중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소문난 ‘아이니드팩토리(INEEDFACTORY)’는 마당이 있는 카페로 유명하다. 장민수(34)·장진수(32) 목수 형제가 가구공장 앞마당을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장민수씨는 “처음엔 가구 보러 온 손님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만든 건데 소문이 나면서 멀리서도 찾아온다”고 했다. 공장에서 쓰다 남은 목재로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고 캠핑 의자를 여기저기 널려 놓은 모습이 동남아 어디쯤에서나 볼 수 있는 바 같은 분위기다. 어설프지만 다른 데선 절대 볼 수 없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맥주와 함께 간단한 과자를 파는데 밤에는 동네 젊은이들이 모여 공연도 자주 연다. 오는 25일에도 인디밴드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한쪽 공간에는 주변 젊은 공예작가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판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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