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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메르스 땐 민간병원도 야전병원처럼 운영해야

사진 경희의료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엿새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종식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임영진(62·경희의료원장·사진) 사립대의료원협의회장은 “메르스 확산을 보면서 전쟁 같은 재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소강 또는 휴전상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야전에 있는 전투병에 대한 사기 진작과 적절한 타이밍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메르스와 싸운 의료진과 병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경희의료원에서 만난 임 회장의 입에서는 유독 ‘야전사령부’ ‘전시 동원체제’ 등 군사용어가 많이 나왔다. 남자 의사 대부분이 의대 졸업 후 군의관으로 복무하지만 그는 학군장교(ROTC)로 야전(육군 11사단)에서 소대장으로 복무했다.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뒤늦게 경희대 의대에 진학해 신경외과 전문의가 됐다.

정부·국민·의료계 간 신뢰 회복 필요
-메르스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메르스 확산은 전쟁과 같다. 바이러스의 침입은 적군이 들어오는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이번에 6주간 감염 진행 과정을 보면 여실히 느껴진다.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내고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저력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메르스 같은 감염병 유입 시 민간병원의 역할은 뭔가.
 “하나의 예를 들면 전시에 동원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다고 본다. 주민센터에서 ‘중점관리 대상 물자 지정 및 임무 고지서’를 받은 차량은 동원령이 선포되면 징발된다. 민간병원들도 평시에는 일반환자 진료를 하다가 감염병이 유입되면 준비된 시스템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 민간병원이 야전병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번에 민간병원이 나름대로 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보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누구 탓인지를 따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메르스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와 국민, 의료계가 서로 믿고 위로와 격려를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전쟁이 끝나도 전후 복구를 어떻게 하느냐는 숙제가 남는 것과 같다.”

 -의료 선진국이 너무 허망하게 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간 다른 감염병과 비교할 때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비교적 잘 넘어갔다. 이유는 선전포고가 있었다. 인접 국가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6년 동안 감염에 대해 너무 무디게 대처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누구 한 사람이나 한 부처의 잘못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감염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었다.”

 -군대 이야기로 치면 지휘와 현장이 따로 놀았던 것 아닌가.
 “전투를 하고 있는 소대원과 상황실에 있는 지휘관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 현장에서 메르스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환자와 자신의 목숨이 달린 전쟁을 치른다. 하지만 상황실에서는 이 모든 게 발생 한 명이란 숫자로 표현된다. 메르스가 발생하고 첫 1~2주는 그런 괴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좋은 쪽으로 진행됐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적으로 현장을 찾아 함께해 줬다.”

“정부지원, 현장 도달까진 까마득”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76번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치면서 혈액 투석환자가 확진이 나왔다. 투석환자 감염사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한 명밖에 없다고 한다. 완전히 초비상상황이었다. 면역력이 낮은 투석환자 100명이 다 걸리면 어쩌나 두려움도 있었다. 결국 병원 완전 폐쇄를 결정했고 투석환자를 모두 1인실로 옮기고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병원장도 격리 대상이니 2주간 그곳으로 출근해 일했다.”

 -다행히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료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군의관·간호장교 등 군 의료진과 다른 대학병원 의료진이 강동경희대병원에 투입돼 도와주셨다. 그분들도 ‘괜히 걸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왜 안 했겠나.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강동경희대병원은 11일 0시를 기해 격리가 해제되고 준비기간을 거쳐 13일께 재개원할 계획이다.”

 -메르스 사태로 병원들의 피해가 크다고 들었다. 실상이 어떤가.
 “동네의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은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오늘(9일)도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의원이 폐업 신청을 했다. 우리만 해도 8월까지 영향을 미치면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동탄 성심병원은 재개원한 지 3주가 됐는데 절반밖에 환자가 안 온다고 하더라. 강동경희대병원도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예비비 160억원을 비롯한 추경을 통해 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는데.
 “지난달 24일 의료계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만나는 자리에서 제가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최 부총리께서 160억원이 부족하다면 1600억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법 테두리 안에서 차근차근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사이 의료진의 사기는 떨어지고 도산하는 병원이 생긴다. 좀 더 유연하게 선제적으로 지원을 해 주는 게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결국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병원의 손실을 정부가 모두 부담해 달라는 것인가.
 “결코 이기주의나 밥그릇 챙기기 차원이 아니다. 나는 피해액을 모두 정부가 책임지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일부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불철주야 환자를 돌본 의료진의 사기를 생각해 달라는 말이다. 이분들께 최소한 7~8월 월급을 올려 주지는 못할망정 제대로 줘야 하지 않겠나.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절차를 이유로 지원이 자꾸 미뤄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이다.”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한 지원과 대비책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떤 게 필요한가.
 “이번 사태에서 국립중앙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의 역할이 컸다. 공공의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중요한 교훈도 얻었다. 감염병이 유입됐을 때 공공병원만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위급상황에서는 민간병원이 공공성을 갖고 도와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43개 중 32개가 사립대병원이다. 결국 이 병원들도 유사시에는 중앙의료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정부가 해 줘야 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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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