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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 7주된 ‘웅추’ 3시간 3단계 조리 살은 쫄깃쫄깃 국물 맛은 깊고 담백

삼계탕.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재료 자체에서 우러나온 국물이 맑아 보이지만 맛이 깊고 진하다.
봄인가 싶더니 벌써 한여름이다. 속절없는 계절의 변화는 언제나 미련을 남기곤 한다. 하지만 가버린 것을 어쩔 것인가. 후회는 그만하고 이제는 여름과 친해져야 할 때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63> 서울 서소문 고려삼계탕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몸이 쉽게 지치기 시작하니 절로 몸보신 생각이 난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제는 그럴 나이가 됐다(역시 어느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8명은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딱히 복날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어디 삼계탕 잘하는 집에 가서 얼른 한 그릇 먹어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불쑥 든다. 사실 복날에는 삼계탕 얻어먹는 것이 전쟁이어서 그날을 오히려 피하는 것이 여름철 정신 건강에 더 좋다.

삼계탕이 국민 보양식이 되면서 이를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잘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래 간단해 보이는 음식이 맛을 내기 더 어려운 법이다. 밥을 뭉쳐서 생선회 조각을 얹는다고 제대로 된 스시가 되는 것은 아니듯 닭에 인삼과 쌀을 넣고 끓여 낸다고 다 맛있는 삼계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실력에 따라 맛이 아주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어떤 집을 찾는 것이 좋을까. 간단하다. 역사가 오래된 곳을 찾으면 된다. 동네마다 오래된 삼계탕 집 한 곳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곳에 가면 최소한 삼계탕 코스프레를 한 닭곰탕을 먹게 되는 일은 없다.

▶고려삼계탕 :
서울 중구 서소문동 55-3 전화 02-752-9376
일 년에 설날, 추석 딱 2일 쉰다. 삼계탕 1만5000원.
광화문 직영점 포함해서 두 곳뿐이다.
분점이나 체인점은 전혀 없다.
서울의 중심부인 시청 근처 서소문 거리에 ‘고려삼계탕’이라는 곳이 있다. 1960년에 시작된 아주 오래된 삼계탕 집이다. 민간에서 닭백숙에 인삼을 넣어서 보양식으로 만들어 먹곤 하던 것을 정식으로 상업적인 메뉴로 만들어 삼계탕이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서천에서 상경해 남대문 시장 닭집에서 일을 하던 고 이상림씨가 시작했다. 그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바탕이 됐다. 지금은 교사 출신인 큰아들 이준희(56) 사장이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내력 있는 곳은 삼계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한번 보자.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닭이다. 이곳에서는 산란용 닭 종자의 수컷 중 병아리를 쓴다. 태어난 지 7주 정도 된 것이다. ‘웅추(雄雛)’라는 멋진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실은 알을 낳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서 예전에는 초등학교 아이들 장난감으로 팔리거나 일찍 제거되었던 불쌍한 병아리였다. 수컷이라 뼈가 억세고 살이 단단해서 오래 끓여야 하는 삼계탕에 잘 어울린다. 닭에 대해 잘 알았던 창업자의 아이디어였다.

그 다음으로는 끓이는 방법이 중요하다. ‘웅추’와 인삼, 찹쌀, 대추, 마늘 그리고 한약재인 오가피와 엄나무 껍질을 넣고 함께 끓여내는데, 단순하게 그냥 끓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3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첫 단계는 센 불로 재료를 익히는 단계다. 1시간 정도 끓여서 익히고 불순물이나 기름이 떠오르는 것을 제거한다.

두 번째 단계는 간을 위한 것이다. 소금 양념을 하고 중불로 1시간 정도를 끓이면서 닭고기와 재료 전체에 간이 적당하게 배어들도록 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재료에서 국물을 우려내는 순서다. 약한 불로 또 1시간 정도 천천히 끓이면서 재료에서 국물이 흘러나와 함께 어우러져 깊은맛이 나도록 한다. 총 3시간이 걸리는 긴 과정이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끓여낸 삼계탕은 아주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다른 첨가물이 없이 재료 자체에서 만들어진 깔끔한 국물이 투명해 보이는데도 아주 진하다. 향긋한 인삼 냄새가 국물 맛과 잘 어울리면서 보약을 먹는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렇게 오래 끓였는데도 역시 ‘웅추’는 꽤 쫄깃거리면서 고기를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 속에 든 찹쌀을 국물에 풀었더니 찹쌀의 단맛이 더해지면서 국물의 맛이 더 풍부해진다. 정신없이 뚝딱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온몸에 땀이 나면서 건강한 기운이 가득 들어차는 것만 같다.

이제 가장 덥다는 삼복 더위가 곧 시작이다. 복(伏)이라는 한자는 하도 더워서 사람이 개처럼 엎드린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과장이지만 그래도 더위가 힘들긴 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다. 여름이어서 즐길 수 있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 곁에는 삼계탕이라는 후원군도 있다. 자, 이제 힘차게 즐겨 보자. 가을이 왔을 때 또 후회하지 않게. ●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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