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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가 폭락, 어설픈 대출규제로 ‘깡통 개미’ 속출한 탓

상하이종합지수가 5.9% 떨어진 지난 8일 중국 장쑤성의 증권사 객장에서 한 여성 투자자가 얼굴을 감싸 쥐고 걱정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11월 이후 150%나 급등했던 중국 증시가 최근 3주 만에 34% 폭락했다. 서방 언론과 인터넷에 “중국 금융위기”, 심지어 “중국발 세계 금융위기” 등의 얘기가 떠돈다. 맞는 말인가? 이번 중국의 주가 폭락은 중국의 실물경제 문제가 아니라 증시 내부 문제다. 중국 경제위기를 3가지 측면에서 짚어 보자.

[중국 증시 쇼크] 급락 사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첫째,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었는가?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수급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다. 중국 경제는 7%대 성장에서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

둘째, ‘7% 중속성장’을 두고 하드랜딩(Hardlanding)을 걱정하지만 이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후기 공업화 단계 국가의 특징이다.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둔화되는 추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요 2개국(G2) 대열에 올라선 국가 중 7% 성장한 나라가 있는가?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신산업은 고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5월 인터넷쇼핑은 38.5% 증가했고(전년비) 전기차 생산량은 2.8배, 로봇 생산량은 1.3배 늘었다.

셋째, 금융위기의 징후는 자금 부족과 금리·환율·주가 변동이다. 지금 중국은 대형기업의 부도나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없다. 6월 반기 결산기에도 금리가 급등한 적이 없다. 금융기관 간 자금의 미스매치로 단기간 금리가 급등한 적도 없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왔다면 외환시장이 요동쳐야 한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조용하다. 단지 주식시장에서만 난리다. 이는 “주식시장 집안일”이라는 뜻이다.

사채업자 10만 명이 개미 투자에 불 댕겨
불과 돈은 잘 다루면 대박이지만 잘못하면 집도 태운다. 금융 당국이 레버리지(leverage) 정책을 어설프게 다루는 바람에 생긴 정책 실수가 만든 개미의 ‘깡통계좌 속출’이 이번 주가 폭락의 본질이다. 레버리지란 ‘지렛대’라는 의미로 금융계에선 차입을 뜻한다. 빚을 지렛대로 삼아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투자기법이다. 레버리지는 경기가 호황일 때 효과적인 투자법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금리)으로 자금을 끌어와 수익성 높은 곳에 투자하면 조달비용을 갚고도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이 연쇄적인 가격 폭락을 몰고 온 이번 급락의 배후는 레버리지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10만원을 가진 어떤 투자자가 90만원을 빌려 100만원을 투자해 주가가 100% 올랐다면 100만원을 벌었고, 100만원 중 이자 9만원을 내고 남은 91만원을 다시 레버리지 걸어 910만원을 만들었다. 10만원이 순식간에 91배 늘어난 것이다.

이는 주가가 오르기만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올라갈 때는 대박이지만 10%만 하락하면 담보자산의 규모를 넘어가기 때문에 바로 반대 매매에 들어간다. 정부가 이런 고(高)레버리지의 위험성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과다하게 돈을 빌려 투자하는 걸 금지하자 주가가 순식간에 10% 이상 하락했다. 910만원이 모두 날아갔고 원금 10만원 자체가 깡통이 된 것이 이번 중국 증시 급락의 전모다.

중국의 사채업자 10만 명이 이 사업에 불을 붙였고, 330만 명의 개미가 여기에 뛰어들어 대박의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증권사와 핀테크회사들은 수수료 먹는 재미에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해 사채업자들의 돈놀이와 개미들의 레버리지 잔치에 판을 깔아 줬다. 감독 당국은 이런 일이 있는지 파악도 못했다가 규모가 커지자 갑자기 금지시켰다. 그러자 매도가 매도를 부르고 매물 홍수를 만든 것이다.

장외 신용→장내 신용→기업 신용의 3단계 레버리지 폭탄이 단계적으로 터졌다. 지수가 5176에서 한 방에 3507로 34%나 추락한 이유다.

주가 하락을 악용한 선물회사들의 공매도도 가세했다. 통상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자주 보이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없었다.

투자심리도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식 투자자의 85%가 개인인 중국 증시의 특성상 군중심리와 양떼 효과도 심각하다. 한쪽으로 쏠리면 감당이 안 된다. 올라갈 때는 가속이 붙지만 떨어질 때는 폭락이다. 지수가 2000에서 5000까지 가면서 투자 규모를 줄인 게 아니라 계속 늘렸기 때문에 30%대 주가 하락에도 충격이 컸다. 주가도 너무 빨리 올랐다. 8개월 만에 150%나 상승했다. 과했다.

1492개 기업 거래정지 신청은 대주주 꼼수
중국 증시에서 2801개 상장기업 중 1492곳이 거래정지를 신청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서방은 이것을 중국 경제와 기업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걸로 인식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수준 낮은 상장회사 대주주의 부도덕성이 만든 해프닝일 뿐이다.

주가 급락에 거래정지를 신청한 대부분은 회사나 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하다 대주주가 깡통이 나게 된 회사다. 대주주와 기업이 주가 상승에 편승해 은행에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60~70%)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한 것이다.

주가가 순식간에 35~40% 급락하자 자동으로 담보물권 정리 단계로 들어갔고 바로 폭탄이 터진 것이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잃을 처지가 됐고, 중국 은행들이 하룻밤 새 700~800개 상장사의 대주주가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급해진 대주주와 회사가 중국 공시 규정의 모호성을 악용해 ‘중대 사태 발생’ 시 거래정지 조항을 이용해 꼼수를 쓴 것이다. 일단 거래정지로 주가를 막아 놓고, 은행의 담보 실현을 막고 보자는 게 하룻밤에 800개 기업이 거래정지를 신청한 진짜 이유다.

더 나쁜 것은 대주주가 주가 만회를 위해 자사주와 우리사주를 종용해 주식을 사게 하고 주가를 올려 담보 실행을 막으려는 행위까지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회사는 655개나 된다. 시진핑(習近平)의 “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의법치국’의 정신에 어긋난 짓을 한 상장사의 대주주들은 지금 떨고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끝나면 중국 당국은 거래정지 기업을 반드시 조사할 것이다. 그러면 의법치국을 물로 보다 다치는 사장들이 줄줄이 나올 것 같다.

중국 금융 당국이 어설프게 레버리지를 규제하는 바람에 중국의 시가총액 21조 위안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선전 거래소 시가총액이 20조 위안 선인데 3주 만에 선전 거래소 하나를 날려 먹은 것이다. 그러자 허둥지둥 사후약방문식으로 증시대책을 중구난방으로 냈지만 약발을 못 받았다.

정부의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장·증권감독원장 모두 은행원 출신이다. 투자은행(IB)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상황에 대한 판단과 결단이 늦었다. 은행은 레버리지가 없는 산업이다. 그래서 경험 없는 은행 출신 관리자들은 레버리지의 규제와 조정을 “작은 생선 굽듯이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이번 증시 폭락은 정책 집행의 미숙이 만든 인재(人災)다.

중국의 주식 투자자 수가 1억 명이다. 중국 인구의 14분의 1이다. 1억 마리의 양떼가 초원을 뛴다고 생각해 보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중국 증시 투자자 중 개인의 비율은 85%다. 중국 증시에서 기관은 힘을 못 쓴다. 외국인은 영향력이 없다. 85%가 한 방향으로 몰리면 죽을 줄 알고도 절벽으로 달린다. 무서운 군중심리다.

이번 주가 급락은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한 330만 명(전체 투자자의 3.3%)이 절벽으로 달리자 나머지 9670만 명도 같이 달려 일어났다. 목동이 아니라고, 방향이 틀렸다고 아무리 호루라기를 불어도 우이독경이었다. 이들은 웨이신(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에서 오는 ‘카더라’ 문자메시지에 목숨 걸고 거기에 방향을 맞춰 달렸다. 그러니 카더라 통신이 추세를 만들고, 그것이 예측력이 높아 보이고, 그것이 스스로 확신과 신뢰를 더 강화시킨 것이다.

‘보이는 손’으로 위기 틀어막은 리커창
경제학 박사 총리인 리커창(李克强)은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우왕좌왕하는 금융 당국을 집합시켜 화끈한 증시대책을 만들었다. 모든 상장기업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금지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게 하고, 모든 금융기관과 연기금은 주식 순매수를 유지하게 했다. 중앙은행은 증권 금융을 통해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고, 증권사는 증시안정기금을 만들어 지수 4500대까지 증자 업무를 중지하고 매도도 안 하기로 했다.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틀어막았고, 유동성을 들이부어 물의 수위를 높이는 전략이다.

그러자 폭락하던 증시가 바로 반응했다. 단 2일 만에 400포인트(11%) 상승해 3900대로 올라섰다. 리 총리는 시퍼렇게 멍든 개미들의 마음에 다시 레드카펫을 펴 주겠다는 것이다. 지수 4500대가 중국 정부가 내심 생각하는 1차 상승 목표선이다. 중국 정부의 ‘보이는 손’의 힘, 리 총리의 힘이 과연 어디까지일지 이번에 제대로 보여 줄 것 같다.

떨어질 때 급히, 그리고 깊이 떨어지면 반등도 생각보다 멀리 간다. 모바일 메신저 신호에 따라 달리던 1억 마리의 양떼는 절벽에서 추락해 죽는 양떼를 봤다. 어떻게 할까? 일단 멈춤이다. 다음은 다시 목동(정부)의 호루라기를 찾는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산 우리는 목동을 따라 푸른 풀밭을 찾아가야지”라는 게 살아남은 9670만 마리의 생각일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목동의 호루라기에 맞출 것인지, 절벽을 향해 달려간 330만 마리의 양떼와 보조를 맞출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전병서 전 한화증권 리서치본부 전무이사.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상하이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 졸업.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2014』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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