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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63> 서울 서소문 고려삼계탕
삼계탕이 국민 보양식이 되면서 이를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잘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래 간단해 보이는 음식이 맛을 내기 더 어려운 법이다. 밥을 뭉쳐서 생선회 조각을 얹는다고 제대로 된 스시가 되는 것은 아니듯 닭에 인삼과 쌀을 넣고 끓여 낸다고 다 맛있는 삼계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실력에 따라 맛이 아주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어떤 집을 찾는 것이 좋을까. 간단하다. 역사가 오래된 곳을 찾으면 된다. 동네마다 오래된 삼계탕 집 한 곳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곳에 가면 최소한 삼계탕 코스프레를 한 닭곰탕을 먹게 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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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력 있는 곳은 삼계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한번 보자.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닭이다. 이곳에서는 산란용 닭 종자의 수컷 중 병아리를 쓴다. 태어난 지 7주 정도 된 것이다. ‘웅추(雄雛)’라는 멋진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실은 알을 낳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서 예전에는 초등학교 아이들 장난감으로 팔리거나 일찍 제거되었던 불쌍한 병아리였다. 수컷이라 뼈가 억세고 살이 단단해서 오래 끓여야 하는 삼계탕에 잘 어울린다. 닭에 대해 잘 알았던 창업자의 아이디어였다.
그 다음으로는 끓이는 방법이 중요하다. ‘웅추’와 인삼, 찹쌀, 대추, 마늘 그리고 한약재인 오가피와 엄나무 껍질을 넣고 함께 끓여내는데, 단순하게 그냥 끓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3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첫 단계는 센 불로 재료를 익히는 단계다. 1시간 정도 끓여서 익히고 불순물이나 기름이 떠오르는 것을 제거한다.
두 번째 단계는 간을 위한 것이다. 소금 양념을 하고 중불로 1시간 정도를 끓이면서 닭고기와 재료 전체에 간이 적당하게 배어들도록 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재료에서 국물을 우려내는 순서다. 약한 불로 또 1시간 정도 천천히 끓이면서 재료에서 국물이 흘러나와 함께 어우러져 깊은맛이 나도록 한다. 총 3시간이 걸리는 긴 과정이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끓여낸 삼계탕은 아주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다른 첨가물이 없이 재료 자체에서 만들어진 깔끔한 국물이 투명해 보이는데도 아주 진하다. 향긋한 인삼 냄새가 국물 맛과 잘 어울리면서 보약을 먹는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렇게 오래 끓였는데도 역시 ‘웅추’는 꽤 쫄깃거리면서 고기를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 속에 든 찹쌀을 국물에 풀었더니 찹쌀의 단맛이 더해지면서 국물의 맛이 더 풍부해진다. 정신없이 뚝딱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온몸에 땀이 나면서 건강한 기운이 가득 들어차는 것만 같다.
이제 가장 덥다는 삼복 더위가 곧 시작이다. 복(伏)이라는 한자는 하도 더워서 사람이 개처럼 엎드린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과장이지만 그래도 더위가 힘들긴 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다. 여름이어서 즐길 수 있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 곁에는 삼계탕이라는 후원군도 있다. 자, 이제 힘차게 즐겨 보자. 가을이 왔을 때 또 후회하지 않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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