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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낸 그리스도 문제지만 빚에 눈감은 유럽도 문제

세계경제연구원 제공
-그리스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스위스는 통상 외국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중립국이다. 많이 우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아니다. 그리스의 채무는 지난 수십 년간 늘어 왔다. 하지만 아무도 그리스에 ‘채무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심각하게 경고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묵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나는 그리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편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 채무가 그렇게 많이 쌓여도 괜찮은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채무가 그렇게 느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리스가 일차적으로 문제다.”

[기로에 선 그리스 사태] 로이트하르트 전 스위스 대통령


-스위스는 평소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어떻게 좋게 유지하려 노력하나.
“스위스는 지리적 특성상 유럽 전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스위스는 EU와 두 가지 현안이 있다. 하나는 이민에 대한 국민투표와 관련된 내용이다. EU는 자유로운 인적 이동을 장려하는 반면 스위스는 좀 주저하는 입장이다. 스위스는 워낙 매력적이어서 다들 오고 싶어 한다. 둘째,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100개 넘는 상호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 협정들로 EU와 엮여 있는 복잡한 상황이고 경제적 측면에선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아무튼 현재 EU는 스위스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들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과 협력을 도모하면서도 우리는 독립적으로, 우리만의 길을 가기를 원한다.”

-올 초 스위스프랑이 급등했는데 그리스 사태로 또 요동치고 있다.
“스위스는 안전한 투자처다. 그래서 유럽에 불안요소가 생기면 러시아와 아시아인들까지 스위스에 돈을 맡긴다. 그럴 때마다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등한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런 급격한 변동요소에 대한 무기가 있지만 제한적이다. 스위스는 강한 국가이지만 어찌 됐든 작은 나라다. 스위스 입장에선 유럽 상황이 빨리 안정되는 게 제일 좋은 해법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상황이 없길 바란다. 더 큰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올 12월 프랑스 파리에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자국 총회가 열린다. 2020년 공약기간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프레임을 만드는 자리다. 이게 로이트하르트 장관에겐 현안 업무다.

-파리 총회의 제일 중요한 목표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미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지구의 온도를 섭씨 2도 낮추자고 합의했다. 한국을 포함해 각 나라가 무엇을 할지 다 결정한 상태다. 관건은 온도를 2도 낮추는 게 전부인지, 아니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 여부다. 주기적으로 공약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예컨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 나온다면 각국이 제출한 목표치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스위스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어떤 성과를 냈나.
“교통과 냉난방 분야가 대표적이다. 한국도 매우 선진적인 단열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위스에선 건물주가 고성능 단열재 등 에너지 효율을 배가하는 조치를 취하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부동산에도 물론 해당된다. 지역마다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제 혜택은 50%에서 최대 100%까지 공제해 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산업군마다 상황이 다르니까 제약회사·은행·중공업에 적용하는 제도가 다 다르다. 아무튼 시장 원리에 따라 운용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도 크다.”

-기업 입장에선 환경 관련 규제에 반대할 만도 하다.
“경제와 생태환경 간의 논쟁은 수년간 이어졌다. 상당기간 동안 기업의 일반적인 정서는 ‘생태환경의 문제는 기업엔 추가 지출일 뿐’이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다. 에너지 수입국인 스위스나 한국의 기업은 빨리 마인드를 바꾸는 게 오히려 지출을 줄이는 길이다. 또 환경·에너지 분야는 매우 촉망받는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6~7%씩 성장하고 있다. 신기술이 개발되고 그에 대한 소비가 증대되면서 에너지 효율이 배가되고 환경 보존이 촉진되는 게 흥미롭다. 이건 더 이상 환경 보존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이 밖에 제지업이나 철강업 같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에 대해선 배려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스위스 국가적으로도 감축 목표를 달성했나.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줄이는 게 목표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2010년까지 10% 줄이자는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고 또다시 10% 줄이는 건 쉬워 보인다. 스위스뿐 아니라 유럽의 많은 국가와 뉴질랜드도 자국의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런 성공적인 결과엔 교통 분야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스위스는 굉장히 밀도 높은 철도망을 갖고 있다. 스위스 국민도 자동차보다 철도를 선호한다. 환경 친화적인 트럭을 사면 금전적인 혜택도 있다.”

-중국은 한국과 가까운 해안가에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지었다.
“세계에서 원전이 있는 나라는 36개국 정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기준을 만들고 점검을 한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거나 최소한 이웃 나라는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자국의 원전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스로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해안가 원전이 걱정된다면 한국은 IAEA 정보의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굳이 중국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해 다른 나라들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IAEA 정보의 공개를 주도할 수도 있다.”

-한국과는 어떤 협력을 하고 있나.
“한국은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다. 그래서 스위스 정부는 한국을 교육·연구·혁신에 있어 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할 7개국(유럽 제외)으로 정하고 있다. 스위스연방공대와 KAIST 등 양국의 교육연구기관은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런 협력을 더 넓혀 가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에너지 생산·전파·소비와 접목시켜 가정의 전기 공급과 발전소 설비까지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 낭비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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